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켈리의 신비마트 3 ㅣ 김켈리의 신비마트 3
김켈리 원작, 이세경 지음, 권용완.박상빈 그림 / 베가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아이들을 테리고 마트를 자주 갔었다. 장을 보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아이들을 '놀리'기 위해서다. 집에 있으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들다. 한눈을 팔면 사고 치는 쌍둥이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나가야 했다.
마트를 가면 대형 카트에 아이들을 태웠다. 아이를 태우고 이 물건, 저 물건을 고른다. 아이에게 '돈'을 이야기하고, '숫자'를 알려주고, '글자'를 읽어 줄 수 있다. 꽤 좋은 학습공간이다.
마트는 아이에게 '테마파크'와 같다. 이것 저것 다양한 구경거리와 체험, 사람들이 있었다. 안전하고 친절하며 넓고 깨끗했다.
이세경 작가의 '김켈리의 신비마트3'을 보며 떠오른 향수가 아이와의 추억이었다. 아마 우리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마트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머물기 좋아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잘만하면 괜찮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다. 그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세경 작가의 '김켈리의 신비마트3'를 받아들고, 처음엔 단순한 모험 판타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책을 펼치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아이들 현실'을 꿰뚫고 있었다.
이야기는 새 학기 '반장 선거'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켈리는 사실 발표에 서툰 아이였다. 목소리도 크고 활발하지만,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고 내려온다. 그런 켈리에게 어느 날 '신비마트' 사장님이 특별한 마이크를 건넨다. 이름하여 '발표 천재 마이크'. 켈리는 그 마이크 덕분에 멋지게 발표를 해내고, 친구들의 지지를 받아 반장이 된다.
다만 반장은 언제나 경쟁의 자리. 반장을 매년 놓치지 않던 ‘양빛나’는 켈리의 당선을 곱게 보지 않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줄다리기, 질투와 불신, 다툼이 생긴다. 그러던 중, 책은 또 다른 축으로 '봉식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비춘다. 봉식이는 말도 많고 심부름도 도맡지만, 늘 '형식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형식이는 봉식이를 물리적으로 괴롭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형식이 자신도 또 다른 방식의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이 구조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그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용기'를 내는지, 왜 서로를 질투하게 되는지, 그리고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이 어떻게 다듬어질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신비마트 사장님은 또 다른 도움을 준다. '고통 반사 물병' 같은 마법 아이템이 등장하는데, 이걸 통해 친구들의 감정과 고통이 진짜 전달된다. 말로 하는 위로보다 직접 느껴보는 공감의 힘을 판타지 설정으로 풀어낸다.
아이들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재밌게 읽힐 수밖에 없다. 반장선거, 발표, 친구와의 갈등, 왕따 문제, 또래 사이의 서열 구조...
모두 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걸 아주 유쾌하게, 마트라는 익숙한 공간과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풀어간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혜롭게 해결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훈계도 없고, 기적처럼 모든 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작은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면서 아이들이 직접 갈등을 풀어나간다.
만약 발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친구들과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더욱 좋다. 흥미로운 설정과 익숙한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현실을 닮은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에 스며들 것이다. 부모가 먼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눠봐도 좋고, 아이 혼자 읽으며 자기 이야기를 투영해보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마트가 진짜 이런 곳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반장선거에서 마이크 하나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김켈리의 신비마트3'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 한가운데를 짚는 이야기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