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만 <남성 특권> 중 가사 노동 부분 읽다가 궁금해져서 딴 책을 들췄다. 의도한 바 있는 제목 번역이겠지만 전쟁 주도권이 어디 딴데 있는 거 같아 입에 붙지는 않는, 그리고 전쟁이라는 명명이 옳은가? 멈춰 생각하게 하는, 책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
‘아빠의 변화: 젠더 평등이 가져온 부성이라는 혜택’을 제목으로 단 5장에서는 부성, 올바른 아빠 역할이 가정에 이로울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젠더 평등에 기여하게 된다는 주장을 한다. 제목에 이미 요약돼있구나. 난 졸리구나.
암튼 모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책을 주로 만나다가 부성을 발.굴.해서 (셀프)길러야 한다는 요 주장이 참신하게 느껴지는 차. 남성 저자가 이런 말했다고 쉽게 올려치기 하게 되는 속내를 누르고 계속 읽어본다.
“아이와의 애정 어린 관계라는 맥락에서 생기는 정서적 상호 의존 상태와 놀이 활동의 공유는 남성 자신의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147
이 부분, 양육자 역할을 수행하고 나서야 사회성(과 굳이 그럴 필요)를 느낀 히키코모리 새키..라는 점에서 내 얘기기도 한데. 문제는 아이와의 “정서적 상호의존 상태와 놀이 활동을 공유”하는 아버지 남성상이 규범적 역할 기대와 일치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이 아니겠어요? 라고 생각할 즈음 저자도 그래서 이런 구조적 제도가 필요하지!라며 그 유명한 라떼 파파도 만나고 하면서 구체적 정부 지원책을 죽 읊는 것.. 올..
이 챕터 마무리도 썩 마음에 든다.
“젠더 평등 혁명에 동참하기 위해 누구나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돌봄 노동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문제에 한해 우리는 분명히 남성으로서 우리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 세상의 우선순위를 재고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여기에는 좋은 아버지 이전에 좋은 시민인 남성(유니콘?)부터가 시급한데요.. 늘 그렇듯이 읽어야 할 사람은 안 읽겠지만 여자들의 화난 목소리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에게 권하기 적당할 거 같다.

많은 남성에게 육아의 기술을 배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사회적 지원, 유급휴가, 직장에서 육아를 권장하는 분위기 등이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 여성에게 페미니즘이 가져다준 혜택을 남성은 아버지상의 변화를 통해 누리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새로운 아버지상을 만든다는 생각이 부질없는 바람은 아닐까? - P127
적극적으로 육아를 하는 남성의 경우 더 적극적이 될 수 있도록 호르몬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긍정적인 피드백 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 호르몬의 변동 폭은 여성에 비해 덜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인간 남성은 타인을 돌보는 사람으로 진화해왔다. - P130
경제학자 바스, 커, 올리베티, 골딘은 2000년 이후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해서 여성의 소득이 낮은 주요원인이 가사 노동의 분담, 즉 여성의 육아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득력있게 주장했다. 나아가.. 여성은 정서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먼저 여성의 가치에 대한 시각이 문제다. …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책임은 일터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 시간적 여유의 문제이기도 하다. - P133
"아이들 곁에 꼭 아버지가 있을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보면 곁에 꼭 어머니가 있을 필요도 없어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한 생식기를 가진 사람들의 육아가 아니라고 바커는 강조한다. 아이는 성별이 무엇이든 "그 아이와 그 아이의 행복에 미쳐 있는" 하나 이상의 어른이 주는 끝없는 사랑, 그리고 끝이 없다시피 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 P136
"아버지가 어머니 그리고 다른 여성들과 상호 존중하는 비폭력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본다면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 모두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고 이것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것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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