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마찬가지로 순정이가 사는 누추한 고장의 생활에도 순정이를 무구하게, 건강하게, 떳떳하게 길러낸 고장다운 뭐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뭐가 뭔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선 거기다 오물을 타고 싶다. 이유 같은 건 없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얼핏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다 만난 청청한 샘물에 똥오줌을 갈겨줄까 보다는 심보에 무슨 이유가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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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틸리 올슨의 일기

가장 기본적인 힘(돈)에 밀려 글쓰기로부터 더욱 불가능하게멀어졌다. (…) 밤이면 충동이 너무 사나워진다.
타자기 옆에서 줄리를 밀쳐내고 싶은 야만적인 충동.
아이들이 날 부르는 소리를날 제발 가만히 놔두라고 구명보트에서 내치는 손처럼 쳐내고 쳐내고 또 쳐낼 수 있다.
(...) 나의 갈등은 삶과 일을 화해시키고 싶다. (・・・) 시간 그것은 곪고 충혈되고 지연되고 미뤄지고 일단 미친 욕망이다시 시작되면, 발정 난 여자처럼 (…) 내 안의 창조적 능력을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의식하면 (...) 1953~1954년, 나는 계속 나를 나누고 나는 따로 떨어져 흘러 다닌다. 어느 강에서 흐르다가 거대해지고 싶은 내가.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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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인가 병신육갑춤 부분 읽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오늘 다시 언급되니 이제 못 헤어나오지 싶게 강력하다. 아주 고유명사처럼 써버리고 계시군 ㅎㅎㅎㅎ 아무렇지도 않게 툭 흘리고 나는 엉거주춤 그걸 받아들어 새로운 장면을 겨우 소화해야 해서 스스로가 우스운 상황.

그와 마찬가지로 순정이가 사는 누추한 고장의 생활에도 순정이를 무구하게, 건강하게, 떳떳하게 길러낸 고장다운 뭐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뭐가 뭔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선 거기다 오물을 타고 싶다. 이유 같은 건 없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얼핏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다 만난 청청한 샘물에 똥오줌을 갈겨줄까 보다는 심보에 무슨 이유가 따로 있을까.

언젠가 황금빛 양단 가운을 입고 병신육갑춤을 추던 때의 아버지의 모습의 일단같이 그 문패가 보일 적도 있었지만 친밀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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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슨은 만인이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고 만인이 같은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상상했다. 섹스턴은 올슨의 이런 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섹스턴에겐 자유시간이 너무 많아서, 오직 자신의 생각만으로 그 시간을 채워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섹스턴은 글쓰기와 생계를 위한 돈벌이 사이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통신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자신의 지옥과 상당히 다른 여러 지옥이 있음을 배웠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섹스턴과 올슨처럼 계급과 정치적 차이를가로지르며 우정을 나누는 관계는 드물었다. (…) 그러나 섹스턴은 올슨을 향해, 자신과 다른 올슨의 비범한 삶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심문과 체포의 공포에 시달렸던 올슨은 이 통신 상대의 충성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국토의 반대편에 있는 이 여성에게 마음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연민의 행위 이상이었다. 이것은 신뢰의 행위였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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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딴에는 상류사회에서 본 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 셈이었지만, 엄마의 눈을 거쳐 엄마의 이해를 통해 재현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일 순 없고, 그 과정에서 생긴 무리가 곧바로 눈에 띄었다.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는 채로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안 어울렸다. 아무리 비싼 거라도 벼락부자 티나 풍기는 게 고작이었다. 모든 가구도 실수로 잠깐 거기 놓인 것처럼 엉거주춤 거기 있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터였다.
그렇지만 그 안 어울리는 세간의 일부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인 데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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