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경제학 - 맨큐의 경제학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티븐 A. 마글린 지음, 윤태경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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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티븐 A. 마글린은 1959년 하버드 경제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경제학자이다. 그는 같은 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주류'로 평가하는 경제학에 의문을 가졌다. 그래고리 맨큐나 애덤 스미스 등 우리가 '경제학'이라고 하면 1번으로 떠올리는 경제학자들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경제학이 인간의 '이기심'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경제학의 근본 논리에 따라 공동체가 무너지는 현상을 걱정한다. 최초 이 책을 꺼낼때, 나는 요즘 핫한 이슈인 '구독 경제'나 공유경제와 같은 4차 산업이 불러 일으킬 앞으로의 경제변화를 설명한 책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읽었다. 하지만 책은 조금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학문'으로의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은 꽤나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번역이 조금 아쉽다. 보통 영문을 번역하다보면, 흔히 말하는 '직독'을 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법대로 번역을 하다보면, 형용사가 비교적으로 많은 영문법의 특징상 문장이 길게 늘어지는 형상이 생기기 마련인데, 가령 얼핏 주어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문장이 다 그렇진 않지만, 다소 영문법스러운 번역은 같은 문장을 두 번 세 번 읽게 해서 글을 어렵게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 일부 문장을 제외하고는 괜찮다.

얼핏 철저한 자본주의적 국가인 미국에서 교육의 중심인 하버드에서 그가 주장하는 공동체 경제학은 자칫 사회주의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이기심과 무한 성장을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이 가져 온 파국은 우리 스스로가 지금도 마주하고 있다. 책의 초입에 설명한 NAFTA로 인한 멕시코 전통 공동체의 붕괴를 비롯해 일차원적인 이익을 위해 전체를 파국으로 몰가가는 몰상식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 여름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산불이나 동아시아의 태풍 문제, 이상 기후 문제, 코로나 바이러스 등 모든 대부분의 문제가 이런 일차원적인 이기심과 무한성장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부터 시작했음을 우리 현대인들은 조금씩 자각하고 있다. 비주류라고 일컬어지는 그의 경제학 이론에 조금 더 힘을 실리는 일은 우리가 주류 경제학을 토대로 한 사회적 이슈가 더 많아지고 그 현상들이 더 가속화 될 수록 강해진다.

책에서는 공동체(커뮤니티)와 동호회(아소시아시옹)으로 나눈다. 그리고 언제든 탈퇴할 수 있는를 생업 공동체와 친밀 공도체로 나눈다. 가볍게 떠날수 있는 동호회와는 다르게 공동체는 그 구성원으로서 쉽게 떠날 수가 없다. 다시 이 공동체는 생업공동체와 친밀공동체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공동체라고 하는 공동체는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생업 공동체가 주인 경우다. 저자는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여러 형태의 집단 중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알겠으나,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확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또한 읽으면서 모호한 공동체에 대한 정의와 그로 인한 경제학에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혹시나 이런 생각이 집단주의나 전체주의로 발전하진 않을까 우려도 솔직히 있었다.

책에서는 공동체의 예를들때, 아미시 교도에 관한 예를 많이 드는데, 지난 번에 읽었던 '디지털노마드'라는 책에서 아마시 교도에 관한 내용을 읽지 않았다면, 이해 하지 못할 만한 부분이었다. 아마시는 기독교 종파 중 하나로 문명 사회에서 벗어나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신도들이다. 그들은 '공동체'라는 정의를 설명하기 몹시 적합한 대상이긴 하지만, 아직 그 개념 자체가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가슴에 쏙 하고 와닿는 예시들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가 하려는 주장에 아주 적합한 예시인 것 만은 사실이다. 그들은 앞서말한 아소시아시옹과 전혀 다른 '공동체'로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회주의자 관점과 다르고, 마르크스 주의 관점도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그가 말하는 '공동체 경제학'이라는 자체가 사회주의 경제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는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모호하지만, 그래도 가장 이상적인 제시를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받아들여지기에 조금 괴리가 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조금 씁쓸한 일일 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의 말에 일부 동의 하기 때문이다. 케네스 볼딩과 허먼 데일라는 주류 경제학이 경제 행위자에 고려해야하는 생태적 제약을 간과했다고 반성한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케니스 볼딩은 경제 환경의 변화를 '카우보이' 경제와 '우주선 경제'로 구분하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 했다. 카우 보이 경제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환경 처럼 자원이 무한정이라고 가정하는 경제를 말한다 때문에 무제한으로 버려도 괜찮은 개방계를 말하고, 우주선 경제란 우주선을 타고 장기간 이동하는 우주 비행사 처럼 소비할 자원에 제한 적이고 오염물지를 버려서도 안되는 조건이기에 재활용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폐쇄계를 말한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누구나 개방계는 나쁘다고 말하고 폐쇄계가 좋다고 말하지만,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무한 이기심과 무한 욕망을 이용하여 소비하고 생산한다.

이론적으로 '악'이라고 치부하는 많은 일들을 저지르면서 실제 자신의 경제생활이나 실생활에 피해가 되는 부분에서는 영락 없이 이기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령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이나 비행기 이용 등도 만찬가지다. 이런 이상적인 일들을 겪다가, 우리는 코로나19와 환경위기를 통해 생각의 대전환기를 맞았다. 많은 사람들 특히 유럽인들은 기존 주류 경제학에 오류를 환경이라는 의제를 통해 발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사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세상이 대격변하는 시기다. 기존 생산과 소비의 패턴으로는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곤 한다. 이런 위기가 실체가 되기 전까지 아마 구류 경제학을 끝물까지 우리는 쥐고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다란 변혁을 요하는 사건이 몇 차례 전개가 된다면, 아마 우리가 받아 들어야 할 경제학은 공동체 경제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국의 잉클로저 운동처럼 세상이 극변하며 지주가 노동자의 수를 줄일때,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는다. 또한 지주는 적은 인원으로 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가 기대가 된다고 하는 요즘 시대는 인공지능이 저절로 부를 축척해 줄 자본가들이 더욱 득세할 세상을 말한다. 즉, 노동가는 인클로저의 소작농처럼 갈 길을 잃지만, 자본가는 젠트리처럼 적은 노동력으로 수익 극대화를 시킨다. 이는 국가의 세수확충에 도움이 된다. 그런 이유로 국가는 이런 사회 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국가'라는 틀이 그 구심이 된다. 그런 이유로 국가가 부유해지는 방향으로 세상이 전개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이 국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고로 사람들이 이기심을 바라보는 시선을 악덕에서 미덕으로 탈바꿈 하는데 일조를 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어찌보면 애덤 스미스가 말했던 시장경제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한다. 오늘 날 우리 저녁 식사 자립의 식탁 위에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다는 것은 푸줏간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가 돈을 가지려는 이기심에서 왔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논리다.

한톨의 식사라도 농부에 대한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고 배우는 우리 전통 사상과도 몹시 대립되는 이 사고가 서부 유럽에서 자유주의 경제를 발전 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괴리를 갖고 온통 모순적인 사회 현상들을 만들어가는 지도 모른다.

책의 워낙 두껍고 내용이 많다보니 많은 내용을 독후감에 담을 수 없어 안타깝다. 처음에는 기겁을 하고 시작했다. 친절하지 않은 번역도 한 문장 한 문장을 다시 읽게 했다. 하지만 읽어 가면서, 생각 보다 많이 부딪치지 않는 번역과 내용은 그래도 읽을만 한 책이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책은 최고의 석학이 쓴 책 답게, 다소 '나도 알고 있으니,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가 어느정도 깔려 있는 책이다. 평소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고 주류 경제학에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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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인의 시대다
은서기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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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생이 온다'는 책이 수 년 전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평화로운 회사 조직 문화에 '그들'이 등장하면서 풍파를 일으킨다. 그들은 주류가 되며 회사의 문화를 바꾸어간다. 강한 조직력으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던 기성세대는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 그렇게 90년 생들이 왔다. 시간이 지났다. 90년 생이 온다고 호들갑을 떨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2000년 생이 온다. 90년 생이 온지 얼마나 지났다고 더한 세대들이 몰려온다. 동시에 나이든 세대는 저물어간다. 은퇴하고 퇴직한다. 점차 사회에 변화가 불어온다.

베스트셀러인 90년 생은 자기 중심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조직문화보다는 개인의 삶을 더욱 선호한다. 그들은 고리타분한 사원, 대리, 과장, 부장의 타이틀 보다는 유튜버, 블로거, BJ 등의 타이틀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향하던 광고의 공급은 이제 개인에게 넘어간다. 노출이 많은 개인은 이제 커다란 광고판이 되어 스스로 몸값을 결정한다.

2016년 한국경영차총협회가 3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직율은 27.7%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 일단 말단으로 입사하고 사장자리까지 올라가는 환상을 갖고 취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이제 거의 없다. 있다 손 치더라도 그들이 집단 문화에 조금이라도 경험을 해보면 얼마지 나지 않아 그들은 퇴직을 하곤 한다. 그간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중산층이 탄탄한 사회에 있었다. 중산층이 당연히 있던 사회에서는 기본 교육과정을 거치고 당연히 대학을 졸업한 후 누구나 취업하여 중산층에 입성 가능했다.

이제 집단이 무너지고 개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앞서 사회가 말을 하고 있다. 이 사회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출이다. 우리는 '대중'이라는 말을 알고 있다. 절대 다수는 의외로 수동적이다. 공급하는 이의 방식에 절대 다수는 수동적으로 받아드린다. 그런 사회는 집단에서 개인으로 바뀌더다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에 누가 먼저 대중 속에 인지도를 갖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예전에 파워 블로거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갖는 영향력에 비해 커다란 부나 명예를 갖지 못했다. 물론 어느정도의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었지만, 엄청난 신흥 부호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대거 활동을 멈추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이제 블로거가 아닌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이 플랫폼과 저 플랫폼을 이동해가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제 그들은 신흥 부호가 되어간다.

우리 모두에게는 색깔이 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새롭고 누구나 다르다. 하지만 모든 색을 모두 합치고 나면 검정색이 된다. 아무리 노랗고 빨갛고 파란 색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하나 둘 섞이고 대중이 되고나면, 우리는 검정색이 된다. 전체는 개인을 그렇게 만든다. 하지만 검정색이 되고 나면, 스스로를 잃고 스스로 검정색이라는 자아를 형성해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색을 갖고 태어났다. 대중이라는 이름 속으로 스스로를 방치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경복궁을 재건하기 위해 동원된 인원은 공장만 하루 1600명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훨씬 적은 인원으로 빌딩을 짓기도 한다. 점차 기술과 기계가 좋아지면서 인간이 모여서 집단으로 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50명이 들고 짊어지던 짐을 포크레인과 기사 한 명이 해결 할 수도 있다. 지금껏 많은 개인들이 집단이 되어 수 많은 짐을 옮기고 있었다면 이제는 포크레인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 같은 양을 해결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것들이 먼 미래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착각 할 수있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키워드를 생각해보자. '90년 생이 온다', '노마드', '코로나19', 'FAANG', '비트코인',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알파고', '긱이코노믹', '무역전쟁' 등등 지금도 우리가 쉽게 접하는 많은 단어들이 개인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또한 지나는 막차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며 버스를 쫒아가는 순간일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노출에 대해 굉장히 강조를 한다. 노출이 곧 생존처럼 말한다. 그에 따라 자신이 얼마만큼 노출이 되어 있는지를 진단하는 간단한 표도 제시하는데 그 표에 따르면 나는 4단계 중 4단계였다. 스스로 생각하길 나는 그 정도로 영향력이 있거나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읽은 책을 기록하는 방식을 온라인으로 선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읽은 책의 리스트를 보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나쁘지 않은 흐림인 것 같다. 노출이 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우연한 이유로 나도 조금씩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앤디 워홀은 이런 말을 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대중은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사실 아무리 안 좋은 이슈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은 뉴스에 한 번 더 나오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10명에게 알려지고 10명이 지지자인 것보다는 100만명에 알려지고 99만명이 안티팬인게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노출은 어쩌면 호모사피엔스가 사회를 형성해가면서 꾸준하게 달려왔던 한 방향이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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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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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뭐지? 책 표지에 제목이 없다. 심지어 어떤 홍보 문구도 없다. 저자가 누구인지 소개도 없다. 그저 좋은 명화하나가 있을 뿐이다. 아마 명화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듯 했다. 책을 바라보는 정면에서 그 무엇도 명화를 가리지 않았다. 두툼하니 책의 표지를 만져본다. 잘은 모르지만 벨벳처럼 보드랍다. 감촉과 감상만으로 힐링이 되어진다.

책의 제목은 꽂혀 있을때나 알 수 있다. 책의 모서리에 '그림의 힘'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림에 관한 책이구나' 하며 습관적으로 표지 한 장을 걷는다. 작가 소개가 있을 법한 자리에 작가 소개는 없다. '뭐지 이 책'

이런 확실한 철학이 있는 책들은 깔끔하고 믿음이 간다. 나를 내세우기 위해 글을 쓰는 '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작가홍보물들을 읽어오던 우리가 이런 진짜 책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책의 작가는 책을 모두 읽어야 만나 볼 수 있다. 사실 책의 소개에서는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나는 순서대로 읽었다. 읽는 도중에, 설마 작가가 누구인지 안알려주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착가는 책의 마지막을 덮을 때 소개가 나왔다. 아마 명화와 이 책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를 뒤로 숨겨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은 총 두 번을 읽었다. 책은 명화가 들어가 있고 저자의 설명(?)이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저자 또한 그림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진 않는다. 모든 명화나 문학은 독자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좋은 문구들이 적혀 있다. 내가 메모한 글들은 대략 이렇다.

'우리를 조금 키우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 -파울 클레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가장 쉬운 선택은 그것을 증오하는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

이런 류의 글과 함께 작가는 짧은 이야기 하나를 해주고 바로 명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명화가 나온 뒤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실 이 책은 한 번만 볼 수 없다. 우리는 책에 있는 글씨보다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더 빨리 넘길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책에 들어 있는 명작들은 쉽게 넘기지 못하였다. 담겨있는 글보다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하던 명화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내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다보면 가만히 자연을 감상하던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흘러가는 강물을 무한정으로 바라보고, 떨어지는 폭포수를 한없이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튀어오르는 물방울과 작은 이끼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바라보며 무한한 감상에 빠져든 적이 있다. 그런 대자연을 만끽하는 일은 집밖을 나와 한참을 내달려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것들을 무한정으로 바라보던 그 시기가 방 한쪽 구석에 앉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명화는 이렇게 감상하는 거구나.. 싶었다.

예전에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강의를 하나 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 수준도 안되는 것들이 왜 명화라고 불리우는지 이해를 못하던 시절 그 강의를 보고 나는 시선을 바꾸었다.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린 그림을 잘 그린 그림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고성능 카메라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가면서 우리능력이 한계에 다달았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그대로 사실을 복사해 내는 것은 인간다움이 아니다.

우리는 둥근 원통을 그려 넣을때,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카피해 내는 작품 말고도 무수한 방법으로 그 사물을 바라보는 작품을 본다. 한 작품을 그려낼때, 옆면, 측면, 윗면, 아랫면을 모두 그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그 대상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혹은 대상이 갖고 있는 감성이 바라보는 감성 또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분위기 또한 담아야하는 것은 아닐가? 그런 생각은 입체파, 추상파, 인상파 처럼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현해 내는 방법에 따라 나누게 했다.

미술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는 것을 카피해내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철학적 고심들이 들어가며 역사화 형태를 변화해갔다. 현대미술이라는 아무렇게나 뿌려진 물감들이 무슨 가치가 있기에 그렇게 비싼 가격을 받는가. 사실 그것은 잘그렸다고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을 보는 사람이 해석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산에 있는 꽃을 보며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지 않는다. 다만, 그 꽃을 얼마나 흉내를 잘 냈는지에 대해 잘 만들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저 진짜를 따라한 가짜들은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없다. 사진이 담지 못하는 대자연처럼 모든 것은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책은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만져지는 책표지의 보드라움부터 시작하여 나를 치료해주는 많은 이야기와 명화들... 간만에 나의 달력에 꽉찬 별하나를 채워 넣는 좋은 책이 나온듯 하다.

책에서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다.

어떤 새로운 일을 맞이할때마다 애정을 쏟아 놓는 앤을 보며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렇게 기대하면 실망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때 앤은 이런 말을 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실망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실망할까봐 기대조차 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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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 자기계발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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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몹시 두껍지만 내용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책 표지에 지은이 사이토 요시히로와 함께 그림에 주노 라고 적혀다. 책은 한 심리 실험에 대하여 아주 간략한 한 쪽에서 두 쭉 정도의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한 쪽에서 두 쪽 정도의 그림들이 나온다. 책이 깊이 있지는 않지만 쑥 쑥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에 가장 좋은 건, '팩트'라는 소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근거가 없이는 아무런 힘을 얻지 못한다. 때로는 명문대학의 실험 결과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유능한 연구실의 실험 결과일 수도 있다. 나의 논거를 뒷받침해주는 단단한 배경은 그런 훌륭한 사람들의 실험들이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 책은 88가지나 재미난 실험들을 소개하지만, 게중에는 '뭐 이런 것도 넣었나' 싶은 것들도 있다. 너무 사소한 주제를 가지고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에게 몇 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나는 벌써 3권의 책을 집필하고 출간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좋은 예시들이 항상 필요했다. 대략 어떤 실험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과 출처를 몰랐던 재미난 실험들이 간략한 소개와 함께 적혀있어 좋았다. 책은 쉽게 넘어간다. 때문에 이런 실험들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읽다가 흥미로운 주제가 있을때마다 관련 책을 뒤져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일본의 출판업은 참으로 부러울 정도다. 다양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다양성 면에서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도저히 넘 볼 수 조차 없는 정도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이처럼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다양한 책들이 나오길 바란다.

책에서 재밌었던 실험 하나를 소개하자면, 우선 잘나가는 사람의 가방이 가볍다는 사실이다. 뜨끔했다. 나의 가방은 몹시 무겁다. 나의 가방에는 5~6권의 책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고, 필기구와 지갑, 2권의 전자책, 무선이어폰과 자동차 스마트키 등이 들어간다.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 나는 그 무거운 가방을 꼭 들고가는데, 이 실험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뜨끔했다. 내 가방은 왜 무거울까?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방을 항상 들고 다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지고 살았던 것 같다. 또한 가방이 비어 있다 하더라도, 가방의 끈을 쥐고 있는 행위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자리에 앉을 때나 손을 어디에 둘지 모를때도 가방은 항상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렇게 가방을 좋아하다보니 점차 소지품이 많아진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에서 이런 비슷한 내용의 실험을 많이 다뤘다. 때문에 읽다보면, 어디서 본듯한 실험 부터, 이런걸 실험으로 해야하나 싶은 것들도 있다. 얼굴이 큰 사람이 이끄는 조직의 성과가 더 좋다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왜 모자를 거꾸로 쓰는 사람이 많이 보이냐는 둥, 특이한 실험도 많다.

어쨌거나, 앞으로 여기서 봤던 88가지 실험들은 내가 앞으로 읽게 될 다음 책에서 '어? 이 예시는 어디서 들어봤는데?'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 빈도가 많아지면 점차 나의 완전한 지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첫 단추를 끼워 주는 가볍고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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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의 시간 - 여행을 통해 내 삶의 유산을 남겨주는
박석현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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