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왜 저에게 오백쪽짜리 재밌는 책을 선물로 주었죠? 멈출 수가 없다.

몽족 난민의 아이 리아가 미국에서 태어나 뇌전증을 진단받게 된다. 아기가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부모는 응급실에 달려가긴 하지만 샤머니즘적 세계관 때문에 뇌전증을 무속적 신내림 정도로 긍정적으로 인지하는 데다, 무엇보다 몽족에게는 서양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리아가 위중한 상태로 응급실에 올 때마다 문화, 신념, 종교와 같은 여러 난관(언어는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에 의료인들이 부딪히는 상황. 의학적 치료를 잘 따를 수 없다는(따르지 않는다는) 것 외엔 리아의 부모는 아이를 최선으로 보살피고 사랑하는 양육자다. 앤 패디먼이 이렇게 된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을 설명한다. (1/3 정도 읽음)

문화중개인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서문에 잠시 나왔던 것 같은데, 책을 다 읽을 때쯤엔 그에 대해 자세히 다시 다뤄주길 바라게 된다. 어린 아이의 건강과 안녕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좋은) 양육자와 (좋은) 의료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서구 문화(의료도 문화라는 걸 책 읽으면서 절감한다)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서 자란 동양인으로서 양측 다 이해되는 데다가.. 앤 패디먼이 꽉 짜인 조사를 바탕으로 유려하게 리아가 위치한 경계에 읽는 사람을 데려다 놓음.

그런데다..종이 잘 모르지만 나는 이런 얇기와 질감의 책 페이지가 좋더라. 만지작 만지작거림ㅋㅋ 문자 그대로 놓을 수가 없어.

“그러다 아이가 죽으면 의사의 책임이다. 그 경우 어떻게 책임을 지겠는가? 사람 목숨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

의사와 부모가 계속해서 협상을 한다면 서로 의견이 달라도 갈등은 신념 체계의 차이로만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불려 오고 법원의 명령을 받게 되면 차이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게 된다.

차이는 더 이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의사는 경찰을 부르고 국가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만 몽족에겐 그런 힘이 없다.“145

친구 이래놓고 이건 작년 올해의 책이고 올해 올해의 책은 에브리바디라고요? 알게써 알게써 ㅜㅜ 쫓아가기 바쁘넴..

"리아는 계속해서 발작 증세를 보였어요. 그렇다면 페노바비탈 농도가 충분하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페노바비탈 농도가 충분한데도 발작을 일으킨 것일까요? 부모가 우리가 처방한 대로 약을 주지 않았다면 이해하지 못해서였을까요, 원치 않아서였을까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훌륭한 통역자가 없다는 건 의사소통 문제의 일부에 불과했다. 닐은 나오 카오가 "돌담을 쳐두었으며 때로는 일부러 속인다고 느꼈다. 페기는푸아가 "아주 어리석거나 완전 바보인 줄 알았다. 통역을 정확히 해줄 경우에도 그녀의 대답은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두 의사는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 중 어느 정도가 의사소통이나 부모의 인격에서 비롯된 것이고 어느 정도가 문화적인 장벽 탓인지 알 길이 없었다.

"우린 그녀가 또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서 말했어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수정이 가능한 마지막 난자 하나가 남아 있다가 수정됐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어요. 우린 이 아기는 또 어떻게 될까 겁부터 났어요. 다운증후군을 갖게 되진 않을까, 심장병을 타고나진 않을까 걱정이 됐지요. 만일 잘못되면 우리는 한 집의 아픈 아이 ‘둘‘을 봐야 하니까요. 리아의 엄마는 양수 검사를 거부했어요. 검사해서 아기한테 문제가 있는 줄 알아도 임신중단을 할 리 없었겠지만 말이죠."

내가 보기에 몽족의 의료관은 미국의 일반적인 그것과는 정반대였다.
미국의 의료는 점점 더 협소한 하위 전문 분야로 핵분열을 했고 각 분야사이의 교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에 비해 몽족은 언제까지나 전체론을 견지했다. 내 서류철 중 상호 참조할 서류들의 관계도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갈수록 의료 문제에 대한 몽족의 집착이 삶에 대한 집착과 크게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해서도, 사후의 삶에 대해서도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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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06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백쪽짜리 책 선물해주는 친구 흔치 않죠.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하죠 ㅎㅎㅎ
이 책 참 좋네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유수 2022-12-07 00:27   좋아요 0 | URL
예이!! 같이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