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유한하다는 이야기는 매우 당연하게 들리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해당하는 법칙임에도
죽음이 구체적인 형태를 띄고 내 삶에 등장하고,
뒤집힌 모래 시계에서 흘러내리는 모래 알갱이처럼,
조금씩 줄어드는 남은 시간과 예전과는 다른 몸의 상태가 느껴지게 된다면
아는 것과 실제 일어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악성 뇌종양-성상세포종 3기-을 선고받은 작가가
제목 그대로, '죽음을 곁에 두고' 자신이 늘 그래왔듯이
쓰는 행위로 삶의 마지막을 채운 82개의 문답이 담겨 있는 책이다.
'모든 것들의 끝에서 남긴 메모'라는 제목으로 작가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이 책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시간, 존재, 불안, 절망, 행복, 경이, 고독, 부조리, 우주, 친교 등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저자의 단상, 감정, 생각, 철학들이
어떤 것은 둔중하고 짧고 담담하게,
어떤 것은 짙고 폭발적으로 와르르- 써내려간 문장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