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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로또가 되어도, 상당한 금액이 아니라면 출근을 해야할 것이다.
퇴사가 아니라 출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공감 맥스를 찍을 것이다.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토요일에 로또 결과를 -별 기대 없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기다리고
꽝인 걸 알게 되고 심지어 일요일 오후에 몸서리를 치고 주말의 끝을 부여잡다가
월요일에 다시 출근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렇게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뽑아내는 가래떡 기계같은 작가는 이하루님.

작가의 전작 <나는 슈퍼 계약직입니다>도 웃프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무척 기대되었고,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11년차 노동자의 근무 일대기는
공감가는 구석이 많아 읽는 내내 높은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럴 땐 이렇게 했어야 했군" 하는 좋은 팁을 주기까지 한 교육자료 같기도 하다.
제001회 월요일이 싫어요. 회사가 질려요.
제002회 퇴사 씩씩거리며 씩씩하게
제003회 일도 사람도 리셋하고픈 월요일
제004회 쓸데없이 회사생활을 이롭게 하는 것들
제005회 회사 가기 싫어서 받은 심리상담
에 부록 매일 상상해도 질리지 않는 로또 1등으로 구성된 책은
일주일 중 5일을 힘들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주말인 2일만을 기다리는
직장인의 마음과 상황을 자신의 경험을 재미나게 녹여내며 독자가 책에 빠지게 한다.

특히, "아프면 쉬세요"라는 말이 요즘에야 사회적 공감을 살 정도로
성실과 근면, 인내를 강조하는 (특히나 고용인에게는 더욱) 대한민국에서
자연재해 조차도 내 출근길을 방해하는 요소이자 극복해내야 하는 경험쯤으로
전락해버리고야 마는 웃픈 현실들 속에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오늘도 일터에서 나와 '안 맞는' 사람을 만나 열받았던 마음이
"그래. 그 사람도 이렇게 힘들었겠네." "어차피 남의 돈 벌기는 그나 나나 어렵지" 로
조금 넉넉해지고 관대해지는 마음을 가졌다는 뿌듯함과까지 얻을 수 있게 한다.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 '시스템' 혹은 그나마도 없는 '시스템의 부재'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갈아넣어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것을
언제쯤이면 고용주들은 인지하고 반성하고 고치게 될까?

주말은 기어코 오는 것 처럼
자의든 타의든 회사 인간으로 더 이상 살지 않게 되는 때도 기어코 온다.
한때는 내가 하는 일, 그 일의 의미, 성장과 변화의 즐거움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희미하겠지만 흔적기관처럼 남아 있다.)
사랑에도 권태기가 오는 것처럼,
지금 로또 당첨과 퇴사를 꿈꾸게 된 회사원들도 일에 권태기가 온 것이 아닐까?
정말이지, 월급으로만 다니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참하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이 그 돈으로 등가교환된다고 생각하기 싫다.
퇴사가 아닌 출근을 진정한 마음으로 '선택'하기 위해 노동권태기를
슬기롭게 지나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면 좋겠다.
올해 실천과제를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매일 아침 읽고 있다!
1. 하던 일을 돌아보고 초심을 되찾기.
1.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하기.
1. 완벽함을 바라는 주변의 허황된 기대에 흔들리지 말기.
어쨌거나 인생은 기어코 희망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