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 - 오늘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3일 간헐적 단식
후나세 슌스케 지음, 오시연 옮김 / 보누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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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두 배 오래 살고 싶지 않으니,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동안은 잘 먹으며 살고 싶다.

이런 나의 생각은 나약하고 노화와 질병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 책의 저자는 후나세 슌스케.

그는 생태운동가이자 언론인, 평론가이다.

미국의 소비자권익운동의 핵심 인물인 랠프 네이더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소비자연맹, 소비자 계몽-아.. 지극히 일본답다- 등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며

특히 지구 환경, 현대 의료, 식품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의 '상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

단식이 건강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나

질병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건강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본인이 단식을 실천하며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데다가,

현재의 영양학과 '균형잡힌 식단'은

전쟁과 현대 의료 산업, 식육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음모론'에 가까울 정도로 충격적이라서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 할 때가 많았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절반만 먹어야'라는 타이틀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은 마냥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과 진료를 받는다."라는

일종의 상식이자 이성적이고 당연한 판단처럼 되어버린 공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저자가 제안하는

'병원에 가지 않고 병을 치유하는 다섯 가지 방법' 은 다음과 같다.

소식(단식), 웃음, 감사, 긴호흡, 근력운동.

책 제목처럼,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고

꾸준히 실천할 경우 분명히 몸에 좋아지는 방법이다.

장수의 국가, 소식의 국가인 일본 출신인 저자가 더욱 강조하는 것은

소식(단식)이다.

그는 소식이 만병을 치유하는 비법이라고 단언하며

6장 중 총 4장에 걸쳐 소식을 예찬한다.

소식으로 면역력과 해독력을 상승시켜 몸을 점차 좋아지게 만들고

간헐적 단식으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인간을 신과 다를 바 없게 만드는 40% 소식의 힘 ㅎㅎㅎ



감기, 복통, 설사, 두통 뿐 아니라
변비, 아토피, 무좀, 요통, 우울병, 당뇨병, 심장병, 간 질환도
모두 나을 수 있다고 하는 데에서는 믿음이 선뜻 가지 않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식이는 질병 및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백번 맞는 말이었다.

면역력과 관련된 감기, 몸이 받지 않는 음식으로 인한 복통과 설사,

과도한 지방과 단백질만을 섭취해 균형을 깨뜨려서 오는 변비,

몸의 해독작용을 하는 간을 혹사시켜 생기는 간 질환과

혈액순환 장애나 피를 끈적하게 만들어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식이로

더욱 심해질 수 있는 심장병,

내 몸과 맞지 않는 특정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입에만 맞고 간편한 음식을 장복해 생기는 (것으로 추청되는) 아토피, 무좀, 당뇨병 등,

지금까지는 골고루 균형잡힌 식사를 꼬박꼬박 해야

건강한 식이 습관이라고 여겼던 생각에서

조금만 더 올바르게 나아가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예전처럼 먹지 못해 굶주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돈만 있으면 계절감을 무시한 채로 원하는 과일을 사다 먹을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만 생장하는 과일, 채소, 특정 육류나 생선류도

다음 날 새벽까지 문 앞으로 배송시킬 수 있는 것이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이런 풍요로움이 현대인에게 가지고 온 것은 각종 질병이다.

미국을 동경하는 일본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국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며

일본의 전통이었던 '소식'이 옳은 것이라는 저자의 모든 말에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다소 극단적으로 들리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수이지만 의미있는 자료과 연구들과

실제 단식요법을 실천하여 각종 질병을 낫게 하고 있다는

3명의 일본 의사들의 짤막한 인터뷰는


불필요한 체내물질을 지방과 독소로 쌓아두게 만드는 폭식(혹은 배부르게 먹는 것)과

단 것, 자극적인 양념류, 식품 첨가물, 탄산음료에 대해 '이번만!' '이것쯤이야' 하며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대했던 마음에 확실하고도 단호한 경종을 울려주었다.

<절반만 먹어야 두배 오래산다>에서 강조하는 실천법은 '호흡법'이다.

호흡으로 심신의 안정을 가져오고, 몸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시간을 갖고

깨끗한 산소가 혈관 구석구석을 거쳐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섬세하게 관찰하도록 한다.

자신의 몸이 아플 때가 되어서야만 비로소 신경을 쓰고 보살피는 일을 그만 두고

평소에 세심하게 관리하면 건강하게 활발히 기능하며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소식과 호흡이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영역이라면

감사와 웃음은 정신과 영혼은 물론,

정신과 영혼의 지배를 받는 몸을 낫게 하는 습관과 태도의 영역이다.

감사와 웃음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치유되는 경험에다

웃음이 인간의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실험,

힘찬 웃음이 심호흡 2번 만큼의 산소를 체내에 넣어주는 실험 결과,

폭소로 뇌 혈류가 증가하여 기억력 테스트에서 의미있는 정답률을 보인 실험,

스트레스 물질인 코르티솔을 감소시켜

관절류머티즘을 악화시키는 인터루킨 수치를 현격히 떨어뜨린 실험 등

웃음 효과의 과학적 근거를 충실하고 꼼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 두 명 중 한 명은 '병원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100%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책 제목 그대로, 지금 당장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건강과 웰빙을 위한 방법들을

하나씩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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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먹고사니즘, 자낳괴 라는 신조어도 생겼지만,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묻고 답할 수 있는

심적, 물리적 여유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철학을 전공한 지인이 우스개소리로 한 말이 생각납니다.

경제가 한참 부풀어 오르던 시절에 철학과는 인기가 없는 과였다가

대입에서 '논술'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포션을 차지한 덕분에

'문송합니다'의 최말미에서 회생하였고

풍요로워지는 물질을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의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지고,

각자의 시작점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마르게 하면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정신과 영혼에 굳건한 심지가 필요해

철학을 찾게 되었다고.


역시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사회를 분석하고 이유를 생각해내어

납득이 가도록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학과를 나오면 뭐 먹고 살아요?' 혹은 그와 유사한 말로

'철학이 밥 먹여주냐?' 고 했던 '비실용적인' 철학이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문화와 사상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인권을 존중받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법적인 보장은 받지만

자기가 속한 지역/나라의 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당위 및 이상과 현실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인지부조화에 빠진 개인들을

절망으로부터 구원해주는 역할을 든든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인생이 흔들린다고 느낄 때, 앞이 보이지 않게 막막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각자 위로와 의지가 되는 것을 찾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나 멘토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탐닉이나

집착(술, 약, 무기력, 무법, 비틀린 관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럴 때 철학은 삶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세계관을 제시해 주어

내 삶의 주인자리에 내가 앉을 수 있도록 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의견과,

사실인지 주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새로운 지식들이

그야말로 매 시간 단위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릴 때,

철학은 우리에게 자기 생각과 자기 기준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에는 열 두명의 철학자가 나와

그들이 연구하고 탐구하고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얻은

인생, 삶, 인간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 해 줍니다.



사실 학교에서 배웠을 때,

철학과 사상은 단어나 용어가 쉽지 않다는 기억이 생생해서

쟁쟁한 열 두 명의 철학자들의 지혜를 만나는 데에는

호기심과 더불어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


그런데, 이 책은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일 때보다 나이가 들고, 경험도 생겨

생각에 영향을 미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와 지지엔즈의 공이 큽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일본의 철학자입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 종교, 문학을 공부했고

철학의 쓸모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많은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 중에는 전 세계적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초역 니체의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 중에서 눈에 익은 제목도 있네요.

재밌게 읽었던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기꺼이 나로 살아갈 것>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지지엔즈는 대만의 철학자이자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 사상을 넘나들며 철학의 세계관에 흠뻑 빠졌다는

작가의 소개가 과장이 아닙니다.

뉴욕주립대학 버펄로 캠퍼스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대만 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비판적 사고, 윤리학 등의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철학의 지혜를 청소년들,

즉 초중등 학생들에게 전하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답니다.


두 명의 전공자이며 작가는

사람들에게 철학을 학문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근원으로 안내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시대에나 비슷하게 존재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것과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쟁쟁한 철학자들의 어려운 사상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이론과 개념, 용어는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총 4개의 강의로 구성된 책에서는

각 강의의 주제에 맞추어 철학자를 초대하고 그들의 지혜를 묻습니다.

삶의 문제에 대한 철학자의 사상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주어,

왜 '00주의'라는 말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합니다.

이 책은 질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시대로 돌아가

그와 '문답법'을 통해 지혜를 얻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상황을 가정하고, 예를 들어 공감하게 하고,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합니다.


어쩌면 학생일 때의 철학은

시험공부를 위해 암기하는 과목으로 받아들인 탓에

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 소개된 세계적인 철학자들조차도

자신의 사상에서 '당위'라고 설파한 명제를

모두 다 실천하는 삶을 살지는 못했다는

깨알같은 정보도 독자들에게 위로와 힘을 줍니다.


철학을 배우는 학생이나 연구하는 교수들 조차도

철학적 사고를 유지하고 올바른 해석을 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

잦은 오류와 실수, 의심스러운 결과에 종종 도달하고야 만다는 고백(?)은

철학의 길에서 비틀거릴지라도 끝까지 걸어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줍니다.



한 명의 철학자와 그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 끝나면

'두 철학자가 나누는 지적 대답'이란 코너에서

하루히코와 지지엔즈가 서로에게 묻고 답하면서

그들의 생활에서 도전과제로 만나는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지혜를 나눕니다.



책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멋진 말들은 짧고 간결하지만

울림이 커서 마음에 남습니다.


내가 보고, 이해하고, 깊게 생각하기를 거부했던

내 삶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그 상황을 '문제'로 만들었던

나의 사고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돌아보고

구태의연하여 나를 옭아맸던 것들을 깨뜨리고

새롭게 태어나도록 돕는 '철학'


철학자는 죽었지만

그들의 사상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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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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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독자들의 기대를 반쯤 차지해 버리는 작가들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는 인물들의 감정을 치밀하게 풀어내면서

그 인물들이 겹겹이 짜여진 스토리에서 어떻게 결말을 맞이할지에 대해

독자들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게 만드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


게이고가 아니고서는 각 권이 500페이지, 440페이지에 육박하는 

2권 세트인 책을 부담감이 아닌 기대감과 아쉬움을 갖고 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환야>는 그의 전작 중 <백야행>을 떠올리게 한다.

<백야행>도 매운맛이었는데 <환야>는 앵그리맛이다.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마음을 주며 책을 읽어나가는 스타일인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끊을 수 없는 마라탕일지도...


<환야>의 주인공은 마사야와 미후유이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마사야의 아버지의 빈소.

자살한 아버지도 충격이지만 빈소에 와서 빚 독촉을 하는 고모부에게 

분노와 환멸을 느낀 마사야는, 다음 날 새벽 엄청난 지진을 만나

가족과 삶의 터전, 그리고 이성이나 온전한 판단력을 모두 잃어버린다.

대재난의 혼란 속에서 공장 잔해에 깔린 고모부를 충동적으로 살해한 마사야.

그리고 그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한 젊은 여자 미후유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배경이 된 시기는 1995년 1월에 일본을 강타한 한신 아와이 대지진이다.

그 해 3월에는 일본 지하철에서 그 유명한 사린가스 사건이 일어났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경기가 침체되고, 

일본이 우월감을 갖고 우습게 여기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우울감과 패배감이 지배하던 일본을 지배하는 정서가 되었던 시절이다.

게다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지진에 더하여 

인간성을 말살하여 희망마저 꺾어버린 사린가스테러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 암울한 정서가 이 작품에는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다음 독자들이 충분히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특성과 재미를 만끽하도록  

먼저 읽은 사람의 예의를 지키고 리뷰에서 많은 내용을 드러내면 안 될 것 같다.

심지어 이 심플한 차례는,

독자가 조금이라도 어떠한 생각과 선입견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지 않도록

오로지 두터운 점과 페이지 표시로만 되어 있다.



하지만 <백야행>을 본 사람들이라면 마사야와 미후유가 

어떤 어둠 속을 걸어가고 어떤 '환야'를 보내게 될 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것이다.

사실, 게이고의 팬들은 이 흡인력있는 작품이 일본에선 이미 베스트셀러이며

무려 10년 전, 8부작의 TV드라마로 방영된 사실을 알 것이다. 시청했을 수도 있고.^^ 


책을 읽고 난 다음에 표지를 보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새까만 어둠 속에 오로지 서로만을 의지하고 있는 듯 보이는 남자와 여자의

하얀 그림자. 


1권에서는 이렇게 손을 잡고 있던 두 사람이,



2권에서는 하얗고 창백하게 어둠을 밀어내는 둥근 달 아래에서

따로 떨어져 있다.


여자의 그림자는 방향성이 있지만 남자는 우두커니 서서 어찌할 줄 몰라 보인다.



이것이 마사야와 미후유이다.


타고난 미모와 재능을 갖춘 미후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목표지향적이고 자신이 욕망하는 것은 반드시 얻고야 말도록

거짓말과 지략,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과 기술(?)을 서슴없이 쓸 정도이다. 

순도 100%의 욕망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승승장구와 성공의 달콤함은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충실하게 치워주는

마사야의 헌신과 사랑 덕분이다.

마사야의 사랑은, 미후유가 어떠한 선택을 해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미후유는 마사야가 곤경과 위험에 빠질 때마다 그를 구해내는 구원이 된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 세상의 어둠 속에서 서로가 의지할 존재는 서로일 뿐이라고

주문과 세뇌처럼 마사야에게 말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가차없이 달리는 미후유는 

그녀와 마사야의 주변에 수상한 사건들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경시청 형사 카토는 사건들을 좇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독자는 주로 마사야와 카토의 시선으로 스토리를 읽어나가게 되고

'희대의 악녀' 수준으로 욕망의 폭주기관차를 몰던 미후유의 비밀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왔던 에피소드와 복선들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드러날 때,

두꺼운 분량의 페이지를 넘기며 올려왔던 긴장감과 감정이 함께 터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세계를 맛보게 된다.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남자와 욕망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여자.

밝은 낮에는 함께 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어두운 밤이 그들을 감싸기를 기다린다는 점.

그리고 필연적으로 불행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이고 비틀린 관계를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속삭임으로 지속시킨다는 점.

이 둘과 둘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형사가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환야>와 <백야행>을 연결시키게 한다.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행복'과 '사랑' 그리고 '헌신'에 대해 탐구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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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송이 사계절 컬러링북 - 여섯 고양이들의 뭘 해도 괜찮은 하루
냥송이 지음 / 별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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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슬기롭운 집콕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이 SNS에서 유행하고 있다.

컬러링 테라피의 열풍이 이미 뜨겁게 불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컬러링북이 발간될 때 마다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엔 고양이다.

무심한 듯 시크한 고양이.

인간을 집사로 자리매김 하게 만드는 고양이.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따뜻한 온기로 함께 해주는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 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집사로 간택되지 못한 사람들

"나만 고양이 없어!' 하고 슬퍼하지 말고 이 책을 잡으시라.

그럼 당신'두'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뀜에 따라

사랑스러움의 색깔도 다채로워지는 고양이들을

고양이 털을 빗겨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칠해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고양이 부자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라인만 존재하는 고양이의 털 색깔을 궁리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역시 고양이는 쉽지 않은 존재다.

오묘하고 아름다우며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모르는 구석이 훨씬 더 많은

매력만점 고양이들을 만나보자!




고양이의 한가로움, 마이웨이가 계절감 속에서 표현되어 

색칠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섬세(라고 쓰고 초고난이도라고 이해한다)한 그림이 아니어서

컬러링을 처음 하는 사람이나 곰손인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그림부터

동화책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거나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까지 골고루 실려 있어

독자는 자기의 기분과 도전정신에 따라 선택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봄이면 병아리 소리가 들리고

등을 가득 채운 책가방을 메고 오종종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았는데...


이렇게 학교 앞 문구점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맛있고 몸엔 어떨 지 모르는 문구점에서만 파는 과자를 먹으며

작은 오락기가 부서져라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몰입하는 시간, 다양한 색깔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하나를 끝냈을 때의 성취감.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주말을 즐겁게 보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책 제목을 잘 보면 '여섯 고양이들의 뭘 해도 괜찮은 하루'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제야 이 책에 나온 (선만 있는) 고양이들이 여섯 개의 캐릭터였다는 걸 깨달았다.


컬러링을 다 끝내면 '고양이의 일 년' 같은 제목의 동화책이 될 것 같은

<냥송이 사계절 컬러링 북>이다.


ps: 종이가 두툼하고 살짝 매끌한 재질이라 

   색연필, 수채색연필, 파스텔 모두 사용할 때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마커는 (맨 마지막 장에 시험해 봤는데) 뒷 면에 -당연히-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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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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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되어도, 상당한 금액이 아니라면 출근을 해야할 것이다.

퇴사가 아니라 출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공감 맥스를 찍을 것이다.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토요일에 로또 결과를 -별 기대 없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기다리고

꽝인 걸 알게 되고 심지어 일요일 오후에 몸서리를 치고 주말의 끝을 부여잡다가

월요일에 다시 출근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렇게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뽑아내는 가래떡 기계같은 작가는 이하루님.



작가의 전작 <나는 슈퍼 계약직입니다>도 웃프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무척 기대되었고,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11년차 노동자의 근무 일대기는

공감가는 구석이 많아 읽는 내내 높은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럴 땐 이렇게 했어야 했군" 하는 좋은 팁을 주기까지 한 교육자료 같기도 하다.


제001회 월요일이 싫어요. 회사가 질려요.

제002회 퇴사 씩씩거리며 씩씩하게

제003회 일도 사람도 리셋하고픈 월요일

제004회 쓸데없이 회사생활을 이롭게 하는 것들

제005회 회사 가기 싫어서 받은 심리상담

에 부록 매일 상상해도 질리지 않는 로또 1등으로 구성된 책은


일주일 중 5일을 힘들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주말인 2일만을 기다리는 

직장인의 마음과 상황을 자신의 경험을 재미나게 녹여내며 독자가 책에 빠지게 한다.



특히, "아프면 쉬세요"라는 말이 요즘에야 사회적 공감을 살 정도로

성실과 근면, 인내를 강조하는 (특히나 고용인에게는 더욱) 대한민국에서

자연재해 조차도 내 출근길을 방해하는 요소이자 극복해내야 하는 경험쯤으로

전락해버리고야 마는 웃픈 현실들 속에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오늘도 일터에서 나와 '안 맞는' 사람을 만나 열받았던 마음이

"그래. 그 사람도 이렇게 힘들었겠네."  "어차피 남의 돈 벌기는 그나 나나 어렵지" 로

조금 넉넉해지고 관대해지는 마음을 가졌다는 뿌듯함과까지 얻을 수 있게 한다.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 '시스템' 혹은 그나마도 없는 '시스템의 부재'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갈아넣어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것을

언제쯤이면 고용주들은 인지하고 반성하고 고치게 될까? 



주말은 기어코 오는 것 처럼

자의든 타의든 회사 인간으로 더 이상 살지 않게 되는 때도 기어코 온다.


한때는 내가 하는 일, 그 일의 의미, 성장과 변화의 즐거움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희미하겠지만 흔적기관처럼 남아 있다.)

사랑에도 권태기가 오는 것처럼, 

지금 로또 당첨과 퇴사를 꿈꾸게 된 회사원들도 일에 권태기가 온 것이 아닐까?


정말이지, 월급으로만 다니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참하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이 그 돈으로 등가교환된다고 생각하기 싫다.

퇴사가 아닌 출근을 진정한 마음으로 '선택'하기 위해 노동권태기를 

슬기롭게 지나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면 좋겠다.


올해 실천과제를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매일 아침 읽고 있다!


1. 하던 일을 돌아보고 초심을 되찾기.

1.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하기.

1. 완벽함을 바라는 주변의 허황된 기대에 흔들리지 말기.


어쨌거나 인생은 기어코 희망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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