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을 한 번만 소개하는 건, 핵분열 에너지로 라면 끓여 먹는 것과 같다. 지금껏 아무리 벽돌 같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완독하기 전에는 절대 리뷰하지 않았다. 그것이 철학이었으나 이번은 그것을 깨겠다. 책은 절반이 조금 넘은 정도를 읽었다. 나머지 절반은 내일 완독할 예정이다. 우주 만물의 역사와 원리를 담았는데, 고작 그것을 한 장으로 요약하는 일은 내 능력 밖이다. 책의 깊이를 감탄하려면 사실 두 번의 리뷰도 부족할 정도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려고 한다면, 먼저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
과학하는 사람들이 괴짜 같은 건 알고 있었지만, 책은 정말 사과파이로 부터 우주를 만들어 나간다. 우주라고 표현했지만 만물을 이야기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생각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도대체 이 잡다한 구성이 우주랑 뭔 상관이야'였지만 사실상 우주는 우리을 뛰어 넘어 대기권 밖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주는 우리 손톱 밑이나 발가락 사이에도 존재하고 모든 순간과 티끌, 모든 공간이다. 진짜 사과파이를 만들어보자. 사과를 먼저 구해야 하겠지만 아니다. 진짜 사과파이는 사과를 먼저 기르는 것 부터 시작한다. 농장에서 시작할까. 아니다. 사과나무가 열리기 위해선 토양과 태양광에서 출발해야 한다. 태양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태양은 헬륨과 수소로 이뤄져 있다. 그럼 수소는 무엇이고 헬륨은 무엇이고 그것들은 어디서 왔을까.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해서 분자를 알아야 하고, 분자를 알다보니 원자를 알아야 한다. 원자를 구성하는 것이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임을 알아야 하고 다시 그것 또한 공간 임을 이해하며 그 공간에는 위쿼크, 아래쿼크, 야릇한 쿼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재료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한다는 것을 보면 이 엄청난 분량의 우주 물리학 도서가 사실은 '사과파이 레시피북'으로 분류해야 하나 싶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와 탄소, 수소와 헬륨 따위를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해보면 학교 과학시간에 그것을 알려주진 않았다. 과학 시간에는 아득한 주기율표에 영문과 한글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문자의 나열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있으니 일단 외우라는 지도를 받았다. 그것이 왜 그렇게 됐는지 물론 궁금해 하지도 않았지만 알려주지 않았고 왜 궁금해 하지 않는지 묻는이도 없었다. 세상 모든 지식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에는 '호기심'이 없기 때문에 내 눈에는 '사과파이'는 그저 '사과파이'로 존재했을 것이다. 다양한 원자와 구성을 밝히는 일들은 이 책에 의하면 역시나 사과파이에서 시작한다. 사과파이를 통해 탄소를 얻는 실험. 탄소를 통해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확인하는 과정. 헬륨과 수소를 통해 핵융합이 일어난 과정. 도서 제목은 '다정한 물리학'이지만 개인적으로 원제인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가 참 센스 넘치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원제에서 '물리학'을 가늠하지 못할지 모르는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으로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해결하지 못한 현대 물리학의 나머지 퍼즐을 맞춰 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 책을 집어들고 100 페이지를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은 이랬다.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어쩌지..."
두 번 째 생각은 이랬다.
"읽었으나 이해를 하지 못하면 어쩌지..."
물론 나또한 천재 물리학자들의 업적을 최대한 쉽게 표현했음에도 다양한 용어가 익숙치 못해 완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역시 책이란 '기호'이기 때문에 어떤 누군가가 미지근한 리뷰를 올리는 것들도 봤다. 나의 시선에서는 책을 읽을 때마다 '경이롭다'라는 말이 새어나왔다.
우주의 조각을 맞추는 물리학자들의 도전이 경이롭다. 이것은 유튜브에서 보게 되는 황당한 우연 모음집 같다. 수 백 번의 도전 중 우연히 성공한 영상만 짜집어 편집한 영상 말이다. 생각없이 보는 영상 중에는 그런 영상들이 있다. 정확히 같은 사이즈의 구멍에 구슬을 집어 넣거나, 보지 않고 던진 공이 농구 골대에 들어가는 깔끔하게 달성되는 우연들. 서로 다른 과학자들이 아무렇게나 던진 공이 정확히 목표 지점에 깔끔하게 떨어져 들어가는 희열은 현대 물리학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근원'을 생각하지 않고 행하는 것들이 참 많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며 가거나, 어디서 왔는지 모르니,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른다. 물리학이 중요한 이유는 오른쪽으로 던진 공이 왼쪽으로 가지 않는 것처럼 '신'이 만들어낸 규칙에 '근원'을 고민하는 '지적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왜 일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것은 '본질'에 대한 탐구가 없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우주의 움직임을 숫자로 풀어내는 이들을 바라보며 신의 위대함을 탐구하는, 인간의 위대함도 알게 된다. 우주를 이해하다 보면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리가 별에서 부터 시작했음을 느껴 볼 수 있다. 어떤 별이 터지며 흩어진 원자들은 우리를 구성하는 재료가 됐다. 다시 말하자면 하찮은 발 뒤꿈치의 굳은 살 조차 경이로운 우주의 조각 중 하나이며 우리는 무한한 공간과 시간에서 발생한 수많은 우연과 우연이 만들어낸 복합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가치는 그렇게 매겨진다. 나뿐만 아니라, 바닥 위를 기어가는 개미 새끼 한마리도 우주의 한 조각이다. 오늘 저녁, 내일 어쩌면 일과 시간과 휴식시간 틈틈히 이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남은 반절도 너무 기대가 된다.
*내일 도서 완독 후 두번째 리뷰 작성하겠습니다.
(처음으로 리뷰를 두 번에 나눠 쓰네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