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헤매는 마음
임승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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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가성비, 가심비. 투입 대비 산출. 

다 똑같은 말이지만 결국 손해보고 싶지 않고 호구되고 싶지 않다는 말인데

<기꺼이 헤매는 마음>이라니.

이런 여유, 오래간만이군. 하며 책을 펼쳤다.


모든 것이 정신없던 2022년 후반기를 지나

더더욱이나 정신 못차리고 하루를 치워내던 연말(로 끝날 줄 알았지...)에

기껍게 더뎌짐을 반기는 저자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궁금했고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임승주 작가는 방송작가이다.

1983년생이라니 요즘의 그 MZ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MZ고 X고,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작게 들여다 볼수록 오히려 비슷한 구석이 많게 느껴지는 것은

어느 세대에 속해 있건 간에 우리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혈액형, 별자리, 띠, 사주 혹은 MBTI가 무엇이든 간에

타고난 성향/성질을 존중받으며 다듬어 질(?) 필요없이 산다는 것은

(아. 이렇게 적기만 해도 꿈같다) 아무에게도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살다보니 몽돌처럼 이래저래 깎여가며 배운 동지들이기 때문이다.


평범과 중간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러나 세상 만사와 사람들의 마음, 생각에 호기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을 가지고 게다가 말과 글을 다루며 살고 있기에

좋아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꽤나 큰 셈이다.


총 4부에 걸쳐 진행되는 인생극장 같은 이 책의 구조는

그러니까 어린 시절에 채 영글지 못한 마음과 색깔을 갖고 있던 작가가

타인을 만나고 세상을 접하며 어른으로 살아가며 갖게 된 자신의 모습을 

일, 건강, 관계 등 여러 삶의 과제를 통과하며 온전히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과

그래서 다시 인생이라는 알쏭달쏭한 길에 살짝 가뿐하고 조금 더 용기를 내는 

현재진행형의 모습이 요모조모 담겨 있다.




직업은 달라도 비슷한 상황과 사람들을 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본 사람들은

공감하며 밑줄 그을 구절들도 꽤나 많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혹은 이해하기조차 싫었던- 

나와는 전혀 다르다고 여겼던 사람의 생각, 마음, 태도의 한 켠도 

(납득과 이해를 한 스푼 얹으며) 슬며시 들여다볼 수 있기도 했다. 


어쩌면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솔직하게도 적을 수 있겠구나- 싶게

본인의 못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까지 담담하고 편하게 얘기하는 저자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책 곳곳에 스며들다 빠져나오곤 했다.


대단하지 않은 날도, 밉고 창피한 날도,

스스로가 엄청나다고 느껴지며 왠지 초인이 된 것 같은 날도

이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짧막하게나마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 위로나 공감의 토닥임을 애써 전하려 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책.

<기꺼이 헤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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