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김소월 지음, 나태주 시평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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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꽃이 핍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기 때문이죠.

예전엔 유심히 지켜보지 않아 순서를 지켜 꽃이 피었는지 모르겠지만,

개나리와 진달래, 산수유, 벚꽃, 산당화가 어우러져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흐뭇하고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이젠 제법 따사로운 햇살 아래

뾰족한 잎사귀 사이로 자기 색을 뽐내는 꽃들을 보고

슬픔과 아련함을 노래한 시인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시와 노래로 사랑받는 시인 김소월입니다.

학교 다닐 때, 국어 시간에 배우고 외웠던 서정성과 향토성이 짙은 시인 김소월.

시험 보기 위해 외웠던 시였고, 응원가나 유행가, 노래로 만났던 시였는데

이제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나태주 시인의 보석같은 해제(시에 대한 설명)을 더해

오롯이 시 자체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김소월시집: 진달래꽃>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담겨 있습니다.

사랑을 막 시작하여 설레는 마음, 

뜻대로 되지 않아 아프고 서글픈 마음,

작은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어쩔 수 없이 사위어 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슬픔을 마구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깊이 눌러 담아 배어나온 감정의 색깔 위에 

한지를 덮어 곱게 접어 담아두었다가

시간이 지나 또 그 계절이 오면 꺼내보는 그 마음을 

시험이나 성적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걷어내고 

또렷이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시로 읽어도 노래로 재생되는 김소월 시인의 작품을 만나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과 생의 어떤 순간들도 함께 독자들에게 다가올 겁니다.

이번 봄은, 특히나 더욱

조용히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시를 읽기에 더욱 좋은 때입니다. 



김소월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우리 말의 아름다움도 더불어 발견할 수 있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말들이나 존재도 몰랐던 말들은

친절한 해석이 따라와 시를 풍부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1925년에 유일한 시집으로 발간된 <진달래꽃>은

이별의 슬픔을 절제해서 담아내었다는 평과 더불어

한국 근대 문학 작품 중 최초로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답니다.


154편의 시와 시론 <시혼>을 남기고 33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살고 간

시인 김소월.

'평생 읽어도 다는 모르겠는 시'라는 나태주 시인의 감상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김소월시집: 진달래꽃>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작품들과

지금이라도 음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불러도 사랑과 이별,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시를 잘 읽지 않은 저에겐- 신선한 작품들을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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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라이팅 훈련 : 스토리 라이팅 - 2nd Edition 영어 라이팅 훈련
한일 지음 / 사람in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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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 학습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쓰기/작문'

듣기와 말하기는 녹음하지 않는 한, 그 시점 이후로 나의 흑역사가 없어지고

읽기는 글자가 종이 위에 있으니 번역기나 사전, 혹은 능력자의 도움을 얻으면 되지만

도대체 쓰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말로는 대충- 통하는 의사소통이, 글로 쓰려는 생각만으로 허접한 실력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사실 한국어로도 글쓰기는 쉽지 않다.

유창하게 말을 잘 하는 사람도, 글쓰기나 '논술'을 시키면 '퇴고'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영어 라이팅을 못한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어차피 어려운 라이팅. 차근차근 훈련하며 조금씩 걸음마를 떼어보자!


그래서 <영어 라이팅 훈련> 2nd 에디션의 포인트는 '문장 확장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문장 확장 방식(expansion mode)이란,

영어 문장에서 절대 틀려서는 안되는 필수 문법적 요소인 Essential 부분과

빼도 전체 문장 문법이 틀리지는 않지만, 긴 문장을 쓸 수 있게 하는 Additional 부분을 나누어

Essential을 만든 후, Additional을 더해가며 문장쓰기 연습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필수 문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체계적이고 쉽게 영어 문장을 길게 길게 늘일 수 있는 방법이라

학습자가 훈련과 응용을 단계적으로, 흥미를 잃지 않고 할 수 있어 좋았다. 


책의 구성을 후루룩- 보면 다음과 같다.


영어공부책마다 빠지지 않는 mp3 파일과 QR코드들.

내가 연습한 문장을 원어민의 발음으로 들으면서 암기하기에 좋은 요소이다.


책은 2권으로 분책이 가능하다.

Day 1~15

Day 16~30

으로 이론상으로는 30일 만에 문장->문단으로, 나아가 스토리를 쓸 수 있게 짜여있다.


확실히 1권은 쉽다.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바로 옆 페이지의 2권은 고난을 예고한다.

문법책에서 많이 보았던 중급 난이도가 등장한다.

하지만 아주 어려운 문법이나 구문은 (여기서 볼 때는) 없어 보이니, 

떨리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제일 반가운 주어+동사.

Day 1이다.

그리고 아래에 보면 시작시간과 마친시간을 적게 되어 있다.

하루에 내가 쓰는 시간도 확인하고, 

매일의 과업을 마치기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알게 해준다.

쉬운 부분에서 걸리는 시간을 토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짤 때 활용해도 좋겠다.  



한글이 왼편에 나오고, 오른쪽에는 단어가 무작위로 나열되어 있다.

1번 문장은 '그는 일해요' 이고, 오른편에 등장하는 첫 단어는 go 다.

무심결에 오른편의 단어를 그냥 갖다 써버리면 안된다는 뜻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면 늘 몇 층씩이나 내려가는 언어 수준을 실감하며,

간단한 문장을 영어로 써본다.



그리고 바로 나오는 확장 글쓰기.

기본 글쓰기에 Additional을 붙여 늘려가는 작업이다.



이 단계를 끝내면 '완성 문장 확인하기' 

일종의 해답 혹은 답 맞추기 코너이다.

내 문장과 예시답안을 보면서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mp3와 QR코드로 모범적인 문장을 보고 쓰고 듣고 읽는 '감각활용' 학습이 이뤄진다.



주어+동사 단계는 발 담그기에 불과하다.

마치, 해안가에서 걷다가 발이 쑥- 빠지게 깊어지는 동해 바다마냥,

2일째부터 수준이 깊어진다.

 

'~처럼 보이다' 를 작문할 때, look을 써야할 지 seem을 써야할 지 

아니면 appear를 언제 써야할 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학습자여야

훅- 깊어진 바닷물에 당황하여 소금물 드링킹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라이팅 훈련이기 때문에, 우리말로는 비슷비슷하게 해석되는

각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쓰임새의 차이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즉, 어느 정도의 단어를 알고 있어야 기본 문장->확장 문장의 글쓰기가 가능하는 점이,

글쓰기를 공부하려고 마음 먹은 학습자를 시험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반복적으로 똑같은 문장을 쓰기보다

다양한 '확장형'을 제시하여 학습자가 계속 궁리하고 머리를 쓰게 만든다.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학구열을 불태울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쓰기나 말하기는 둘 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지만

아무래도 말하기는 쓰기보다는 좀 관대하다.

그래서, '이것도 알고 가기' 에서는 말하기에서는 가능하지만 쓰기에서는 자제해야할 

'고급짐'과 '교양미'를 부여하는 기준이 되는 점도 짚어준다.


문장을 만드는 것도 처음에는 어렵지만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보자.

그 문장이 점점 길어져 문단이 되고 마침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날을 위해!


밥 먹듯이 매일매일 쓰기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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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깃털 I LOVE 그림책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원지인 옮김, 강정훈 감수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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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은 언제나 옳다.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사뭇 다르게 다가가는 동화책과는 결을 달리

그림책은 지금껏 알았다고 착각했거나, 쉽게 넘겨왔었던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애정어린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하는 매력이 있다.


뻔한 것들, 사소한 것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행복감과 새삼 솟구치는 호기심이 

다 큰 어른들이 동화책과 그림책을 사서 보는 동력이 아닐까 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까닭에 가장 많이 접한 새는 손에 꼽는다.

마주치면 인간인 내가 피하고 싶은 '하늘을 나는 쥐'같은 느낌의 비둘기와 

어렸을 때 박스 속에서 초등생의 눈을 사로잡던 병아리(에 크다 죽어버려 눈물 빼는 중닭;),

깡총깡총 뛰다가 오종종 날아가버리는 참새들과

엄청 시끄럽고 눈빛이나 부리가 무섭기까지 한 까치. 정도?


그런 의미에서, 

<새와 깃털>은 '깃털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책이자,

새의 머리, 목, 몸을 덮고 있는 겉깃털 말고도

꽁지깃, 날개깃, 겉깃털 밑에 있는 솜털 (구스-_-;;; 나 다운-_-;;; 말고;;;)의 존재와

그 배열, 무늬, 색깔과 역할이 새를 '나는 존재'로 만든다는 신비로움을 일깨워준다.


책의 시작은 눈처럼 흩날리는 솜털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와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저자 브리타 테큰트럽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날씨 이야기>, <달>, <물고기는 어디에나 있지>, <반짝반짝 반딧불이 플로렌스> 같은

100여권에 달하는 그림책을 출간하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다.


천연기념물 동물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관인 강정훈 학예연구관의 감수를 거친 

<새와 깃털>은 새의 깃털에 대해 새롭고 유익한 내용을 배우고, 

나아가 새라는 존재에 대한 관심,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학습적인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책이다.



어떻게 저런 색의 깃털을 가지게 되었을까? 

감탄학 만드는 깃털의 색이 우리 머리카락처럼 색소에서 얻은 것이라는 사실과

새들이 먹는 식물에서 색소들을 흡수한다는 것,

그리고 빨간색과 노란색이 박테리아가 깃털을 상하게 하는 것을 막는 색이라는 정보는


'빨간색과 노란색이 없는 새들은 그럼 어떻게 하지?' 라는 궁금증을 만들었고,


인간이 이용하거나 감상하기 위한 새의 '깃털'이 아닌

새라는 존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섬세한 역할을 하는 깃털에 대해 배워볼 수도 있다.



새가 새인 이유는 그들이 날 수 있어서 이고,

그들을 날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날개와 그것을 이루는 깃털이다.


이 깃털이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추진력과 공기 흐름을 조절하여 양력을 발생시켜

날개짓과 활공, 고속/저속비행, 정지비행, 이/착륙의 다양한 스타일을 만든다고 한다.



새에게 깃털은 생존이기에, 털갈이와 깃털 고르기는 건강한 새가 성실하게 해야하는 과업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새가 날아가는 것이 그냥 '푸드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깃털을 고르거나 목욕을 하는 모습을 좀 더 관심갖고 지켜볼 것 같다.

새가 날아오르거나 머물다 간 자리에 떨궈진 깃털을 보며 

'음, 이 깃털은 청결유지용 깃털이구나' 하고 제법 지식을 뽐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와 깃털>을 또박또박 읽고 난 다음 만나는 새는, 이전의 새와는 다를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은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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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 죽음, 삶에 답하다
김봉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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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란 무엇인가.

요즘처럼 그 질문에 헛헛한 감정이 들 때가 없다.

삶의 어두운 지점을 지나고 있거나, 지났거나, 막 들어서려고 할 때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여러가지 방향으로 안간힘을 쓴다.


그 중 하나이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종교'같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속에서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이것이 아닐까?


삶을 다하면 죽는다. 

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이라는 종착지는 같다.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다가,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 살아가는 과정에 어떤 가치관을 품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종교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책의 여러 말 중에서 위의 단락이 가장 깊숙하게 다가왔다.

합리적인냥, 이성적인냥 노력하거나 꾸며낼 순 있어도, 

위와 같은 경험을 조금씩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저자 김봉현은 자신을 '내면의 정리수납지도사'라고 생각한다.

그는 좋은 내면을 가지고 있더라도 버릴 것, 제자리에 둘 것, 두어야 할 것을

제자리에 두지 않음으로 인해 그 좋은 내면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면을 정리하는 법, 즉 자기 영혼에 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것을 돕고 있고

이 책도 그 정리 작업 중 하나로 펴내었다.


<종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는 마냥 신앙고백적인 내용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종교 자체는 좋은 것이고 악을 추구하는 종교는 없다고 선언하며 시작한다.

인간에게 바르게 살아가고,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종교의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종교간의 싸움박질로 혐오감이 먼저 들거나, 

특히 요즘같은 시국에 '종교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 때,

종교가 무엇이고, 종류와 그 차이점, 어떻게 종교를 선택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인문학적인 책이기도 하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내용 중에서

종교에 대해 최대한 담백하게 지식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한 2부는 그래서 흥미롭다.

세속주의, 과학주의, 명상종교, 계시종교로 나누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종교를 분류하고 그 차이점과 지향점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특히, 매 소제목을 마무리할 때에는 '000라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을 두어

'그냥', '원래', '나는' 같이 맹목적이거나 주관적인 태도를 벗어나길 독려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있는 '000라면'의 성향을 자연스레 발견하게 하며

각각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도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나의 종교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





모든 종교가 옳다는 것이 모든 종교가 맞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공통되게 겪는 '죽음'에 대한 종교의 견해 차이가, 

그 종교를 믿(기로 선택하)는 사람의 삶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신'은 인간의 영역을 훨씬 벗어난 차원이므로

그 신에 대한 해석은 인간의 부족한 언어과 사고로 한정지을 수 밖에 없으며

어떤 종교가 삶과 죽음의 모습과 의미에 대한 '나의 질문'에 맞는 답을 주는지는

스스로 고민하며 배우고 찾아가야 한다.


신념의 영역이 종교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믿고 받아들이기로 한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편안한 길로만 노력없이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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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
정경화 지음 / 틈새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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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지극히 대비되도록 작성하여, 오히려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북유럽.

단정하고 차분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복지가 잘 되어있는 선진국.의 이미지로

'휘게' 같이 여유롭고 가정을 중시하는 삶의 스타일이 부럽고, 

도입하고 싶은 시스템들이 있어 호감으로 다가오는 국가들이다.

(특히 '핀란드의 교육'은 여러 차례 다큐멘터리나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뤄졌었다)


반면, 우울감이 높아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고, 

살인적인 물가에다 각종 서비스의 속 터지는 속도, 긴 겨울로 고립되는 생활처럼

우리나라 사람이 막상 가서 살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한 -언어도 그렇고- 


특히, 핀란드의 주요 사업체였던 '노키아'의 몰락과 그 여파로 경기침체가 이어져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는 뉴스를 보며

"역시 돈만 있으면 우리나라가 가장 살기 편한 곳이다-" 하고 자조하기도 했다.


헬조선이라고 폄하하고

만날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인들이 지긋지긋하며

갑질, 금수저, 계층의 고착화에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좌절하면서도

어떻게든 지금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의 세대가 살아가야 할 

우리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은 이율배반적이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한 나라의 색깔과 캐릭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국내의 '핀란드'에 대한 열망이 노키아의 몰락으로 사그라드는 관심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꽤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평가 척도는 '경제력' 인 것 같다.


'독립적인 시민'과 '사회적 신뢰'를 위해 사회의 자본을 아끼지 않고 쓰는

핀란드의 철학과 색깔의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던 저자 정경화는

<조선일보>에서 교육과 경제를 담당했던 기자이다.


그는 2009년 핀란드로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2016년 11월부터 1년간 핀란드에 단기 특파원으로 머물어 

핀란드와의 인연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다소 고개를 갸웃-하게는 되지만 ^^;

기자로 벼려진 기술과 전문 분야에서의 경험으로 

핀란드의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스타트업을 하는 청년, 실직한 가장 등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묻고, 보고, 들은 것들을 적어 

책으로 묶어내었다는 점에서 내용이 궁금했다.




핀란드가 핀란드가 되기 위해서는 세팅값과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대학까지의 무상교육, '기본 소득' 실험 같이 보편적인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핀란드의 조건과 상황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사실 우리가 핀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위를 했던 핀란드 교육 때문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1등을 좋아한다.

어느 분야든 1위 국가들의 예시를 보고 매뉴얼을 파악해서 단시간에 복제한다.

목표를 정하고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빠른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그러다보니 놓치거나 버리고, 무시하고 미뤄두었던 요소들을

-심지어 노키아가 망했을지라도- 최대한 부여잡고 있는 핀란드는 어떤 국가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는 페이지를 골라봤다.  





어느 집단이나 어느 시대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금처럼 전 지구적으로 뾰족한 해결방안이나 끝날 시기를 짐작할 수 없을 때

그 나라의 대응방식에서 드러나는 민낯, 가치관, 생활방식, 욕망들을 보게 된다.


핀란드는 문제를 맞닥뜨리면 '핀란드만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

교육에까지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시장주의가 지배적일 때

인구가 적은 핀란드는 '협력'과 '평등'을 최우선 가치로 교육 개혁을 추진했고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1위를 빼앗겼어도 차분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과 AI시대에 맞는 교육에 인기가 몰릴 때에도

교육의 본질은 협동심과 의사소통능력에 있다는 철학을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유지하며 아이들이 실험하고 협업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부화뇌동하지 않고 지켜가고 있다.

 


이런 '태도'가 사회 전반에 걸쳐 작용하면서

핀란드는 사회적 합의, 인재를 키우고 기술력을 쌓으며, 외부의 간섭을 조절하여

100여년에 걸쳐 경제 규모를 늘리고, 고난을 함께 극복하는 축적의 시간을 가졌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상적인 복지제도를 세웠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냈다.

복지제도가 비대해지면서 오히려 공공 시스템에 비효율성이 늘어나기도 하고 

엘리트와 기업의 해외유출이 많아지고 산업경쟁력이 떨어져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여 경제적 침체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핀란드의 핵심가치는 두터운 상호 신뢰다.


모든 제도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와 5170만명의 대한민국은 너무나 다른 국가이다.

마냥 부러워하고 따라잡으려고 성급하게 제도와 시스템을 건드리기보다는

핀란드의 방식처럼 우리만의 방식, 특히 긍정적인 중심가치를 지켜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1등'과 '돈만 있으면'을 핵심가치로 남겨야할까?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은

'세상에서 제일 00한 동네- 000이 천국을 만드는 법'의 빈 칸에

무엇을 채워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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