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84년 12월 4일, 조선 한복판에서 갑신정변이 벌어졌다. 흔히 '3일천하'라고 부르는 이 사건을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웠다. 온건개화파와 급진개화파 중 젊은이들이 축이 된 급진개화파들이 일으킨 정변이라고 배운다.

그 대목에서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 상상력이 동원된다. 그때 만약 그들의 정변이 성공에 이르렀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교과서에서 '흑백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김옥균'이라는 이름은 거기서 익숙해진다. 다만 '김옥균'이라는 인물은 국사교과서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인물들 중 하나인데다가, 너무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사건의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실상 큰 관심이 생기기 힘든 인물이다. 다만 '이상훈' 작가의 소설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은 '김옥균'을 중심으로 당시를 꽤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소설에 따르면 김옥균의 '3일천하'는 표면적으로 들어난 사건일 뿐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역사적 배경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역사의 3일은 물리적 시간에 비해 큰 메시지를 준다.

이 사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는가. 갑자기 궁 담벼락에서 불이나 시작한 그 사건의 전말을 학창시절에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 전개가 '꽤 역사의 한줄'에 등장하는 사건으로 남는데에 있어서 묘한 인간적 쾌감이 있다.

'그렇지, 역사도 인간성 위에 세워진 흔적이지 않은가'

사람들은 김옥균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일본과 손을 잡고 조선을 개혁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아주 갈린다. 사람들의 평에 따르면 그는 '영웅'이거나 '배신자'다.

온화한 방법으로는 조선을 개화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젊은이의 판단은 권력을 잡고 제도를 바꾸는 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백성의 삶을 변화하겠다는 믿음은 우리의 교과서에서 부정적인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그 상황에서 어떠한 대안이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단순히 그의 계획을 부정적으로 보기만도 힘들다.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국왕을 설득해야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권력을 가지고 와야 했다.

민주사회가 된 지금에 보기에 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그가 택한 선택이 얼마 전, 대한민국에 일어난 계엄과 결을 닮았기 때문이다. 급진적이 방법으로 변화를 하려는 것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사에서도 그렇다.

그의 시도는 참 불운하게도 '지나치게 인간을 믿은 탓'으로 보인다. 그는 정변을 준비하면서 꽤 많은 사람을 믿는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의 삶을 돌아보면 느껴진다. '고종'과 '일본'은 상황에 따라 그 얼굴을 바꾼다.

실제로 갑신정변이 성공에 이르렀다면 어땠을까.

정변 직후에 발표한 개혁안은 매우 현대적이다. 가령 과거제 폐지, 인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고문금지, 내각 중심의 행정 체계 도입, 상업의 자유 보장이 그렇다.

김옥균은 혁명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한다. 조선 정부는 그를 역적으로 몰고 고종은 끝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무능한 국왕 하나가 국가의 역사를 이렇게 달라지도록 했다는 점을 보자면 '정치'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리더의 철학'을 근간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894년, 결국 끊임없는 암살시도 위에 김옥균은 사망한다. 홍종우에 의해 상하이암살 된다. 그의 시신은 조선으로 옮겨졌고 능지처참됐다. 아주 짧게 스치고 지나갔던 역사적 인물의 '일생'을 살피면서 아주 많은 생각이 든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선택을 어떻게 회상하며 나머지 일생을 살았을까.

얼마전 유튜브에서 한물간 정치인의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극단적인 정치인이었다. 다만 지금에 와서는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났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가난과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의 삶을 보건데 '김옥균'의 삶과 너무 비슷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내던져야 하는 건 개인이 견디기 꽤 가혹했다.

100년이 지나고 지금 다시 김옥균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는 반복하지 않지만 되풀이 된다. 체제를 바꾸겠다는 의지,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급진성, 이상을 위한 현실의 동원. 이런 것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익숙한 장면들이다. 지금도 어떤 이들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어떤 이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개혁을 시도한다. 또 어떤 이들은 모든 걸 포기한 채 방관자로 살기도 한다.

우리는 늘 결과만으로 판단한다. 고로 김옥균은 실패자고 역적이며, 나아가 비극의 주인공이라 기억한다. 다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시도'와 '의지'였는지 모른다. 사실 진짜 변화는 늘 앞선 사람들의 피 위에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권리가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삼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버멘쉬 -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겠다는 선언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본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선악의 저편'에서 남긴 말이다.

심연은 '공'하다. 무의미하고 방향이나 정답도 없다. 우리 내부에 숨겨져 있는 '진리'를 알기 위해 골똘하게 되면 결국 '허무주의' 만난다. 사실 깊은 것에는 어둡다. 그곳을 깊이 살피다보면 처음엔 진리를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어둠에 눈이 익는다. 진리를 알아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무뎌지고 '결국' 길을 잃은 스스로만 남는다.

심연의 본질은 본래 '없음'이다. 형태도 없고, 이름이나 방향도 없다. 그 '없음'에 고개를 쳐집어 넣고 헤매고 있으니, 그 상실감은 스스로를 집어 삼켜 결국 스스로를 상실하고 만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면 '포레스트 검프'다. 일자무식하고 단순한 '바보'가 평범하고 똑똑한 사람들을 어떻게 넘어서는지 절실하게 보여준다. 따지고보면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진다. 삶은 아주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가끔 INTJ이건 INFJ이건 생각이 많고 골똘해지는 나의 성격 유형상 '포레스트 검프'는 정기적으로 봐주어야 하는 일종의 '각성제' 같은 영화다.

'배트만 다크나이트'가 워낙 명작이라기에, 봤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해당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조커'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했던 대사다.

'Why so serious?'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다르게 해당 대사가 마음에 콱 들어와 박혔다.

가만 보면 나이를 들면서 꽤 진지해진다. 생각하고 또 생가한다. 행동이나 말이 무게가 실려야해서 그럴까. '나이'라는 숫자가 말하는 '세월'이 삶을 하는 와중, 그 세월 중의 모든 '나'를 대표하는 '나'가 최정점에서 삶을 증명해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아무 죄 없는 10대와 20대의 나를 욕먹인다. 나이를 쌓아가면 내가 욕먹이는 나의 범위는 더 늘어난다. '집에서도 세고, 밖에서도 세고, 10대, 20대, 30대...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대표하는 '이력서'를 '현재'의 내가 매순간 말과 행동으로, 성과로, 능력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수많은 타인이자 스스로인 자신을 대표하기에 어떤 행동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삶을 꽤 대충 살아도 되는 나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점차 멀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따지고보자면 누군가에게 증명 받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지 않는가. 고로 모든 일에는 크게 진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저 사람은 왜 저런 선택을 할까'

그런 생각을 주는 사람이 되더라도 괜찮다.

어디서 보건데,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가치증명의 욕구만 내려 놓아도 삶은 매우 편해진단다.

아이러니하게도 니체는 스스로 심연을 너무 들여다 본듯하다. 그 시선이 어쩌면 그의 자아를 무너뜨렸을지 모른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1889년 니체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됐다. '초인'을 지향하던 그의 말로는 11년 간 말 한마디 못하는 상태로 두었고 어머니나 여동생도 알아보지 못했다.

니체는 말로 삶을 가르쳤지만, 나는 그의 삶 전반으로 배웠다. 니체의 철학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나에게는 차라리 '포레스트 검프'의 '바보 철학'이 맞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켈리의 신비마트 3 김켈리의 신비마트 3
김켈리 원작, 이세경 지음, 권용완.박상빈 그림 / 베가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을 테리고 마트를 자주 갔었다. 장을 보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아이들을 '놀리'기 위해서다. 집에 있으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들다. 한눈을 팔면 사고 치는 쌍둥이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나가야 했다.

마트를 가면 대형 카트에 아이들을 태웠다. 아이를 태우고 이 물건, 저 물건을 고른다. 아이에게 '돈'을 이야기하고, '숫자'를 알려주고, '글자'를 읽어 줄 수 있다. 꽤 좋은 학습공간이다.

마트는 아이에게 '테마파크'와 같다. 이것 저것 다양한 구경거리와 체험, 사람들이 있었다. 안전하고 친절하며 넓고 깨끗했다.

이세경 작가의 '김켈리의 신비마트3'을 보며 떠오른 향수가 아이와의 추억이었다. 아마 우리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마트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머물기 좋아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잘만하면 괜찮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다. 그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세경 작가의 '김켈리의 신비마트3'를 받아들고, 처음엔 단순한 모험 판타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책을 펼치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아이들 현실'을 꿰뚫고 있었다.

이야기는 새 학기 '반장 선거'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켈리는 사실 발표에 서툰 아이였다. 목소리도 크고 활발하지만,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고 내려온다. 그런 켈리에게 어느 날 '신비마트' 사장님이 특별한 마이크를 건넨다. 이름하여 '발표 천재 마이크'. 켈리는 그 마이크 덕분에 멋지게 발표를 해내고, 친구들의 지지를 받아 반장이 된다.

다만 반장은 언제나 경쟁의 자리. 반장을 매년 놓치지 않던 ‘양빛나’는 켈리의 당선을 곱게 보지 않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줄다리기, 질투와 불신, 다툼이 생긴다. 그러던 중, 책은 또 다른 축으로 '봉식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비춘다. 봉식이는 말도 많고 심부름도 도맡지만, 늘 '형식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형식이는 봉식이를 물리적으로 괴롭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형식이 자신도 또 다른 방식의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이 구조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그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용기'를 내는지, 왜 서로를 질투하게 되는지, 그리고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이 어떻게 다듬어질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신비마트 사장님은 또 다른 도움을 준다. '고통 반사 물병' 같은 마법 아이템이 등장하는데, 이걸 통해 친구들의 감정과 고통이 진짜 전달된다. 말로 하는 위로보다 직접 느껴보는 공감의 힘을 판타지 설정으로 풀어낸다.

아이들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재밌게 읽힐 수밖에 없다. 반장선거, 발표, 친구와의 갈등, 왕따 문제, 또래 사이의 서열 구조...

모두 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걸 아주 유쾌하게, 마트라는 익숙한 공간과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풀어간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혜롭게 해결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훈계도 없고, 기적처럼 모든 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작은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면서 아이들이 직접 갈등을 풀어나간다.

만약 발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친구들과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더욱 좋다. 흥미로운 설정과 익숙한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현실을 닮은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에 스며들 것이다. 부모가 먼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눠봐도 좋고, 아이 혼자 읽으며 자기 이야기를 투영해보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마트가 진짜 이런 곳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반장선거에서 마이크 하나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김켈리의 신비마트3'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 한가운데를 짚는 이야기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엔아이세움] 흔한남매 이상한 나라의 고전 읽기 1-7권 세트 (전 7권) - 흔한남매시리즈,고전그림책,고전만화책,흔한남매고전,흔남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벌레 아빠'가 아이에게 권장하는 도서 방법은 이렇다.

지켜보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컨텐츠나 주제가 있으면 '사정없이' 관련 도서를 들이민다.

그뿐이다.

주중에 게임과 영상 시청을 하지 않는다. '일요일'이 되면 이 규칙을 느슨해진다. 그 결과 아이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시작했다. 그게 뭔가, 하고 ChatGPT에게 물었더니 '유튜브' 보여주느니, 차라리 '마인크래프트'를 권장해라 한다.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지켜봤다. '마인크래프트'는 꽤 다른 열정을 태울 동력으로 괜찮아 보였다. 일요일에는 30분씩 쪼개어 마인크래프트를 몇 차례 했다.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건물도 짓고, 집도 만든다. 슬쩍 봤더니 거기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적잖이 어렵다.

'마인크래프트' 관련 '백과사전'을 사주었다. 토요일은 잠들기 전까지 백과사전을 보다 자는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할 무엇이 있는지를 지켜본다. 그러다가 '이거구나' 하는 순간 마중물을 넣어주는 느낌으로 도서를 공급한다.

최근 아이가 가장 관심있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흔한남매' 컨텐츠다. '학습만화'를 싫어하진 않지만 굳이 권장하진 않는다. 고로 '흔한 남매' 시리즈 중, 그나마 '글밥'이 가장 많은 줄글 책을 찾아봤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흔한남매 고전읽기'다.

물론 구성은 완전한 줄책은 아니다. 도입은 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화구성이다. 다만 '고전'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천천히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글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2시 반에 하교한다. 요즘은 거의 '고전읽기'만 본다. 숙제를 먼저 마치고 샤워 전까지 계속 책을 읽는다.

다른 집은 어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통 9살의 일상이 궁금하기는 하다.

4시 정도에는 샤워 후 머리를 말린다. 머리를 말리는 15분은 줄글을 소리내어 읽게 시킨다. 지금은 거의 규칙이 됐다. 이후 저녁식사를 한다. 그러면 다시 앉아서 '흔한남매 고전 읽기'를 읽는다.

'개냥이수사대', '흔한남매 안흔한일기'를 발견한 뒤로 새롭게 발견한 보물이다. 아이가 몹시 빠져 있다. '흔한남매' 시리즈에서 더이상의 '줄글책 구성'은 없는듯 하다. 이게 마지막 같다.

'줄줄이 고구마캐듯', 흔한남매 고전을 읽었지만, 고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 고전은 '역사'로 관심이 흘러간다. 역사는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한다. 인문학은 기타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뭐... 그렇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거지...' 싶다.

개인적으로 '어른들이 말하는 권장도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교육 컨텐츠'를 좋아한다. 책은 '교육'보다 '놀이'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자율적으로 읽는다. 어차피 시작이 문제이지 시작하면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읽다보면 결국 권장도서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나도 그렇다. 유머책, 삼국지, 추리소설로 독서를 시작했다. 그리고 강제받자 않았지만 다른 책으로 관심사가 넓어졌다. 고전이나 철학, 과학으로도 읽어보게 된다. 1년에 한 권 읽는 사람이라면 신중하게 좋은 책을 고르는게 맞겠지만 그게 아니라 '독서'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면 되는 것 같다.

다른 9살의 평균 독서시간이나 양은 알 수 없다. 다만 아이는 그렇게 저녁 시간 이후로도 정리와 씻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게속 책만 읽다가 잠에 든다. 이제 슬슬 등교 전에 식탁에 앉아 아이와 조용히 독서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미약하지만 조금이나마 그런 환경이 갖추어져 다행이다.

지금은 뭐 '꿈'이나, '적성', '공부' 이런 걸 떠나서 좋은 습관만 잘 잡히고, 책이나 좋아하면 좋겠다.

아이의 도서를 골라주는 과정에서 다양한 글을 찾으며 도움을 받았다.

고로 나또한 나와 아이의 흔적을 기록하며 누군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적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이 깊을수록 삶은 단순하다 - 세상에 실망할 때 나를 붙잡아 줄 선한 질문들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잉정보와 과잉선택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레베카 라인하르츠는 매순간 스크린 속에서 답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답'이 아니라 '질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스로 사유하고 질문을 찾는 힘.

그것을 '철학'이라고 부른다.

철학은 사유의 깊이가 아니다. 철학은 실천의 방향이며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다.

흔히 철학이라고 한다면 복잡하고 어렵고 깊다고 생각한다. 다만 철학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보다는 무엇을 없애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정보가 넘치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인간은 방향성을 잃기 쉽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놀랍게도 '깊은 사고'가 아니라 '명료한 기준'이다. 레베카 라인하르츠'는 철학은 바로 그 기준을 만들어주는 틀이라고 말한다.

디오게네스는 항아리 하나에 살면서도 '가장 부유한 사람은 아무것도 필요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라는 말을 했다. 이 둘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고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공통적으로 복잡함을 거절했다. 그 거절이야 말로 덜어냄과 단순함이 시작이자 철학의 실천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풍요'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를 정기 구독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컨텐츠가 있으면 시청료를 지불한다는 느낌으로 한 번씩 구독을 신청했다가 취소하길 반복한다.

넷플릭스를 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도 이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가 주는 '풍요'가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렇다. 인간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더 무기력해진다. 가령 3가지 맛의 잼을 제안받았을 때 보다 24가지 맛의 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잼의 구매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실험이 있다. 즉 풍요는 오히려 결정을 방해하고 과잉이 효율을 마비시킨다는 것을 말한다.

매일밤 침대에 누워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잠에 드는 일을 반복하면서 풍요가 주는 피로을 직접 경험하곤 했다. 실제로 꽤 커다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식사 메뉴를 아예 정해 놓는다거나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으로 '결정피로'를 줄인다. 고로 삶을 어떻게 하면 단순화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아이러니하게 다른 의미에 '풍요'로 다가온다.

'풍요'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금전적 풍요'나 '시간적 풍요', '정신적 풍요'처럼 우리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풍요'가 있는가 하면, '의미없는 말을 무지막지하게 하는 일'이나 아침에 '무슨 옷을 입을까',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에는 무엇을 볼까' 등 꽤 소비적인 풍요도 있다.

모두가 전자의 것들을 얻고 싶어하지만 대체로 우리는 즉각적이고 빠른 결과를 내놓는 '후자'의 것들을 선택하고 만다.

라인하르츠는 이런 맥락에서 현대인을 일종의 '선택 중독자'라고 진단한다. 우리는 수천 개의 선택지 앞에서 자유를 누리는 게 아니라, 선택의 피로에 시달리며산다.

세상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을 뿐이고 거기서 우리가 요하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행동'일 뿐이다. '이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더 저렴합니다.', '이 서비스는 당신을 더욱 즐겁게 해줄 것입니다'와 같이 다양한 홍보물들이 매순간 따라다니며 재잘거리지만 그 '말의 풍요'속에서 우리는 '소통'의 빈곤을 느끼곤 한다.

책의 어떤 부분에는 '정신적 피로'가 쌓인 현대인이 도움을 받기 위해 '명성 서비스'를 찾는다고 한다. 거기서 서비스는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 한달 결제 시 얼마, 1년 정기 결제시 몇 프로 할인'이라는 제안을 한다고 말했다. 맥락상 해당 구간이 내가 느낀 바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

삶은 '병'과 '약'을 골고루 주며, 병이 나는 이유를 팔고, 약을 파는 이중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변과 현대적 해석을 엮는다. 가볍게 읽고 삶을 정리하길 독려한다.

철학이 깊을수록 삶은 단순해진다. 도서의 제목이 주는 통찰도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지금 내 삶에서 반드시 남겨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

'지금 당장 덜어내야 할 첫 번째는 무엇인가'

다 사용한 치약뚜껑도 버리지 못하는 철학은 과연 무엇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볼거리가 많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