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신 1
호카조노 마사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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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의 모양을 취하고는 있으나, '견신'은 '개'로 분류되는 생물이 아니다. 온 몸이 전투병기인 그들은 최첨단 무기로도 대항하지 못할 인류의 천적이다. 다양한 견신들이 세상에 나와 인간을 보고, 그 중 제로와 23이라는 두 견신은 상반되는 인간관을 지니게 된다. 추악한 인간들의 행태를 경험한 제로는 인간에 대한 극단적 증오를, 그리고 시를 좋아하는 소년과 친구가 된 23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말이다. 그러나 23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결정권자이며, 23이 한순간 맛본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기폭제가 되어 '견신들'에게 인간들은 한순간에 도륙당한다. 특정한 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23에 대해서 알고 그것을 이용해 신이 되려는 남자와 단지 23과 함께 하고 싶을 뿐인 소년, 그리고 23!! 명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견신들과 그것을 보낸 커다란 개,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과 혼란 등 견신은 볼수록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간들의 추악함에 절망하면서도, 그러나 도륙당하는 모습에 찬성할 수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인간에 속한다. <기생수>라는 만화에서 기생수들이 말했었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천적이 없는 생물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천적노릇을 해야한다고, 자신들의 유전자에 그것이 새겨져있노라고 말이다. 여기서의 견신들도 천적 하나없이 우쭐해서 지나치게 팽창해 스스로와 다른 모든 것을 갉아먹는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나타난 게 아닐까. 현재의 모든 시스템 개선의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행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환경을 지구를 파괴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특별히 나쁜 일을 하지 않는데도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때문에 해악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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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 1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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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정치가가 되려면, 그리고 정치를 해나가는 것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정치자금을 모으고, 선거운동을 하고, 당선되어서는 파벌을 만들고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그야말로 '현실적인 정치'가 무엇인지 여과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치양상이 무척 비슷한 관계로, 정치학도인 나에겐 이 만화가 강의를 이해하는 데 퍽 도움이 됐다. 정당법이나, 정치자금법에 관련해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을 이 책으로 드라마를 보듯이 쉽게 이해했으니 말이다.

정치라는 흔치 않은 소재와 주인공인 정치가 초년생의 이상에 맘이 끌려 이 책에 무척 매료됐었다. 그러나, 내가 한국인이고 작가가 일본인인 관계로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은 일본을 위하는만큼, 우리 한반도를 자기들 사정에 맞춰 요리하려 든다. 어업협정이나, 독도문제, 그리고 북한에 관한 것 등 일본인 좋을대로의 시각에서 다루어진 이것들이 한국인 독자인 내게 거슬리지 않을 도리는 없다.

나는, 일본의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작가와 같은 시각을 가질까봐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른다. 이 작가는 시마과장이란 만화를 그릴 때만해도 좋아했지만, 우리 나라에 대한 정치적 소견이 이 따위인 것을 보고는 정이 뚝 떨어져버렸다. 하긴 작가도 왜곡된 역사교과서에 세뇌된 일.본.인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와 관련된 대외정책 문제만 아니었어도 나느 이 책을 계속 좋아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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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린 8 - 종말의 서곡
이수영 지음 / 황금가지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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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 뒷표지에 '묘인족 쿠베린의 인간세상..'어쩌구로 되어있길래 나는 설핏 거부감이 들었었다. 묘인족? 고양이 인간이란 뜻인가? 고양이 귀에 꼬리가 달린 묘하게 아양떠는 나약한 종족의 모습이 머리 속에 펼쳐지고, 나는 책을 손에서 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완벽한 오산이었다. 묘인족이란 종족은 너무도 멋진, 가히 최고로 호쾌하다고 할만한 종족이며 그 왕인 쿠베린은 그 어떤 인간보다도 나를 들뜨게 하는 존재다.

겉모양은 쭉쭉빠진 인간의 미남미녀들인 최강전사 묘인족, 강함을 추구하며 그 때문에 잔혹한 '도전'의식도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아픔. 인간의 탐욕이나 이기심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숙명.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고 보면 묘인족만큼 담백하고 멋진 종족도 없으며, 그 왕인 쿠베린은 그 특성들을 최대로 가진 존재다.

여자를 좋아하고, 햇빛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배려심이 없는 것 같아도 누구보다 배려하는 타인에의 존중을 아는 자. 그게 쿠베린이다. 또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아는 자다.

엘리야라는 작은 항구도시에서 주점을 경영하는 마미를 위해 어린애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곁에 있어주는 쿠베린은 여러 인물과 조우하게 되고, 별개로 보이던 인물들과 사건들은 뒤로 가면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맞물린다. 인족의 탐욕과 이기심에 치를 떨게 되는 '대륙통일전쟁'이 그것이다. 인간의 마법사가 이렇게 싫어지기는 쿠베린이란 작품에서가 처음이었다. 그냥 군대와 군사로는 할 수 없는 잔혹함, 다른 종족들에의 박해가 마법을 통해 가능해지니 말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을 누르고 자신들만이 군림하려는 인간들의 발칙한 도발에 쿠베린은 멸족되었던 정말로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존재 용족을 부활시킴으로써 화답한다.

엘리야에서 시작해서 엘리야에서 끝나는 이야기. 쿠베린과 쿠베린의 애완동물들(?)과 사람들, 엘프들, 묘인족, 조인족, 사인족, 용족 등 온갖 존재들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 가슴 따뜻이 크게 웃다가도 가슴이 쾅쾅 쳐질만큼 속이 상하기도 하는 이야기. 온갖 모험과 사건이 있지만, 쿠베린 개인의 행각이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는 이야기. 그것이 쿠베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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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 20세기 최후의 게릴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9
장 코르미에 지음, 은위영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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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라는 이름은 무척 많이 들어봤지만, 솔직히 대학생이 되도록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잘 몰랐었다. 그저 아련히 혁명가인가..정도로 생각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서점에 갔다가 무척 눈에 띄는 붉은 책을 보고 또 그것을 읽은 후 이 사람의 너무도 신념에 넘치고 격렬한 삶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커가면서 느낀 사회와 국가에 잠재해있는 부당한 논리에 항거해 자신의 안온한 일상을 포기하고 무기를 든 체 게바라! 나라면 그럴 수 있는가? 그저 투덜거릴 뿐 내가 향유하고 있는 소소한 즐거움과 평화를 버리고 나서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그렇게 나약한 나이기에 체 게바라라는 인물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군대에 쫓기고 동료들과도 떨어진 뒤 홀로 죽어간 체 게바라..죽을 때 그의 나이 중년에 불과했건만, 수록된 사진으로 보면 그는 마치 노인처럼 보인다. 육체적, 정신적인 모든 힘을 얼마나 짜냈길래 그렇게 급격히 늙어버렸을까 생각하니 눈씨울이 시큰했다.

이 책에는 그의 어린 날부터 죽음 당시까지의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무척 수려하고 훤칠한 미남이었던 그가 본격적으로 무기를 들고 투쟁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풍채가 옆으로 벌어지고 턱수염이 더부룩해지고 주름살이 늘어가고..이십 대 후반부터 그는 급격히 늙어 삼십대 초반이 되었을 때-불과 몇 년밖에 안 지났건만-십 수년은 더 먹은 것처럼 중년의 외모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젊음과 청춘을 혁명에 바쳤던 체 게바라. 그런 그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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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T 5 - 라센편
안선영 / 자음과모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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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t는 매듭/실타래란 뜻으로, 제목처럼 실타래가 얽히고 꼬인 양상으로 사건과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인 이안이면서 또한 세실리아인 그녀가 이안일 때의 지인들과 세실이 되면서 함께 하게 된 사람들과 관계하며, 그저 자신의 소신껏 행하는 행동들은 마치 '나비날개이론'처럼 행성 라센에 폭풍을 일으킨다. 실타래의 한 가닥의 끝을 따라가면 결국 모두와 맞닿듯이, 그 한가닥을 잡아당김으로써 실뭉치 전체가 변화하듯이 말이다.

지구인들이 이주한 이행성 라센의 신분제도상 가장 최상급 계층이었던 세실, 그리고 가장 천시된 계층 로와세즈(만들어진 인간)의 이안. 상관을 감싸려다 폭탄사고로 죽은 이안의 심장이 세실에게로 이식되고, 이후 이안이자 세실이 된 그녀는 아냐스 대공의 딸로서 날개를 퍼덕일 준비를 한다. 사실, 그녀 입장에선 그저 처한 상황에 그 때 그 때 대처하고 행동했을 따름인데 그것의 여파는 정세를 변화시키고 라센을 통째로 뒤흔들만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킨다.

세실이자 이안인 그녀의 자아정체성 문제라거나, 과거의 연인과 현재의 연인 사이에서의 갈등, 그리고 정쟁과 전투 등이 정말 '꽉 짜여지고 맞물려서' 돌아가는 knit. 마치 최고로 정교한 거미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고 명확한 구성도 좋고, 깔끔한 문체도 흥미진진한 내용에 더해 무척 호감이 간다. 하지만 프롤로그와 내용 중간중간에 비극을 암시하는 요소가 너무 진해서, 결말로 치달을수록 심장이 조여든다. 세실리아&이안과 그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고 라센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궁금증으로 안달하게 되면서도 포기할 생각은 나지 않는 너무나 재밌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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