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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 죽음, 삶에 답하다
김봉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3월
평점 :

종교란 무엇인가.
요즘처럼 그 질문에 헛헛한 감정이 들 때가 없다.
삶의 어두운 지점을 지나고 있거나, 지났거나, 막 들어서려고 할 때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여러가지 방향으로 안간힘을 쓴다.
그 중 하나이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종교'같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속에서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이것이 아닐까?
삶을 다하면 죽는다.
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이라는 종착지는 같다.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다가,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 살아가는 과정에 어떤 가치관을 품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종교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책의 여러 말 중에서 위의 단락이 가장 깊숙하게 다가왔다.
합리적인냥, 이성적인냥 노력하거나 꾸며낼 순 있어도,
위와 같은 경험을 조금씩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저자 김봉현은 자신을 '내면의 정리수납지도사'라고 생각한다.
그는 좋은 내면을 가지고 있더라도 버릴 것, 제자리에 둘 것, 두어야 할 것을
제자리에 두지 않음으로 인해 그 좋은 내면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면을 정리하는 법, 즉 자기 영혼에 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것을 돕고 있고
이 책도 그 정리 작업 중 하나로 펴내었다.
<종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는 마냥 신앙고백적인 내용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종교 자체는 좋은 것이고 악을 추구하는 종교는 없다고 선언하며 시작한다.
인간에게 바르게 살아가고,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종교의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종교간의 싸움박질로 혐오감이 먼저 들거나,
특히 요즘같은 시국에 '종교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 때,
종교가 무엇이고, 종류와 그 차이점, 어떻게 종교를 선택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인문학적인 책이기도 하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내용 중에서
종교에 대해 최대한 담백하게 지식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한 2부는 그래서 흥미롭다.
세속주의, 과학주의, 명상종교, 계시종교로 나누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종교를 분류하고 그 차이점과 지향점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특히, 매 소제목을 마무리할 때에는 '000라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을 두어
'그냥', '원래', '나는' 같이 맹목적이거나 주관적인 태도를 벗어나길 독려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있는 '000라면'의 성향을 자연스레 발견하게 하며
각각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도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나의 종교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


모든 종교가 옳다는 것이 모든 종교가 맞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공통되게 겪는 '죽음'에 대한 종교의 견해 차이가,
그 종교를 믿(기로 선택하)는 사람의 삶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신'은 인간의 영역을 훨씬 벗어난 차원이므로
그 신에 대한 해석은 인간의 부족한 언어과 사고로 한정지을 수 밖에 없으며
어떤 종교가 삶과 죽음의 모습과 의미에 대한 '나의 질문'에 맞는 답을 주는지는
스스로 고민하며 배우고 찾아가야 한다.
신념의 영역이 종교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믿고 받아들이기로 한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편안한 길로만 노력없이 다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