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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새로운 부의 지도 - 위기의 역사는 어떻게 투자의 판도를 바꾸었는가
홍기훈.김동호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6월
평점 :
'돈'에는 역설이 있다. 바로 돈이 많아지면 돈은 가치를 잃는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돈이 많아지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가난해진다. 가치가 없는 것을 많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자본주의의 특성상 돈(통화량)은 시장에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 설계'가 애초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금융시스템은 '이자'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은행은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준다. 가령 100만원을 빌려주면 110만원을 갚으라고 한다. 사회에 없던 10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대출이 발생해야 한다. 그렇게 돈은 꾸준하게 시장으로 풀려나간다. 지속적으로 돈이 시장에 '이자'를 명목으로 풀어진다. 통화량이 증가한다. 돈의 가치는 줄어든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하지 않으면 '실업, 도산, 파산'이 늘어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순간, 빌린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한다. 기한은 정해져 있다. 고로 모두가 풀려진 돈 이상의 것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치열해진다. 애초에 우상향하지 않으면 도산하거나 다른 대출을 빌려 대출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더 가난해지고 성장하는 이들은 '우상향'의 기울기를 넘어선만큼만 더 부유해진다. 나머지는 멈춰 있거나 가난해진다. 성장이 없으면 시스템은 붕괴한다. 고로 경제를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돈은 꾸준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100만원을 빌려주고 110만원을 갚게 하려면 꾸준하게 100만원을 빌려주는 것이다. 물론 다시 받을 때는 110만원이다. 공급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고로 시장에서 돈의 가치는 꾸준하게 줄어든다.
경기가 침체될 때 은행과 중앙정부는 돈을 풀어서 살리는 통화정책을 펼친다. 재난지원금이나 저금리, 양적완화 등 모두 그렇다. 100만원을 빌려간 이들에게 110만원을 갚으라고 했더니 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결국 파산하고 도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과 정부는 또다른 110만원짜리 100만원을 시장에 푼다. 불황이 오면 돈은 계속 많아진다.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줄어든다. 돈의 가치가 줄어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든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면 '돈' 말고는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다.
사회적으로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의 가치는 올라간다. 고로 부를 얻는다는 것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즉, '부'는 돈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돈'이 많아지는 필연 속에서 '다른 자산'이 많아야 하는 것이다.
돈이 하찮아져야 '부'는 형성된다. 아이러니하기만 그렇다. 예전에는 '대학만 나오면 성공'이라는 말이 있었다. 대학 진학률이 70% 이상에 육박하는 현재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모두가 갖고 있으면 차별화되지 않는다. 과거 희귀 했던 것은 '기본값'으로 변경된다. '대학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이유는 그렇다. 모두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희귀하지 않은 것은 가치가 없다. 모두가 가지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가치를 갖지 않는다. 그것이 시장 논리다. 한때는 자격증, 한 때는 유학, 한때는 SNS 팔로워 수가 그랬다. 가진 사람들만 가졌을 때, 그것은 빛이 난다. 다만 모두가 갖게 되면 그것은 희귀함을 잃고 평범함이 된다. 사장은 이처럼 '기준'을 찾는다. '희귀성'은 언제나 다음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고 그 '희귀성'이 머문 자리에 '가치'가 생긴다.
계란 하나를 사기 위해 '지폐'를 '수레'에 퍼다 줬다는 '초인플레이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돈이 많아지면 한 수레의 돈으로 계란도 사지 못한다. 구매력은 줄어든다. 고로 돈을 들고 있다면 오래 들고 있어서는 안된다. 도이 흔해질 기미를 보이면 재깍재깍 다른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다른 자산은 공급이 한정적인 것을 타겟으로 해야한다. '돈'이라는 것'은 공급이 무한대이다. 공급이 무한대인 것으로 공급히 한정적인 것을 구매하면 당연히 희귀한 것의 가치가 오른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금, 그림이 그렇다. 한정된 파이가 시장에 있고 무한대로 공급되는 돈은 그것을 살 수 있게 한다. 단 돈은 아주 조금씩 공급되기에 체감하기 쉽지 않다.
그걸 모르고 '돈'만 모아서는 부를 얻을 수 없다. 여기서 '부'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100억원과 100원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둘다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고 해도 100억원을 갖고 있는 사람과 100원을 갖고 있는 사람의 상대적 가치도 각각 다르게 줄어든다. 둘다 50%를 잃는다고 했을 때, 100억을 가진 사람들은 50억을 잃지만 100원을 가진 사람들은 50원만 잃는다. 자산의 가치도 같은 메커니즘이다.
고로 초기의 목돈 얼마를 만들기 전까지는 '저축'이 정답이고 그 이후에는 무조건 '투자'가 정답이다. 100원을 가진 사람들이 20%냐, 30%냐, 그 수익률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할 수는 없다. 그들의 목적은 일단 100원이 아닌 최소 1억 정도를 갖는 것이다. 목돈이 모이면 비로소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한 부를 얻을 수 있다.
시장에 무한대로 공급되는 돈 중에서 목돈들은 결국 어떤 자산으로 향하게 된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꾸준하게 돈이 경쟁을 벌인다. 그러다보면 자산의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자산을 얻기 위해 꾸준하게 돈을 빌려주던 은행과 정부가 수도꼭지를 잠그면 폭탄을 돌리던 수많은 경쟁자 중 일부가 파산하기 시작한다. 파산하거나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면 상당수는 다시 자산을 시장에 던진다. 자산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그것이 '버블 붕괴'다. 다만 그들이 던진 자산은 언제나 한정적 자원이다. 반대로 돈은 꾸준히 무한대로 늘어난다. 고로 버블이 붕괴되어 많은 이들이 파산을 하거나 도산을 하거나 실업을 할 때, 사실은 그때가 자산 가격이 가장 낮은 시기이며 그 시기에 자산을 매입하면 다시 한정된 자산의 가치는 시간을 따라 올라간다.
세상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찍어낸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낼 것이고, 돈은 시장으로 흘러갈 것이고, 버블이 올 것이다.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부자가 된다. 이것은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이해다.
그렇다면 그러한 시스템을 역사가 꾸준하게 증명해내고 있는 가운데 어떤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의 다음 선택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