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기호로로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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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와 파인애플이 스며있는 커피라니. 아이스로 여름의 마무리를, 핫으로 가을의 시작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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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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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어쩌면 낭만적이고 귀족적(?)으로도 느껴진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서 만난 첫 줄은 확증편향(!)을 주기도 한다.


향긋한 숨을 내쉬는 그리스 정원은 꽃피우는 지혜의 초록빛 그늘로 나를 감싸네.

-<베르길리우스 별록>중 '시리스' 제3구와 제4구


한가롭게, 꽃과 향기로운 풀이 가득한 정원을 거닐면서

땀내나고 때가 끼는 현실과는 사뭇 떨어진 관념과 철학을 얘기하는 고상함이 가득하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의 저자 아나톨 프랑스에 대해 잘 몰랐다.

띠지에 있는 '신의 반열에 오르기보다 인간으로 남고자 한'라는 표현에서 

조금 위화감을 느꼈고,

역시 띠지에 있는 -이쯤되면 나에게 이 띠지는 책의 바이럴/역선동 마케팅이었던가 싶다;;-  

"아파한다는 것, 이 얼마나 신비롭고 신성한가! 

 우리가 가진 모든 선함,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모든 것은 다 고통이다." 의 문구에서

중2병인가, 하는 선입견도 생겼다.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펭귄의 섬>을 읽어보지 못한 무식쟁이  독자로

형이상학적, 관념적이며 다소 허세가 묻어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나톨 프랑스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배웠던 '드레퓌스 사건'을 말해야 한다.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으며 왕정을 끝낸 민중의 힘, 프랑스 대혁명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던 프랑스의 정부, 지식인, 시민들이 여전히,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된 일을 인정하고 바로잡지 못하며

국익을 위해서, 혹은 다수의 생각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의견이나 진실은 묻어버리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를 기꺼이 뭉개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닫게 만든 사건이 드레퓌스 사건*이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유대인 사관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를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사건

  1894년 10월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포병대위 A.드레퓌스가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비공개 군법회의에 의해 종신유형의 판결을 받았다.  

   파리의 독일대사관에서 몰래 빼내온 정보 서류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으나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혐의를 짙게 하였던 것이다.*


-출처: 두산백과


아나톨 프랑스는 드레퓌스를 옹호한 에밀 졸라가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하자

그의 장례식에서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글을 통해 

드레퓌스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기도 하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제정, 왕정복고, 공화국 그리고 식민제국으로서의 프랑스를 겪고

프랑스의 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이 확립되어가는 시기에 활동한 아나톨 프랑스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철학자, 소설가, 비평가로서

또한 그리스 로마 고전 및 프랑스 문학, 철학의 고전에 정통한 고전주의자로서

가치와 체제, 관념과 시대관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새로운 형태를 자리잡기까지

인간의 욕망, 감정, 사유, 도덕, 이상의 추구가 날것으로 꿈틀대는 시기를 살아간 사람이다.


이 책의 목록에서 짐작할 수 있듯, 

종교와 철학, 문학과 정치, 야만과 문명, 기적, 종말론-어느 시대나 있구나, 종말론은...-

여성의 지위, 삶과 죽음, 미학과 문자, 현실 등 방대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에 대해

어렵게 풀자면 한도 끝도 없을 사유를 정원을 거닐며 친구와 담소를 나누듯이

친절하고 나긋나긋하게 풀어서 써내려간 점이 과연, '명상록'이라는 분류를 가능하게 한다.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기어이 성공한 혁명가들이 

후대가 혁명에 나서고 싶어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기득권자가 되어

구체제의 모순을 반복하는 일들이 낯설지가 않다.


팔은 안으로 굽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일들을 미사여구와 궤변으로 반대하며

어느새 변화하는 세계를 온몸으로 막으며 거부하는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왜 '우리의 정원을 가꾸자'는 볼테르의 말을 인용했는지 이해가 간다.

나부터도, 정원을 가꾸듯 매일 보살피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느새 잔뜩 낀 이끼에 안락함을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백년 전, 유럽 땅의 사유가 오늘날 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에피쿠로스의정원 #아나톨프랑스 #B612북스 #명상록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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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말에 품격을 더하는 언어 감수성 수업
홍승우 지음 / 웨일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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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글쓴이 : 홍승우

-업체명 : 웨일북

-후기내용 :



예민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피곤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하나하나 신경쓰며 어떻게 사냐고도 할 수 있겠다.

정 없고, 어디 무서워서 말이나 건네겠냐고, 내 뜻은 그게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사이 어디에선가의 지점에서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재치있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그저 별뜻없이 사용했던 말 속에

잔잔하게 녹아들어있는 차별과 시대착오적인 표현,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혐오의 표현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도착했을 때의 당혹감을 느끼기 싫다면

'말에 품격을 더하는 언어 감수성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를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홍승우님은 대학내일에서

<대학내일>과 <캐릿>의 운영을 총괄하는 미디어센터장이다.

대학내일이라는 매체가 낯선 사람이라면 MZ세대도 낯선 사람일 수 있겠다.

10년 넘게 콘텐츠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콘텐츠의 발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반응까지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서

단어의 의미와 유래, 관점까지 뾰족하게 비판하는 MZ세대에게

'배우는 중'이라고 말하는 저자.



그는 먼저 '당신의 말이 무해하다는 착각'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연다.

작정하고 욕이나 비난을 퍼붓는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이 쓰는 말이 '유해'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딱히 없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1부에서부터 다루는 여러 표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책 제목으로도 유명한 '인간시장',

기사로도 자주 접하는 '노동시장', '취업시장' 이라는 말에서

어느새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당연히 회사가 고르지 않는

-그리고 그 탓은 본인이 가진- 상품이 되어 버린 인간을 찾아내고,

'듣보', '관종', '알쓰', '맵찔이' 같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말 속에서

사회가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함부로 개성을 드러내거나 취향을 내밀지도 못하게 하는

획일성과 그에 정확히 따르는 등급/차별을 정당화 하는 분위기를 읽어내는 글이,

흥미롭게 술술 읽히다가도 어느 지점에서는

멈칫, 나를 세우고 지난 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쯤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혼돈(과 약간의 짜증)에 빠져들 독자들을 위해서

2부 버려야 하는 말들의 목록과

실전편 사과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로 '언어감수성' 수업을 구성해 두었다.

저자는 콘텐츠 발행, 반응관리, 소통 및 세대 갈등 해소 강연을 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으로

몰라서 저지를지도 모르는 실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살뜰히 공부할 것을 챙겨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게 되는 실수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어떻게 제대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지 알려준다.



비대면으로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얼굴이나 목소리에서 표정과 어조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을 잃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 올바른 언어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언어 사용법의 새로운 기준을 이 책을 통해 알아보면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나 '의도치 않게도' 의 경우가 줄어들 것이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는생각하고말하는사람이되기로했다 #홍승우 #웨일북 #언어감수성 #문화충전200 #문화충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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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Run with me 노래를 그리다 1
선우정아 노래, 곽수진 그림 / 언제나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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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님의 '도망가자'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을 준 노래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피하지 말고 어른스럽게 직면하고

최선과 노력을 다하여 끝내 싸워 이기고픈 마음이

누군들 없겠느냐만은

때로는 마음과 감성이 머리와 의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약한 모습을 남에게도, 나에게도 들키기 싫어서

애써 괜찮은 척 하는 외로운 우리에게

'힘내' 라는 말이나 '내가 옆에 있잖아' 라는 말 대신,

'도망가자'라고 속삭여주다니.

(여기입니다. 수많은 울컥 지점 중 하나. ㅠ)

목소리, 멜로디, 호흡이 빠진 자리에

눈에 담으면 황홀한 세계로 초대하는 멋진 일러스트가 들어와

세상 다시 없을 아름다운 그림책이 완성되었다.

'도망가자'라는 말을 건네거나 듣는 존재가

반려동물과 반려인간이 되어

노래를 들으며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간 사람들에게

세상 속 어딘가에 있을 또 하나의 우주를 소개해준다.

햇살이 방 안 깊숙하게 들어와도

폭신한 침대에서 구름같은 이불 속에 사이좋게 사로의 곁을 지켜주는 둘.

내가 지나온 시간에 함께 한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에게

세월의 흐름과 현실이라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피할 수 없어 안타까운 상황.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이런 시간과 이런 순간에

혼자 고민하고 분투하고 외로워하지 말고,

도망가자.

도망간 다음 씩씩하게 돌아오면 되니까.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걱정과 근심일랑 잠시 잊고

그 순간이 주는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며 웃어주었던 것이라면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너와 내가 공유하는

둘 만 아는 세상.

그 평안함.

있는 그대로의

존재 그 자체가 주는

감사함과 위로.

이 감정과 경험을 한 이후에

다시 똑같은 현실 속 내 방과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으로 돌아와도

우리는 이전과는 달라졌을테니.

괜찮아.

이제.


마음을 울리는 글.

따스하고 포근한 색감과 무해한 풍경.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며 머리 속에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에 더해

심지어 맨들맨들하고 보드라운 띠지의 재질마저 마음에 든다.

같은 책 여러 권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면서

선물할 사람들을 떠올리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도망가자>

정말 좋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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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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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의 통증으로 시작되었다 강하고 지속적인 두통으로 변한 다음

하루 종일 깨질 듯 아팠던 머리를 참다 못해 간 병원에서 만난 담당 의사가

여기에서는 진단하기 어렵다며 전문 병원-그것도 신경과-을 추천해줄 때,

마음이 덜컥 두려움으로 휩싸이게 된다.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여러 종류의 검사와 뇌 스캔을 실시한 다음

일주일 남짓을 기다려 받은 결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인터넷을 검색하며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면서

끝내 최악의 상황은 아닐 지 모른다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 것이 무색하게도

당신이 삶이 최대 일 년 정도 끝난다는 선고였다.



삶이 유한하다는 이야기는 매우 당연하게 들리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해당하는 법칙임에도

죽음이 구체적인 형태를 띄고 내 삶에 등장하고,

뒤집힌 모래 시계에서 흘러내리는 모래 알갱이처럼,

조금씩 줄어드는 남은 시간과 예전과는 다른 몸의 상태가 느껴지게 된다면

아는 것과 실제 일어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악성 뇌종양-성상세포종 3기-을 선고받은 작가가

제목 그대로, '죽음을 곁에 두고' 자신이 늘 그래왔듯이

쓰는 행위로 삶의 마지막을 채운 82개의 문답이 담겨 있는 책이다.

'모든 것들의 끝에서 남긴 메모'라는 제목으로 작가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이 책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시간, 존재, 불안, 절망, 행복, 경이, 고독, 부조리, 우주, 친교 등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저자의 단상, 감정, 생각, 철학들이

어떤 것은 둔중하고 짧고 담담하게,

어떤 것은 짙고 폭발적으로 와르르- 써내려간 문장으로 남아있다.

뒤집어 보면 삶이 그렇게 당연하듯이

죽음도 꼭 그렇게나 당연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보편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하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이 만나고 겪는

유형과 무형의 것들에 대해 적어내려간

작가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고 공감하며 읽다가,

갑자기 툭 마주친 끝에서

'죽음'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고 삶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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