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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 힘을 빼고 감동을 줍는 사계절 육아
전지민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한번 연이 닿으면 결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아이의 경우라면 그것이 훨씬 짙게 그리고 오래도록 삶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은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땐,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처럼 되지 않은 아이 키우기의 고단함과 부산스러움,
그럼에도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게 만드는 일상들을 쓴 엄마의 육아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저자 전지민씨는 육아를 한 편의 동화처럼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글과 사진은 전지민씨의 창작물이다.
자연스럽지만 볼 수록 정감이 가는 사진, 잡지책의 한 코너에서 볼 수 있을 색감,
무심하게 보이지만 그저 스치고 지나갈 사물, 자연,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담담하게 드러내는 존재감.
사진 속에 등장하는 것들에 얇은 실들이 서로 묶여 있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담고
글은 잘 골라내어 정갈하게, -때론 매우 교훈적으로- 다듬어 감성을 건드린다.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그린 마인드'를 만들었던 저자는
남편이 군인으로 복무하는 시골과 서울을 오가면서 살다가
5년 전에 강원도 화천에 뿌리를 내리고 '가정보육'을 하며 지내고 있다.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남편과, 긍정적이면서도 뚝심있게 자기 철학을 다져가는 전지민씨는
다섯 살 딸아이 나은(a.k.a 희봄 ^^) 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스타그램에 올리며 살고 있다.
편히, 쉽게, 빠르게-를 지양하며
엄마의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코마인드를 여성 잡지에 연재하기도 하고
패션지를 통해 엄마, 작가, 환경운동가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나날이 커가며 새롭게 그 세상의 지평을 넓혀가는 나은이를 키우며
느낀 감정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엄마들에게 시골살이와 가정보육, 가정육아의 장점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많은 장점 중 하나이다.
시골살이나 가정보육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이고,
그 옵션을 선택하며 얻거나 잃은 것들도 분명히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
엎드리고 고개를 들고 기어가다 물건을 붙잡고 일어나는 성장,
오물오물 옹알이를 하다가 드디어 단어를 조합해서 의사소통이 되는 그 순간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저 내뱉는 말인데도 어쩜 저런 생각을 다 할 수 있지? 하고 놀라게 만드는
-어른들이 듣기에는- 철학적이고 순수한 아이의 말들을,
매일 성실하게도 흘러가는 시간에 무심하게 흩어지게 두고 싶지 않아
기억을 붙들어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쓴 작가는,
책의 제목처럼 '시'같은 육아를 하고 싶어하지만
이미 충분히 '동화'같은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은이가 꼬물꼬물한 아기때 사진부터
어엿하게 엄마에게 '큰 소리로 화내는 것은 잔소리'라고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어린이가 되기까지의
여러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저 멀리 있는 전지민씨 가족이 괜히 친척처럼 느껴진다.
특별할 게 없는 나뭇잎이나 바람, 마루를 두드리는 빗방울도
여러 번 눈을 주고 관심을 가지며 그만큼 깊어지는 아이의 뒤에는
다양한 육아책, 육아팁, 육아트렌드, 교육열, 경쟁력의 폭풍우 속에서
휘말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고 죄책감이나 조바심을 느끼지 않으려고
서로를 믿고 지탱해주는 부부의 모습이 보여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