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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다시 살다 - 오래된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인 생각들
최유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나 '동네'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친척, 친구, 조상의 연고가 있는 곳은 확장하지 못할지언정 스러지지 않는다.
도시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자리를 찾아 여러 지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만든 곳이라
도시가 생성된 근원적 이유의 생명이 다하고 난 뒤 도시의 생명을 연장 혹은 부활시킬
또 다른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쓰임을 다하고 남은 폐허만 흉물로 남을 뿐이다.
라고 하는데 정말일까?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도시가 더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고향'을 '대'도시라고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
태어나 보니 주변에 산/논/밭 대신 건물이, 바다 대신 n 차선 도로가 있을 뿐이다.
산/논/밭이 없다는 것은 먹고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도시의 흥망성쇠에 부침이 있을지언정,
먹거리를 다시 한번 발굴하고 시간이 켜켜이 쌓여 도시에 사람이 머물게 되면
주춤했던 도시도 다시 활기를 찾지 않을까?
이런 의문과 결심에서 시작한 것이 오래된 소도시를 살리는 창의적 생각들이다.
"사람이 돌아오는 소도시들은 무엇이 다른가?"를 화두로 삼은 저자 최유진은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에서 도시 재생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장 중심 연구를 지향하는 학자로, 사회적 경제를 전파하는 활동가로,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기록하는 작가로 살아가는 중이다.
저자가 2년 전 즈음, 동네 주민들과 함께 시민 학습 모임을 진행하면서
활동을 마무리 지으며 '좋은 도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을 했고
살고 있는 곳에 '다음 세대'를 주목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얻었다는 이야기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고향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모든 도시가 대학과 큰 일자리를 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 요소들을 제외하면,
풍요와 경제적 요건보다는 환경과 안전, 혐오와 배제 없는 공동체의 구성이
떠나갔던 사람의 마음에 그리움을 심고, 다녀 갔던 사람의 마음에 정을 쌓는다.
소도시를 살리기 위해 벽화 사업, 카페 거리 등 테마를 잡아 여행객을 불러 모아도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피곤하게 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이전의 시도와 경험으로 깨달은 저자는
미국의 사례와 대한민국의 현재를 연결지으며 공동체, 공간, 콘텐츠에 주목한다.
비슷비슷한 주제로 획일화 또는 경쟁이 되거나,
외부의 방문/지원에 더 크게 기대는 도시는 홀로 설 수 없어 불안하다.
특히 오염, 환경, 건강이 핵심 가치가 된 요즘을 생각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꾸리고 환경을 가꾸려는 마음을 가지고
멀리 내다보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도시 재생의 첫 걸음일 것이다.
비어있는 공간, 기피했던 시설도 콘텐츠와 사고의 전환이 얼마든지 살릴 수 있음을
실제 성공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다.
방문했던 공간을 책에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한번 더 찾아가 보고 싶기도 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프로젝트/기획은 목금토 크래프트였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에서 '목금토 크래프트'를 검색해도 된다.
안성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이라는 이름은 낯선데 (그리고 좀 길기도....)
이 풍물단의 본거지인 안성맞춤랜드에 있는 공방단지이다.
주차도 쉽고(정말 중요!!), 크래프트 그 자체가 하나의 주민사업체이며
모두 일곱 개의 개별 사업체로 구성된 법인이라 '사업자 협동조합'의 구조와 비슷하다.
한지 공방, 가죽 공방, 도예 공방, 실 아트 공방, 염색 공방, 핸드페인팅 공방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한 지역을 방문했을 때 알차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카페형이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경우도 좋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작업 공간과
상품 판매 공간이 같이 있고 체험 프로그램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들은 지속적으로 찾아가 볼 수도 있겠다.
한 번에 마법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되겠어?' 라는 도움 안되는 발언에도
꾸준히 내가 사는 곳을 아끼고 다듬는 마음들이 도시 재생을 가능하게 하고
어디로 뻗어갈 지 궁금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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