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 신앙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 종교 그 이상을 알고 싶은 비종교인(종교 문외한)의 호기심이 늘 있어서 이런 제목을 보면 끌릴 후 밖에 없다. 박정은 수녀의 <사려 깊은 수다>를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어느 정도 그런 갈증을 해소해주기를 기대하게 됨.
남성 페미니스트의 글을 읽을 때도 비슷한데, 내부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해주다니) 류의 고마움? 같은 게 내 안에서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앞으로는 내가 아는 한에서 냉정하게 봐보려고 한다. 그게 외부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응원일 것이다.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고, 진보적이지 못한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 P5
책은 나 자신이 페미니스트이자 제도종교의 신자로서 혼란을 겪으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쓴 글이다. 종교가 여성 억압에서 눈을 흐리는 ‘아편’이 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자유와 진리를 찾을 수 있도록세상이 제시하지 않는 통찰력을 부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5
남성중심 문화와 그 상징들은 힘이 세고 여성들은 침묵 속에서 고통을 받거나 피학적인 여성상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나는 여성들이 용기를 낸다면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글을 썼다.
남성중심 문화에서 여성들은 종교에 무엇을 기대하고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한국 여성은 몇몇 무슬림 국가의 여성보다 성평등한 사회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 여성이 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한국 여성들은 제사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례에 참여할 수 없었다.
남성중심 문화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종교는 어디에도 없다. 어느 종교가 얼마나 더 성차별적인가를논하기보다 모든 종교 안의 성차별을 인식하고 시정해나가야 한다.
여성 신자는 미사 시간에 미사포를 써야 한다. 이 전통은 성서에 제시되어 있다. 남성의 머리는 하느님을상징하지만, 여성의 머리는 남성의 머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종교는 매 맞는 여성에게, 남편의 외도로 분노하는 여성에게 ‘내 탓’으로 돌리라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종교는 우리를 눈멀게 하고 불의한 현실을 정당화하는 아편과 같다. 실컷 울고 난 여성들은 일시적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가족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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