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몹시 두껍지만 내용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책 표지에 지은이 사이토 요시히로와 함께 그림에 주노 라고 적혀다. 책은 한 심리 실험에 대하여 아주 간략한 한 쪽에서 두 쭉 정도의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한 쪽에서 두 쪽 정도의 그림들이 나온다. 책이 깊이 있지는 않지만 쑥 쑥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에 가장 좋은 건, '팩트'라는 소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근거가 없이는 아무런 힘을 얻지 못한다. 때로는 명문대학의 실험 결과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유능한 연구실의 실험 결과일 수도 있다. 나의 논거를 뒷받침해주는 단단한 배경은 그런 훌륭한 사람들의 실험들이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 책은 88가지나 재미난 실험들을 소개하지만, 게중에는 '뭐 이런 것도 넣었나' 싶은 것들도 있다. 너무 사소한 주제를 가지고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에게 몇 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나는 벌써 3권의 책을 집필하고 출간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좋은 예시들이 항상 필요했다. 대략 어떤 실험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과 출처를 몰랐던 재미난 실험들이 간략한 소개와 함께 적혀있어 좋았다. 책은 쉽게 넘어간다. 때문에 이런 실험들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읽다가 흥미로운 주제가 있을때마다 관련 책을 뒤져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일본의 출판업은 참으로 부러울 정도다. 다양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다양성 면에서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도저히 넘 볼 수 조차 없는 정도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이처럼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다양한 책들이 나오길 바란다.
책에서 재밌었던 실험 하나를 소개하자면, 우선 잘나가는 사람의 가방이 가볍다는 사실이다. 뜨끔했다. 나의 가방은 몹시 무겁다. 나의 가방에는 5~6권의 책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고, 필기구와 지갑, 2권의 전자책, 무선이어폰과 자동차 스마트키 등이 들어간다.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 나는 그 무거운 가방을 꼭 들고가는데, 이 실험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뜨끔했다. 내 가방은 왜 무거울까?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방을 항상 들고 다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지고 살았던 것 같다. 또한 가방이 비어 있다 하더라도, 가방의 끈을 쥐고 있는 행위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자리에 앉을 때나 손을 어디에 둘지 모를때도 가방은 항상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렇게 가방을 좋아하다보니 점차 소지품이 많아진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에서 이런 비슷한 내용의 실험을 많이 다뤘다. 때문에 읽다보면, 어디서 본듯한 실험 부터, 이런걸 실험으로 해야하나 싶은 것들도 있다. 얼굴이 큰 사람이 이끄는 조직의 성과가 더 좋다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왜 모자를 거꾸로 쓰는 사람이 많이 보이냐는 둥, 특이한 실험도 많다.
어쨌거나, 앞으로 여기서 봤던 88가지 실험들은 내가 앞으로 읽게 될 다음 책에서 '어? 이 예시는 어디서 들어봤는데?'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 빈도가 많아지면 점차 나의 완전한 지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첫 단추를 끼워 주는 가볍고 재밌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