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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 ESG 시대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 철학
신현암.전성률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7월
평점 :
기업은 이윤/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윤과 이익'만' 추구하면서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 환경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기업, 마케팅, 현장을 꾸준히 보고 있다.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는
ESG시대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 원칙에 대해 경영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신현암 팩토리B연구소장과 전성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가 쓴 책이다.
'성장보다는 축적, 확장보다는 깊이, 전략보다는 철학' 이란 표지의 문구가 강렬하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더욱 가성비를 찾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돈쭐'이란 표현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열심히 벌어놓은 돈을
조금 더 의미있고 행복해지는 곳/것에 쓰고자 한다.
등반과 모험을 좋아해서 암벽 등반 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하다가
자신이 만든 최초의 제품이 암벽을 손상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바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초크를 만든 사람이 있다.
거친 암벽을 등반하기 위해 격렬한 시합을 견디는 럭비 운동복을 입어 보다
튼튼하고 옷깃이 있어 등반할 때 입으면 상처를 예방할 수 있는 스타일의 옷을 만든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쉬나드는 좋아하는 것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면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고 지키고 싶은 마음을 품는데
쉬나드는 그것을 기업의 이윤/이익과 바꾸지 않는 경영철학으로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과 지지, 동의를 얻었다.
친환경 제품이어도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음을 강력하게 소개하며
자기 브랜드의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하고,
구입 기간이 긴 의류보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구매하는 식품이
환경보호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맥주를 팔기 시작했다.
맥주의 원료로 재배 지역이 한정적이고 알곡 크기도 작지만
여러해살이 밀 품종으로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컨자를 선택하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는 맥주 제조 회사와 손 잡고
제품 이름을 '긴 뿌리(롱 루트)'라고 지어서 소비자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제품의 취지를 알게 되고, 마침내 브랜드의 철학에 동참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읽고 있으니 인류애가 충전되는 기분과 감동마저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브랜드 중에는 익숙한 것들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사회적 기업처럼 '가치'와 '신념'만 가진 브랜드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희망적이다.
대기업이나 이윤이 잘 나오는 회사들을 빌런화 하지 않고서도
제품이 바뀔 지언정 브랜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ACES 모델들을 선보이니
우리나라의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오히려 눈여겨 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이끌게 하는 적합성 (Adaptability),
초심을 기억하는 일관성 (Consistency),
때론 과감한 결정을 하는 효율성(Efficiency),
행동하여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당위성(Substantiality) 의 구체적인 사례와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도전을 회피하고 위기를 맞은 사례를
함께 제시하면서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를 영리하게 물어보고 있다.
불쌍하니까 도와주자는 시혜적 시선으로 임금을 후려치고 형편없이 대우하여
일하는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노인/약자/소수자 고용이 아닌 가토제작소도
인상적이며 안정감을 준 기업 사례였다.
속도/효율같은 하나의 요소만 집중하여 연륜/경험같은 사회적 자원을 무시하지 않는,
누구나 겪게 되는 생의 주기를 두렵고 비참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것은
고령/노령화 사회에서 사회복지제도 만큼이나 엄청나게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연대의식을 깨뜨리는 '나만 아니면 된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같이
공포나 불안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생의 주기에 맞추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인식은
경쟁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패배, 차별, 혐오를 약화시킬 수 있는 질적 가치이다.
추억이 담긴 브랜드가 망가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괴롭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과감히 결단하고 브랜드의 핵심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며
다른 눈속임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진정성이 눈에 들어왔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 시즌별 플라스틱 굿즈를 만들어내고
고객의 충성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끊임없는 욕망의 허기를 자극하는 잔재주는
결코 오래갈 수 있는 전략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돈이 없는 사람, 가난한 계층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유통기한임박상품'와
'지구와 환경을 위해 음식을 구해주자' 는 푸드트럭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같은 선택을 할 지언정 다른 존재를 위한 행동을 '선택'했다는 충족감은
시민을 경제적 계층/계급으로 나누지 않고 모두 히어로로 만들어 준다.
유통기한임박의 딱지가 붙은 것을 고르는 나를 '가난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나
푸드트럭, 음식나눔센터는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관념이
공존과 상생의 시대에 한참 못 미친 창피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기업의 경영자나 마케터들은 아마 이런 기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많을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하며 접하고 배웠을 지도 모른다.
지식은 있지만 망할 것 같은 염려로 실천이 안 되는 분들이 다시 용기를 얻도록
다시 한번 읽어보며 마음을 다졌으면 좋겠다.
환경, 사회, 정책, 경영쪽에 관심 많은 학생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미래의 소비자가 되어 자신의 자산을 어디에 사용할 지 결정하는 철학을 쌓기에
꽤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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