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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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참 어려운 장르다.

시에서 쓰인 단어는 아무리 평범하고 익숙한 단어라 할지라도

더이상 그런 흔한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긴 호흡으로 풀어내는 다른 장르와는 달리

정제하고 다듬은 말로, 설명하되 나열하지 않고

그 순간의 감정의 정수와 시인의 영혼의 한 자락이

글자에 잠시 갇혀 우리의 눈으로 들어오는 시는 그래서,

그 감정과 경험을 해 본 다음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 말로 읽어도 힘든 시이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반갑다.

서가명강 시리즈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서울대 학생이 되지 않아도 서울대 교수진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 중

특히 엄선되고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다루고 있다.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김현균 교수이다.

라틴 아메리카 현대 시와 현대 소설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서구적인 동시에 반서구적인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정서와 특징을

책 구석구석에 녹여내어 독자의 이해와 풍부한 감상를 돕는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라틴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듯한 표지 위로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는 글귀가 눈에 와 박힌다.

라틴 아메리카의 험난하기까지한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간간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한 그들의 사유와 철학에 대해 궁금했던 독자라면

김현균 교수의 친절하고도 꼼꼼한 가이드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절절하게 끓어오르며 여운이 오래가는 시들을

기쁘고 저린 마음으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 학문의 분류 및 주요 키워드를 통해 문학의 흐름을 머리 속에 넣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며, 깊은 사유와 철학을 풍부한 감성으로 녹여낸

라틴 아메리카의 시와 시인들을 만나보자!


책에는 낯선 이름들 (루벤 다리오, 세사르 바예호) 가운데에서 

몇몇 낯익은 이름(체 게바라, 파블로 네루다, 보르헤스)이 등장하여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







각 시인들이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지식도 좋지만

무엇보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그들의 희노애락 속에서

위 시인들의 작품으로 그 감정을 지키고 표현하고 삭히며 승화시키는 것을 보면

뭉클- 한 감정이 마음을 꽉- 채운다.




큐레이터 없이 작품을 볼 때 지나치고 말았던 세세한 일화나 문학적 상식까지 

저자의 설명과 각 챕터 말미에 실린 Q/A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접하면

이제라도 이 작품들을 접하게 되어 반갑고 소중한 강의를 편하게 들어서 

횡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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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빚을 진 내가 뒤늦게 알게 된 소~오름 돋는 우주의 법칙 2억 우주님 시리즈
고이케 히로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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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말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꿈을 자꾸 말하면 실천된다는

여러 책들이 예전부터 아직까지도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2억 빚이라니.

손에 2억을 쥐어본 적도 없는데 그것이 빚이라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도대체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 

저자 고이케 히로시는 샤워기 헤드에서 갑자기 나타난 '우주님'을 영접한다.


그 우주적 스케일의 강력한 가르침으로 9년 만에 빚을 갚고

결혼하고 자식도 생겼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는 꽤나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역시 사이즈와 시기의 문제일 뿐 살다보면 시련과 역경은 피할 수는 없나보다.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이고

그 갈림길의 시작을 이 책은 '말버릇'으로 잡는다.


우주를 우리가 발신하는 에너지를 증폭시켜주는 장치라고 말하는 저자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깃든 주문을 '올바로' 우주로 보내는 법에 대해

1부 소원이 실현되는 법칙

2부 고민이 반복되는 법칙

3부 돈의 순환법칙

4부 인간관계의 법칙

5부 일과 성공의 법칙

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설파한다.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형광펜처럼 하이라이트 처리를 해서

다이어리에 적게도 했다.  (나만 그랬나? ^^;;)




일본의 상황이라 우리나라와 1:1로 접목시키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사실 오그라드는 대사와 상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쾌한 만화를 읽듯,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를 술술 감상하다보면

웃다가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남일처럼 읽다가 어느새 독자마다

평소 즐겨쓰는 나를 망치는 말버릇과 사고패턴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강의를 다니며 "제가 집을 샀습니다! 2020년에 계약할 겁니다" 라고 말한다.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는 2018년의 저자가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과 외제차를 

구체적으로 머리 속에 떠올리며 사람들에게 공언하고 

우주님에게 '주문'을 넣는다.


말버릇은 이미 되었다고 생각하고 현재형으로.

부정적인 말은 나를 인정하고 북돋아 세우는 말로.

의심과 염려가 가득한 말은 긍정과 도전, 기회를 즐기는 말로.

~하고 싶다는 의존적이거나 요행을 바라는 말은

 ~할 거야. 라는 의지와 계획이 담긴 말로.


내 인생에 책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무엇을 해도 자유롭다'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실패를 하든, 자신이 생각한 결과가 나오지 않든

'자신의 인생과 행동에는 자신이 책임을 진다.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행복해진다!'

는 각오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남의 눈이나, 가치관에 신경쓰는 태도와 행위로

내 인생의 무대에 다른 사람까지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자꾸 떠오르는 부정적이고 불신의 태도를 버리고자 애써야 한다.




부정과 불신이 여러가지 가면을 쓰고 접근하지만 

마치,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재한 뒤

당연히 택배로 물건이 올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처럼

우주가 이미 보관 중인 나의 '운'과 '소원'을 주문해보자!




ps. 빚으로 신용회복도 안된 저자가 발견한 딱- 그 집을 사기에 부족했던 현금.

과연 그 집과 인연이 되려나, 포기하고픈 마음이 솔솔 피어오르던 참에

주택융자를 받게 된 저자. 과연 내년에는 집에 입주- 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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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에서 퇴사까지 법대로 해라
정현주 지음 / 한국외식정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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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법대로 해!" 

정과 의리, 함께 버텨온 세월에 미래에 대한 장밋빛 약속까지 모든 길을 다 걸어보고 난 다음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마법의 주문처럼 내미는 말이 "법대로 하자" 이다.


사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실제 '법'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누구도 100% 믿을 수가 없는 마음상태가 된다.

누가 말하는 것은 "누구는 ~했다더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00라더라" 정도이거나

법무사, 변호사 등을 대동해서 얘기를 듣더라도 제대로 된 수수료가 제공되지 않고서야

필요한 법조서비스를 (그것도 나에게 유리하게)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긴 어렵다.


그래서, 사장이나 직원이 모두 함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채용에서 퇴사까지 법대로 해라>

이 책의 저자 정현주는 노무법인의 대표이자 공인노무사이다.


다양한 규모, 업종의 기업자문, 법률 컨설팅등을 해주고 있으며

노동법 지식과 현장 자문경험을 나누는 강의도 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의 입장이나 사업자의 입장을 고루 헤아려 볼 수 있는 저자가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은 '노동법을 지키는 것은 안정적 사업 운영의 기본이다' 라는 것이다.


일단 내가 속한(운영하는) 사업장의 크기가 3명만 되어도 노동법은 효력을 발휘한다. 



취업을 할 때 나의 계약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향후 내가 받을 수 있고 제공해야 하는 권리와 의무가 설정된다.







해고는 당하기도 어렵지만 하기도 어렵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내가 '부당해고'를 당하는 경우와 '정당하게 해고' 당할 수 있는 경우 

모두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취업, 해고는 차라리 깔끔한 시작과 끝이어서 단순히 생각해도 되지만

막상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래도 되나-' 싶은 여러 상황에 대해서도 

에피소드와 예를 들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노동법을 설명한다.

딱딱한 법이 아니라 '나의 권리를 지켜주고 나의 의무의 한계를 지어주는 제도'로

노동법을 이해하고, 알고 적용하다보면 

적정한 순간에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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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교포로 오해 받은 평범한 공대생의 프랑스어 정복기 - 파리에서 스타벅스 면접 도전부터 파리지앵이 되기까지
손원곤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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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인생의 선물이자 축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5년이 흘러도,

늘 그리워하며 파리 공항 전광판의 환영인사를 보고

"파리, 보고 싶었어"를 읊조리는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손원권씨다.

당연히 문과 혹은 예술계통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

책 제목도 <평범한 공대생의 프랑스어 정복기> 이다.

그것도 6개월만에 교포로 오해받을 정도라니,

매년 영어실력 향상이 '올해의 할 일'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영어보다 발음이나 문법이 훨씬 어려워 보이는

'프랑스어'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책의 여러 말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들은

미국의 여성 사회운동가이자 남편이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이다.

"하루에 하나씩 당신을 두렵게 하는 일을 하라"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지금까지 수천 명에 달하겠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실천한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고

고민과 갈등, 정보를 모으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떠난 그곳에서

고생과 경험,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으며 성장한 자신을 느끼고

계속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찾으며 살고 있다.

저자도 취업과 프랑스 유학이라는 갈림길 속에서,

해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감히 유학을 선택했다.

영어는 익숙하지만 '외계어'처럼 들렸던

프랑스어의 발음과 억양을 익히기 위해

자신이 무엇에 강점이 있는지 잘 파악하여 그 점을 살린 것이 돋보인다.

고민이나 미리 생각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일단 도전해보고 노력하는 점이 책을 읽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원어민의 말투나 억양을 잘 따라하며, 외국어를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고

빠른 언어 습득능력을 십분 살려, '

공대생'으로 정형화된 틀 속에 갇히지 않고

언어를 공부하고 마스터하려고 욕심을 내며,

프랑스에 대해 공부하고 매력을 찾아갔다.

프랑스어의 기본 알파벳과,

그 발음을 익히는 것은 각각의 '차이'를 집중하면서 노력하고

(그리고 발음을 내는 각각의 과정을 우리나라의 '문자'로 표현해 내려고 매우 열심이다. ^^)

인칭과 동사변형에서 고생한 이야기도 하며,

공부를 위한 팁을 정리해 주었다.

프랑스어는 명사에 남녀 성이 있고

특정 이유가 없기 때문이 그저 외워야 한다.

대신, 부정관사와 어미를 보아 남녀 성을 추측할 수 있다.

프랑스어는 형용사가 주로 명사 뒤에 있다. (영어는 형용사+명사)

프랑스어는 존댓말이 존재한다.

프랑스어 의문문이 영어보다 쉽다.

프랑스어는 연음과 비음이 존재한다.

저자는 프랑스어 화법에서 문화를 익히며

프랑스라는 나라에 푹 빠져버렸다.

언어를 배울 때 만큼은 적극적인 태도와 외향적인 성격을 장착하여

언어교환친구를 찾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고,

저녁에는 와인, 빵, 치즈, 과자를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간단한 광고문구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휴대폰의 언어를 외국어로 바꾸는 등

조금이라도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밀어 넣으며

그 나라의 공기, 문화, 사람들을 직접 숨 쉬고 느끼려고 노력하고,

즐기는 모습을 읽다보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려움은 잠시 무시하더라도 ^^;) 불끈불끈 들었다.

프랑스어와 관련된 일자리를 찾아보다

학원 강사, 통번역, 해외 영업으로 나누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알제리에 해외 파견을 가겠다고 결심과 선택을 하고

알제리 건설현장에서 한국인과 현지인을 이어주는 통역을 담당했고

열악한 환경과 빡빡한 업무 일정 속에서도

의사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 점,

모로코로 이동하여 아프리카의 두 나라에서 이슬람 문화를 배운 점이

나중에 그가 프랑스어 콘텐츠로 프랑스 문화를 전하는

'꼼데펑세'를 시작하는 든든한 뿌리가 되어줬다.

'프랑스 사람들처럼'이라는 뜻이 '꼼데펑세'를

한국에서 실현하고 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네이밍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시선을 끊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라는 말을

경험과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쉽게 정보를 얻기 어려운 프랑스어 및 프랑스 문화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얻으려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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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전 세계 학습혁명 현장을 찾아 나선 글로벌 탐사기
알렉스 비어드 지음, 신동숙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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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이제 익숙하게 된 말이고 어디에서나 써먹는 말이 되었지만

과연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예전 기계가 노예/인력의 대부분을 대체한 것처럼

이젠 훨씬 복잡해지고 고도화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였고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협감이 드는 정도이고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지 (혹은 이미 어느정도까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이 책은 남들보다 1등급이라도 앞서기 위해 어떤 학습법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유난히 선행학습을 시키는 학부모들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지에

관한 책이 아니다.


꽤나 두꺼운 (558페이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어렵지 않았던 것은

이것은 비단 '아이들'에 관련된 책이 아니라는 점과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평생에 걸쳐 일어나야 하는 점, 

왜 인간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고민할 질문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뿐 아니라,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지

그리고 그 시대를 맞아 낙오되지 않고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할 지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읽어볼 만한 내용이 실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영어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0년간 교육계에 몸 담은 사람이다.

전 세계 중에서 교육에 관심이 높거나, 교육에서의 스타트업을 이룬 나라들을

직접 누비면서 교육 전문가 10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21세기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한다.



특히, 현재 취학아동들을 두고 있는 부모 세대라면

본인들이 받았던 교육과 현재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변화를 

확실히 느끼며 놀라워하거나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고

교육이 단지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 어려운 교육의 시기를 현명하게 넘어가서

준비된 모습으로 사회에 나오기를 바랄 것이다.

아니, 최소한 어려움 앞에 좌절과 포기로 인생의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지 않길

무엇보다도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아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소위 '라떼충'이나 '꼰대'소리를 듣는 어른 세대가 하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가성비를 운운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며, 

한 번 벌어진 격차를 메우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상,

나의 아이는 인생의 쓴맛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내려놓고

담대한 마음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도전하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부모인 나는 기다려줄 수 있지만, 톱니바퀴처럼 착실히 돌아가는

학교와 사회라는 시스템과 '00는 00해야 한다'라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나의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나 학교만 바뀌어서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지만,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여유롭게 대처해야한다.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 시대이다. 

로봇 교사, 인터넷 학습, 온라인 러닝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정말 '인간' 교사는 더 이상 필요없는 존재인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단지 직업적 의미의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새롭게 생각하고, 더 잘하고,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교사'로서의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인간의 배움에는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뇌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는 동기, 능력, 자극의 균형을 맞추어 아이들이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습과 경험을 다양하게 하여 지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자극적인 요소들에 막혀 보이지 않는 '학습'의 재미없음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고 창의력과 체계성을 갖추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사실, 이미 익숙한 표현들이어서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뉴욕, 런던, 파리, 헬싱키, 서울, 홍콩 등에서 건져올린

인터뷰와 사례연구/조사에 있다.


기존에 '선진국' 교육이 보다 자유롭고 허용적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뒤집은 사례는 영국의 KSA 소개였다.


영국 전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인 KSA에서

학생들 대다수가 무상급식 대상자일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렵고

입학하는 11세 학생들의 평균보다 뒤떨어졌던 읽기와 쓰기 실력이 

학교에서 배운 5년 동안 현격하게 증가한 결과를 가능하게 한

하이멘도르프 교장은 고작 30대 중반에 이른 사람이다.


그는 학생 모두를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우리나라에서 했으면 비난받았을) 단순한 목표에서 출발하여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역시 난리가 났을) 추가 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규 수업시간을 오전 7시 25분부터 오후 5시까지로 확대했다.

여름 방학에도 2주를 더 공부하고, 

방학기간의 매일 저녁 2시간씩 숙제를 시켰다. 

폭넓은 교육보다 깊이 있는 교육을 강조해서 

'수학'과 '국어(즉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학생들의 공부 근육을 발달시키고 흥미를 강화하고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우며 서로를 칭찬하며 예의를 갖춰 대하도록

따뜻하면서도 엄격한 기준을 두고 생활하도록 했고,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높은 기대치를 적용했다.



매년 새로 입학하는 학생의 수가 60명에 불과하고 

교사들이 특정 학년을 도맡아 가르쳐서 

아이들과의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와 혹은 다른 국가의 일반적인 학교와도 

매우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어느 나라의 어느 교육이나 장점과 단점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을 얼마나 허용하느냐에

학습/배움/가르침의 질적 양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마냥 비판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어느 나라 (미국같은)에서는

선진적이고 아이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학습 방식이라고 권장되기도 하고

창의성을 키워주고 자유를 강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교육이

오히려 학생에게 한계까지 가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도록

더 빡빡하게(!) 요구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차이에도 공통으로 수렴되는 '학습혁명'의 원칙은 있었다.

1. 평생 배운다.

2. 비판적으로 사고한다.

3. 창의성을 발휘한다.

4. 품성을 개발한다.

5. 일찍 시작한다. (조기교육이 아닌 유아기 교육.이지만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6. 협력을 강화한다.

7. 가르치는 연습을 한다. 

8.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한다.

9. 스스로 미래를 건설한다.


교육의 미래는 학교, 교사, 교육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시스템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의 관계이고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공동의 의견을 반드시 모아,

목표와 성취방법을 바꾸려는 합의, 집단 지능/지성을 이뤄야 한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거다'라고 짚어주지 않는다.

좋은 예를 제시하며 따라하라고, 정답이 여기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에 대해  

조금 더 엣지있게 각을 잡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그 합의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결국,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도록 끝까지 지킬 수 있는 힘은 '교육'이며

그것은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힘'을 키워주는 인류의 소중한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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