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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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12월 4일, 조선 한복판에서 갑신정변이 벌어졌다. 흔히 '3일천하'라고 부르는 이 사건을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웠다. 온건개화파와 급진개화파 중 젊은이들이 축이 된 급진개화파들이 일으킨 정변이라고 배운다.

그 대목에서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 상상력이 동원된다. 그때 만약 그들의 정변이 성공에 이르렀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교과서에서 '흑백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김옥균'이라는 이름은 거기서 익숙해진다. 다만 '김옥균'이라는 인물은 국사교과서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인물들 중 하나인데다가, 너무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사건의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실상 큰 관심이 생기기 힘든 인물이다. 다만 '이상훈' 작가의 소설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은 '김옥균'을 중심으로 당시를 꽤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소설에 따르면 김옥균의 '3일천하'는 표면적으로 들어난 사건일 뿐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역사적 배경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역사의 3일은 물리적 시간에 비해 큰 메시지를 준다.

이 사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는가. 갑자기 궁 담벼락에서 불이나 시작한 그 사건의 전말을 학창시절에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 전개가 '꽤 역사의 한줄'에 등장하는 사건으로 남는데에 있어서 묘한 인간적 쾌감이 있다.

'그렇지, 역사도 인간성 위에 세워진 흔적이지 않은가'

사람들은 김옥균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일본과 손을 잡고 조선을 개혁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아주 갈린다. 사람들의 평에 따르면 그는 '영웅'이거나 '배신자'다.

온화한 방법으로는 조선을 개화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젊은이의 판단은 권력을 잡고 제도를 바꾸는 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백성의 삶을 변화하겠다는 믿음은 우리의 교과서에서 부정적인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그 상황에서 어떠한 대안이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단순히 그의 계획을 부정적으로 보기만도 힘들다.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국왕을 설득해야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권력을 가지고 와야 했다.

민주사회가 된 지금에 보기에 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그가 택한 선택이 얼마 전, 대한민국에 일어난 계엄과 결을 닮았기 때문이다. 급진적이 방법으로 변화를 하려는 것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사에서도 그렇다.

그의 시도는 참 불운하게도 '지나치게 인간을 믿은 탓'으로 보인다. 그는 정변을 준비하면서 꽤 많은 사람을 믿는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의 삶을 돌아보면 느껴진다. '고종'과 '일본'은 상황에 따라 그 얼굴을 바꾼다.

실제로 갑신정변이 성공에 이르렀다면 어땠을까.

정변 직후에 발표한 개혁안은 매우 현대적이다. 가령 과거제 폐지, 인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고문금지, 내각 중심의 행정 체계 도입, 상업의 자유 보장이 그렇다.

김옥균은 혁명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한다. 조선 정부는 그를 역적으로 몰고 고종은 끝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무능한 국왕 하나가 국가의 역사를 이렇게 달라지도록 했다는 점을 보자면 '정치'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리더의 철학'을 근간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894년, 결국 끊임없는 암살시도 위에 김옥균은 사망한다. 홍종우에 의해 상하이암살 된다. 그의 시신은 조선으로 옮겨졌고 능지처참됐다. 아주 짧게 스치고 지나갔던 역사적 인물의 '일생'을 살피면서 아주 많은 생각이 든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선택을 어떻게 회상하며 나머지 일생을 살았을까.

얼마전 유튜브에서 한물간 정치인의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극단적인 정치인이었다. 다만 지금에 와서는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났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가난과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의 삶을 보건데 '김옥균'의 삶과 너무 비슷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내던져야 하는 건 개인이 견디기 꽤 가혹했다.

100년이 지나고 지금 다시 김옥균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는 반복하지 않지만 되풀이 된다. 체제를 바꾸겠다는 의지,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급진성, 이상을 위한 현실의 동원. 이런 것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익숙한 장면들이다. 지금도 어떤 이들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어떤 이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개혁을 시도한다. 또 어떤 이들은 모든 걸 포기한 채 방관자로 살기도 한다.

우리는 늘 결과만으로 판단한다. 고로 김옥균은 실패자고 역적이며, 나아가 비극의 주인공이라 기억한다. 다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시도'와 '의지'였는지 모른다. 사실 진짜 변화는 늘 앞선 사람들의 피 위에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권리가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삼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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