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일지. 로더 멍크.

그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책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허공을 응시하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글이었다. 뼈대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지적이었지만, 그 뼈대 바로 위에 입혀진 육체는 시적인 지성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작가는 권위와 인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한 평범한 여성이 매일 하는 경험을 소재로 끌어왔다. 그 은유는 놀라웠다. 로더가 사용한 병치 기법의 독창성 덕분에 독자는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과 성장을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이, 세상에서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과 세상에서 존재를 인정받아야 하는 일에 대한 적대감이, 자기창조에 대한 열망과 증오가 권위라는 장치의 내부에 한데 엮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권위의 역사에는 정확히 모든 여성의 삶이 그렇듯 유년기가 연장되면서 생기는 타락의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분열의 이야기였다.
통렬하고 심오하며 입속에서 쇠처럼 쓰디쓴 맛을 느끼면서 써낸 이야기.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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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이런 이야기, 이런 그림책 더 없나, 찾게 된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책 읽는 것에 의욕이 없어서 참으로 힘빠지는 나날. 뭐, 그래 책 안 읽으면 좀 어떠냐 하는 마음도 있는데 이제까지 읽어온 것에 보상받고 싶은 쫌스러운 심보가 내게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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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본질을 무너뜨림으로써 세상을 더 해방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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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웬일로 별점을 높게 준 걸 훔쳐보고 <눈부신 안부> 담는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지.

짐도 많고 걸을 일도 많았는데 굳이 오프로 책 사서 이고 지고 왔다.

i를 메고 돌아왔다.

주말에는 밤을 따러 갔다. 농장에 돈을 내고 망을 받아서 얕은 산을 오르내리며 밤을 줍는다. 밤나무가 빼곡하고 밑에는 비어있는 밤송이가 더 가득하다. 적당한 색깔로 익은 밤송이를 찾아 열고, 그 가시 안에 뭐가 있을지 기대하고 베팅하고 헤집는다. 따갑고 통쾌하고. 그게 왜 재밌었는지 이제사 이해하며 아무맛 없는 밤을 씹고 있다. 밤을 밤답게 하는 향도 정확히 알게 됐다.

밑도 끝도 없이 아프지 말자고 적은 작은 메모지를 재워준 친구네 어느 책 사이에 숨겨두고 왔다. 이제 아프지 말자는 건지, 너무 많이는 아프지 말자인지, 앞으로에 대해서인지, 예전을 생각하며 적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나에게 적는 말이었나. 집안 다른 가구와 묘하게 외떨어져 근사하게 서있는 고동색 책장 앞에서 서성댄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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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25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가 설마 한강인가요??? 나 서울사람인데 서울이 언제나 낯서네요 너무 안 나가 놀아서 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9-25 14:30   좋아요 1 | URL
설마 한강이네요 ㅋㅋ 강은 강이되 저도 한강고수부지 때 사람인지라 변한 것도 많더라고요 ㅋㅋ
 

투덜이 할아버지 싫어하는 것을 얘기할 때도 비유가 거침없고 날서있지만 좋아하는 것, 그리운 것에 대해 말할 때는 정교하다고까지 할 정도다. 발췌는 안했는데 사라진 서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나까지 눈물날 거 같고 (내) 상처로 남은 기분됨. 그러나 또 모두까기 시작하면 절레절레 질려가고.. 이렇게 반복중. 생활에 치여 덮었다 읽고 덮었다 읽고 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주말독섴ㅋㅋ

나는 그 노래가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힘이 풀리고 자신의 세계가 서서히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자기 믿음이 버티기를 바라는 한 사내에 대한 노래다. 그 당시 나의 소망도 그랬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버티지 못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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