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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 연습 - 끊임없는 생각과 계획에 중독된 현대인을 위한 주의력 사용설명서
아미시 자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0월
평점 :
진짜 인생에서 이만큼 주의력 산만/저하의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테지만, 요즘 검색어와 유튜브 시청내역을 다 섞어버리면
블랙홀도 나올 것만도 같은 잡탕복잡, 그러나 산출물은 아무것도 없음의 시간이며,
폰에다 적어두고 -알람이 오면 흘끗 보고 꺼버린다. 알람이 수십만개가 오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에다 적어두고 -그런데 집에 두고 출근해버려서 기억이 안나고-
사무실용 다이어리/캘린더를 사용하고 -그런데 거기 적은 내용은 집 다이어리에 안 적고-
자꾸 놓치고 그러니까 하기 싫고, 미루고, 그러지 않으려고 계획하고 또 놓치는
바보같은 악순환의 휠을 느릿느릿 돌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주의력 연습>이라는 책으로 주의력을 좀 올려볼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띠지에 있는 '딴 생각하는 마음 길들이기'과 '하루 12분'이라는 말에 혹- 빠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뇌과학자가 설계했다고 해도 하루 12분의 최적 연습 프로그램만으로
주의력 저하, 산만 끝판왕의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었으면
이 세상에 성인 ADHD, 명상, 집중력 강화 연습이란 말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띠지보다는 오히려 부제에 있다.
'끊임없는 생각과 계획에 중독된'
해야할 것도 많고 자극과 유혹은 그보다 더 많은 데다가
해내야 하는 기준은 그 어느때보다 높고 결과를 내야하는 시간은 짧은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뇌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진화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중이다.
포식자를 피해 숨어야 목숨을 부지하고,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쫓아야 그 날 먹을 양식을 마련할 수 있는 수렵의 시대에서처럼
뇌는 끊임없이 외부의 자극에 집중하고 내면의 흐름을 맹목적으로 따라간다.
따라서 집중한다는 것은 내면의 힘을 키우는 현대의 생존전략이다.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머리 속에 잘 담지 않고
길고 깨알같이 적힌 글과 그 속에 담긴 정보는 '누가 세 줄로 요약 좀' 의 요청 속에
먹기 좋게, 그러나 어딘가 함정을 품고 잘려서 소비된다.
밈과 썸네일로 강렬하게 요악되는 sns와 쉴새없이 새 것이 넘쳐나는 피드.
본방사수!를 하지 않아도 30분 앞뒤로 혹은 원할 때면 언제든 볼 수 있는 OTT.
'지금, 여기'가 아니더라도 누릴 수 있어 보이는 것은 참 많다.
그래서 더욱 주의력이 필요하다.
일이나 공부는 놀이처럼 재미있지 않다.
배움과 성장은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그리고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못하는 것을 견디고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서,
마음이 지루함과 부담감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널뛰지 않도록 조절하기 위해서
쉽게 화를 내고 급한 성미가 되어 실수를 저지르고, 자신의 실수에 짓눌려서
아예 시작하기를 겁내며 회피하고 멍-하게 되지 않기 위해서,
집중력 훈련이 필요하다.
저자 아미시 자는 신경과학자, 교수, 두 아이의 엄마로서 과업을 수행하며
모든 역할(이 다 중요하므로)을 잘 해내려는 시도를 하다 주의력 위기를 느꼈다.
압박이 심한 상황 속에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있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질문하며 주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습방법을 여러 예시와 실험 결과를 덧붙여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구체적 예시가 장점이자 단점인 것이,
이 책을 집어든 독자는 아무래도 주의력이 떨어졌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을 확률이 높은데,
내용이 늘어지거는 에피소드들이 일종의 부비트랩처럼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짝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쓰지 않을 법한,
외국어느낌이 여전한 단어들은 적응이나 몰입을 조금 방해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긴 글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섬광'이다.
내 주의력, 집중력, 정신과 마음이 정처없이 헤맬 때
'섬광'이라는 인위적이고도 즉각적인 자극을 마음 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를 '지금, 여기'로 돌려놓을 수 있고 내일과 앞으로의 계획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작은 일, 귀찮은 일, 싫은 일에
손을 대고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실체감)를 찾게 된다.
물론, 자기계발서를 읽고 난 다음의 자괴감이 그렇듯
책을 읽는다고 바로 변화하는 내 자신- 멋지고 자랑스럽다-을 만나지는 못했다.
여전히 미루고 헤매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도 저물어가고 내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내가 만든 재앙이 눈덩이처럼 내 쪽으로 돌진해오는 두려움을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으로 직면해보고자 한다.
이미 저질러진 일을 두려워하고 피한다고 하면 굴러오는 눈덩이에
이것저것 이물질만 더 묻을 뿐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 연습은 나를 위한 것이고
연습을 통해 도달해야하는 목표와 그 시점도 내가 정하는 것이다.
주의력도 한정된 자산이다.
그 자산의 범위 안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에 적절하게 주의력과 집중을 부여하는
자기조절 및 관리능력을 하루 12분씩 트레이닝을 통해 길러보자.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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