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먹고사니즘, 자낳괴 라는 신조어도 생겼지만,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묻고 답할 수 있는

심적, 물리적 여유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철학을 전공한 지인이 우스개소리로 한 말이 생각납니다.

경제가 한참 부풀어 오르던 시절에 철학과는 인기가 없는 과였다가

대입에서 '논술'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포션을 차지한 덕분에

'문송합니다'의 최말미에서 회생하였고

풍요로워지는 물질을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의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지고,

각자의 시작점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마르게 하면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정신과 영혼에 굳건한 심지가 필요해

철학을 찾게 되었다고.


역시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사회를 분석하고 이유를 생각해내어

납득이 가도록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학과를 나오면 뭐 먹고 살아요?' 혹은 그와 유사한 말로

'철학이 밥 먹여주냐?' 고 했던 '비실용적인' 철학이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문화와 사상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인권을 존중받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법적인 보장은 받지만

자기가 속한 지역/나라의 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당위 및 이상과 현실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인지부조화에 빠진 개인들을

절망으로부터 구원해주는 역할을 든든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인생이 흔들린다고 느낄 때, 앞이 보이지 않게 막막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각자 위로와 의지가 되는 것을 찾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나 멘토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탐닉이나

집착(술, 약, 무기력, 무법, 비틀린 관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럴 때 철학은 삶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세계관을 제시해 주어

내 삶의 주인자리에 내가 앉을 수 있도록 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의견과,

사실인지 주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새로운 지식들이

그야말로 매 시간 단위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릴 때,

철학은 우리에게 자기 생각과 자기 기준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에는 열 두명의 철학자가 나와

그들이 연구하고 탐구하고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얻은

인생, 삶, 인간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 해 줍니다.



사실 학교에서 배웠을 때,

철학과 사상은 단어나 용어가 쉽지 않다는 기억이 생생해서

쟁쟁한 열 두 명의 철학자들의 지혜를 만나는 데에는

호기심과 더불어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


그런데, 이 책은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일 때보다 나이가 들고, 경험도 생겨

생각에 영향을 미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와 지지엔즈의 공이 큽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일본의 철학자입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 종교, 문학을 공부했고

철학의 쓸모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많은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 중에는 전 세계적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초역 니체의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 중에서 눈에 익은 제목도 있네요.

재밌게 읽었던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기꺼이 나로 살아갈 것>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지지엔즈는 대만의 철학자이자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 사상을 넘나들며 철학의 세계관에 흠뻑 빠졌다는

작가의 소개가 과장이 아닙니다.

뉴욕주립대학 버펄로 캠퍼스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대만 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비판적 사고, 윤리학 등의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철학의 지혜를 청소년들,

즉 초중등 학생들에게 전하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답니다.


두 명의 전공자이며 작가는

사람들에게 철학을 학문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근원으로 안내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시대에나 비슷하게 존재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것과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쟁쟁한 철학자들의 어려운 사상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이론과 개념, 용어는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총 4개의 강의로 구성된 책에서는

각 강의의 주제에 맞추어 철학자를 초대하고 그들의 지혜를 묻습니다.

삶의 문제에 대한 철학자의 사상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주어,

왜 '00주의'라는 말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합니다.

이 책은 질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시대로 돌아가

그와 '문답법'을 통해 지혜를 얻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상황을 가정하고, 예를 들어 공감하게 하고,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합니다.


어쩌면 학생일 때의 철학은

시험공부를 위해 암기하는 과목으로 받아들인 탓에

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 소개된 세계적인 철학자들조차도

자신의 사상에서 '당위'라고 설파한 명제를

모두 다 실천하는 삶을 살지는 못했다는

깨알같은 정보도 독자들에게 위로와 힘을 줍니다.


철학을 배우는 학생이나 연구하는 교수들 조차도

철학적 사고를 유지하고 올바른 해석을 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

잦은 오류와 실수, 의심스러운 결과에 종종 도달하고야 만다는 고백(?)은

철학의 길에서 비틀거릴지라도 끝까지 걸어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줍니다.



한 명의 철학자와 그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 끝나면

'두 철학자가 나누는 지적 대답'이란 코너에서

하루히코와 지지엔즈가 서로에게 묻고 답하면서

그들의 생활에서 도전과제로 만나는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지혜를 나눕니다.



책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멋진 말들은 짧고 간결하지만

울림이 커서 마음에 남습니다.


내가 보고, 이해하고, 깊게 생각하기를 거부했던

내 삶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그 상황을 '문제'로 만들었던

나의 사고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돌아보고

구태의연하여 나를 옭아맸던 것들을 깨뜨리고

새롭게 태어나도록 돕는 '철학'


철학자는 죽었지만

그들의 사상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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