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뭐지? 책 표지에 제목이 없다. 심지어 어떤 홍보 문구도 없다. 저자가 누구인지 소개도 없다. 그저 좋은 명화하나가 있을 뿐이다. 아마 명화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듯 했다. 책을 바라보는 정면에서 그 무엇도 명화를 가리지 않았다. 두툼하니 책의 표지를 만져본다. 잘은 모르지만 벨벳처럼 보드랍다. 감촉과 감상만으로 힐링이 되어진다.

책의 제목은 꽂혀 있을때나 알 수 있다. 책의 모서리에 '그림의 힘'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림에 관한 책이구나' 하며 습관적으로 표지 한 장을 걷는다. 작가 소개가 있을 법한 자리에 작가 소개는 없다. '뭐지 이 책'

이런 확실한 철학이 있는 책들은 깔끔하고 믿음이 간다. 나를 내세우기 위해 글을 쓰는 '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작가홍보물들을 읽어오던 우리가 이런 진짜 책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책의 작가는 책을 모두 읽어야 만나 볼 수 있다. 사실 책의 소개에서는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나는 순서대로 읽었다. 읽는 도중에, 설마 작가가 누구인지 안알려주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착가는 책의 마지막을 덮을 때 소개가 나왔다. 아마 명화와 이 책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를 뒤로 숨겨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은 총 두 번을 읽었다. 책은 명화가 들어가 있고 저자의 설명(?)이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저자 또한 그림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진 않는다. 모든 명화나 문학은 독자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좋은 문구들이 적혀 있다. 내가 메모한 글들은 대략 이렇다.

'우리를 조금 키우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 -파울 클레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가장 쉬운 선택은 그것을 증오하는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

이런 류의 글과 함께 작가는 짧은 이야기 하나를 해주고 바로 명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명화가 나온 뒤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실 이 책은 한 번만 볼 수 없다. 우리는 책에 있는 글씨보다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더 빨리 넘길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책에 들어 있는 명작들은 쉽게 넘기지 못하였다. 담겨있는 글보다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하던 명화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내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다보면 가만히 자연을 감상하던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흘러가는 강물을 무한정으로 바라보고, 떨어지는 폭포수를 한없이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튀어오르는 물방울과 작은 이끼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바라보며 무한한 감상에 빠져든 적이 있다. 그런 대자연을 만끽하는 일은 집밖을 나와 한참을 내달려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것들을 무한정으로 바라보던 그 시기가 방 한쪽 구석에 앉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명화는 이렇게 감상하는 거구나.. 싶었다.

예전에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강의를 하나 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 수준도 안되는 것들이 왜 명화라고 불리우는지 이해를 못하던 시절 그 강의를 보고 나는 시선을 바꾸었다.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린 그림을 잘 그린 그림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고성능 카메라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가면서 우리능력이 한계에 다달았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그대로 사실을 복사해 내는 것은 인간다움이 아니다.

우리는 둥근 원통을 그려 넣을때,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카피해 내는 작품 말고도 무수한 방법으로 그 사물을 바라보는 작품을 본다. 한 작품을 그려낼때, 옆면, 측면, 윗면, 아랫면을 모두 그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그 대상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혹은 대상이 갖고 있는 감성이 바라보는 감성 또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분위기 또한 담아야하는 것은 아닐가? 그런 생각은 입체파, 추상파, 인상파 처럼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현해 내는 방법에 따라 나누게 했다.

미술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는 것을 카피해내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철학적 고심들이 들어가며 역사화 형태를 변화해갔다. 현대미술이라는 아무렇게나 뿌려진 물감들이 무슨 가치가 있기에 그렇게 비싼 가격을 받는가. 사실 그것은 잘그렸다고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을 보는 사람이 해석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산에 있는 꽃을 보며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지 않는다. 다만, 그 꽃을 얼마나 흉내를 잘 냈는지에 대해 잘 만들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저 진짜를 따라한 가짜들은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없다. 사진이 담지 못하는 대자연처럼 모든 것은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책은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만져지는 책표지의 보드라움부터 시작하여 나를 치료해주는 많은 이야기와 명화들... 간만에 나의 달력에 꽉찬 별하나를 채워 넣는 좋은 책이 나온듯 하다.

책에서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다.

어떤 새로운 일을 맞이할때마다 애정을 쏟아 놓는 앤을 보며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렇게 기대하면 실망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때 앤은 이런 말을 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실망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실망할까봐 기대조차 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이 글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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