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사라진 내일 한울림 지구별 그림책
로지 이브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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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었는데 요즘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환경이슈에 대해 물어보면 이미 대답을, 모범답안들을 다 안다고 하더라.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쳐있고, 탄소 중립이 뭐고, 이제 무얼 해야 하고, 하면 안되고… 교육이 잘 되어 있다고 할지, 아니면 이제 이들이 누구보다도 당사자인지라 당연한 걸지도. 우리집 어린이도 마찬가지라 아이들이 그렇게 반응한다는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우리집 일곱살, 환경 문제나 멸종 동물을 다룬 그림책을 볼 때 엄근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쁜 어른들 니네 다 가만 안도… 부들부들ㅎㅎ… 귀엽긴 한데 이쯤에서 나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되고 생각이 복잡해진다. 제로 웨이스트며 업사이클링이며 주워 나르는 말은 많아도 육아 핑계로 일회용품 사용을 얼마나 합리화했나. 육류 소비는. 멀리 갈 것 없이 읽어주는 내가 바로.

다른 그림책들처럼 빙하가 녹아 터전을 빼앗기는 북극곰이 주인공이다. 엄마 북극곰과 헤어지게 된 아기 북극곰을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위태롭게 길 떠나는 북극곰을 보면서 아이와 나 둘 다 감정적이 된다. 엄마와 떨어져서, 밟을 얼음이 계속 녹고 깨져서, 폭풍우와 눈보라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북극곰은 제법 의젓하게 풍파를 헤쳐나가고 우리도 다행스런 마음으로 마지막에 이른다. 어라.. 근데 그동안 우리 노파심의 핀트가 어긋났다는 것을 깨닫는다(스포). 아기곰은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웬 컨테이너 위에 올라 목숨을 부지하는데 그 밑으로 한때 인간 세상이었을 모든 것이 잠겨 있다. 바다 위로 드러난 일부 건물들 옥상만이 군데군데 동물들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어있고 아기 북극곰은 거기서 엄마와 재회한다.
이 책이 다른 빙하&북극곰 그림책들과 다른 점이라면 북극과 지구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으로 인간은 나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제목 <빙하가 사라진 내일>에서 내일의 주어는 북극곰일테고 이 책 안에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다. 요란하고 벅적하게 살다간 흔적만이 밑바닥에 가라앉아 이제 고요하다. 인간이 북극과 북극곰을 걱정하기도 전에 이미 인간은 지워질거란 듯이 바다는 그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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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19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라지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 지구에게는 유익한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물론, 주어는 ‘인간‘입니다.
일회용품 사용과 육류 소비에 대해서라면 저 역시 자유롭지 못하구요.
고요한 바다에 인간은 없네요. 하... 슬프지만 그게 또 사실이구요. 아니면 우리의 미래일까요.

유수 2022-12-19 10:16   좋아요 1 | URL
네. 주어가 인간 ㅜㅜ 동물은 멸종하는데 우리는 영속할 것처럼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거네 싶어서 훅 들어왔어요.
그건 그렇구 햇살같은 단발님 댓글ㅎㅎ 월요일 기분좋게 시작합니다.

단발머리 2022-12-19 10:30   좋아요 1 | URL
하트 잘 보이시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