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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린 8 - 종말의 서곡
이수영 지음 / 황금가지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책 뒷표지에 '묘인족 쿠베린의 인간세상..'어쩌구로 되어있길래 나는 설핏 거부감이 들었었다. 묘인족? 고양이 인간이란 뜻인가? 고양이 귀에 꼬리가 달린 묘하게 아양떠는 나약한 종족의 모습이 머리 속에 펼쳐지고, 나는 책을 손에서 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완벽한 오산이었다. 묘인족이란 종족은 너무도 멋진, 가히 최고로 호쾌하다고 할만한 종족이며 그 왕인 쿠베린은 그 어떤 인간보다도 나를 들뜨게 하는 존재다.
겉모양은 쭉쭉빠진 인간의 미남미녀들인 최강전사 묘인족, 강함을 추구하며 그 때문에 잔혹한 '도전'의식도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아픔. 인간의 탐욕이나 이기심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숙명.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고 보면 묘인족만큼 담백하고 멋진 종족도 없으며, 그 왕인 쿠베린은 그 특성들을 최대로 가진 존재다.
여자를 좋아하고, 햇빛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배려심이 없는 것 같아도 누구보다 배려하는 타인에의 존중을 아는 자. 그게 쿠베린이다. 또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아는 자다.
엘리야라는 작은 항구도시에서 주점을 경영하는 마미를 위해 어린애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곁에 있어주는 쿠베린은 여러 인물과 조우하게 되고, 별개로 보이던 인물들과 사건들은 뒤로 가면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맞물린다. 인족의 탐욕과 이기심에 치를 떨게 되는 '대륙통일전쟁'이 그것이다. 인간의 마법사가 이렇게 싫어지기는 쿠베린이란 작품에서가 처음이었다. 그냥 군대와 군사로는 할 수 없는 잔혹함, 다른 종족들에의 박해가 마법을 통해 가능해지니 말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을 누르고 자신들만이 군림하려는 인간들의 발칙한 도발에 쿠베린은 멸족되었던 정말로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존재 용족을 부활시킴으로써 화답한다.
엘리야에서 시작해서 엘리야에서 끝나는 이야기. 쿠베린과 쿠베린의 애완동물들(?)과 사람들, 엘프들, 묘인족, 조인족, 사인족, 용족 등 온갖 존재들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 가슴 따뜻이 크게 웃다가도 가슴이 쾅쾅 쳐질만큼 속이 상하기도 하는 이야기. 온갖 모험과 사건이 있지만, 쿠베린 개인의 행각이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는 이야기. 그것이 쿠베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