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로 대학 가다 - 세계적 명문대에 진학한 남매와 제자들의 확실한 성공 비결
이미영 지음 / 학지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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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시절 '교수'가 '한 아시아 국가'의 예를 들었다.

'어떤 아시아 국가'는 아이들이 무려 밤 9시까지 강제적으로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오류와 하나의 진실이 있었는데, 첫번째 오류는 그것의 이름이 '강제 학습'이 아니라 '자율 학습'이라는 사실이고, 두 번째 오류는 학습 종료 시간이 11시였다는 점이다. 하나의 진실이라면 그 나라가 '어떤 아시아 국가, 즉 대한민국'이겠다.

기억에 오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야간 자율 학습은 굉장히 자유로웠다. 학교 입장에서 그랬다. 학교는 자율적으로 아이들의 학습을 강제했다. 당시 야자를 쉬기 위해선, '사유서' 같은 것이 필요했다. '병원'이나 '학원 등록'이 아니면 특별히 제외되는 경우는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아침 일곱 시에는 교실 스피커에서 '영어듣기'가 흘러 나왔다. 아이들은 0교시, 1교시, 2교시부터 시작했다. 점심을 학교에서 먹고 놀랍게도 저녁도 학교에서 먹었다. 방학에는 점심을 사먹어야 했는데, 밖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을 먹거나 자장면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저녁 7시에는 아이들이 모두 모여 TV시청을한다. EBS 시청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 이뤄졌다. 선생님은 그 시간에 TV를 보지 않고 자습을 해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것이 끝나면 1차 야간자율이 9시, 2차 야간자율이 11시에 끝났다.

벌써 20년이나 지난 이야기라 기억이 왜곡 됐을 수도 있다.

방학이 되면 한 주가 지나고 아이들 모두가 다시 교실로 모여 있었다. 학교는 방학 보충을 했는데 보통 5시에 끝났다. 당시 토요일은 놀랍게도 휴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강의실에서 '어느 아시아 국가'의 이야기가 전설 속 '용'처럼 그려졌다.

유학시절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동네에서 꽤 유명한 '여학교'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문대를 보내는 학교였다. 그 놀라운 성취보다 놀라운 것은 내가 그 학교를 청소하던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이었다는 점이다.

청소를 하러 학교에가면 선생님은 교무실에 앉아 있었지만, 학생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금 일찍 도착하면 하교하는 학생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 학교의 하교시간은 3시 15분이다.

인기 학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학창시절 Fail만 면해도 이름있는 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으로 편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걸 보면 어떤 의미에서 '회의감'이든다. 해외에서 오래 살았던 교포는 모두가 열심히 살아서 그저 그런 대학교에 입학하고 그냥 회사원이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입시의 패배감을 갖고 있고 그 열등감 속에서도 일부의 동경을 찾아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학력'은 꼬리표와 같다. 'ㅇㅇ 대학 출신'이라는 간판만 내밀어도 상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내려진다. 대략 수능에서는 몇점을 받았을 것이고, 학창시절 반에서는 몇등 정도 했을 것이고, 대략 수업 시간의 태도는 어땠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때로는 그것으로 사람의 신뢰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에 IB 교육을 하고 있는 이미영 작가와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됐다. 아주 간접적이지만 꽤 접점이 있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 차로 15분거리에 '표선고등학교'가 있었고 '표선고등학교'는 IB교육을 하고고 있다. 이 학교가 IB교육을 처음 하던 초기에 일부 학생들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인연도 뿐 아니라 IB교육은 돌이켜 보건데 내가 받은 교육과 커리큘럼이 거의 같다. 또 싱가포르라면 내가 '제주 감귤 수출'을 했던 곳이다.

'바이어'를 만나 '페어프라이스' 본사에서 '회의'를 진행했고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혹은 기타 비즈니스를 위해 몇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이미영 작가'와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그 뿐만 아니다. '책'이라는 접점도 있다. 작가 본래 한국에서 '입시 국어'를 가르쳤던 경력이 있다고 한다.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독서'의 중요성을 꽤 강조한다. 이런 저런 면을 볼 때, 내적 친밀감은 더 높아졌다.

실제 어떤 교육이던 독서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정을 이야기 하자면 인류역사서 만큼의 분량이 될만한 이유로 나는 10년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실적인 문제에 꽤 정신없이 살다보니 겪었던 교육과 철학이 꽤 '한국적'으로 바뀌었다는 인지를 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을 '아, 그렇지', '그랬었지', '그게 맞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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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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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공유하면 꽤 사소한 부분에서 부딪칠 때가 있다. 오죽하면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면 반드시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을까. 표면적으로 볼 때, 문제가 아니던 일들이 공유된 공간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실제 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양발 벗는 방법이나, 치약 짜는 방법 같은 사소한 문제로 싸움이 된다.

탕비실은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갈등을 볼 수 있다. 모두 작지만 그럴뜻한 이해관계가 있다. 이런 충돌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나타난다.

과거 해외에서 일할 때, 회사에서 집을 제공해 준 적이 있었다. 창업 초기라 사장, 부사장과 함께 거주했다. 당시 주급은 과도한 편이었다. 돈을 벌어도 쓸 곳이 없어 돈이 모였다. '뉴질랜드'는 '휘태커스'라는 초콜릿이 유명하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이었는데 주급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구매가 그 초콜릿을사는 것이었다.

당시는 초콜릿 중독 상태였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주급을 받으면 '카운트다운'이라는 대형마트로 가서 진열대의 모든 초콜릿을 사왔다. 건강 문제가 없다면 매끼니를 휘태커스 초콜릿으로 바꿔 먹고 싶었다. 실제로 초콜릿은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조각씩 먹었다. 오죽하면 직원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할 정도였다.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이유로 매주 초콜릿을 사면 집 중앙에 위치한 부엌 테이블 위에 초콜릿을 한가득 쌓아 놓았다. 이유는 함께 사는 '사장'과 '부사장'을 위한 배려였다. 혼자 먹는 것보다 나눠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의 나이는 스물 세살이었다. 사장과 부사장은 각각 스물 셋, 스물 넷의 어린 나이였다. 고로 그들 또한 그 초콜릿을 좋아할 것은 분명하다고 여겼다.

한참 시간이 흘렀고 언젠가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그때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에는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는데, 내가 배려한답시고 매주 올려 놓던 초콜릿을 상대는 처리해야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호의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간혹 고양이가 애정표현으로 '쥐 한마리'를 잡아 온다고 한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최고의 애정표현이란다. 당시 나와 거주하던 이들은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매주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초콜릿은 다시보면 고양이의 쥐와 같은 꼴이었다. 그들은 치워도 치워도 계속 올라오는 초콜릿을 처리하기 급급했다. 당시 그 초콜릿은 굉장히 고가였는데, 상대는 이를 방에 쌓아 놓고 때로는 직원들에게 선물 주거나 먹다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때부터 깨달은 바는, 누구나 좋아한다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은 너무나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탕비실은 '커피 마시거나 간단한 끼니을 해결하는 공용 공간이다. 수 만년 전 사냥이라는 협업을 통해 모인 다수의 공동체처럼 '먹이'라는 접점을 위해 모인 다양한 이해관계의 사냥꾼과 같다. 고로 모두가 공동의 목적을 향해 서있는 듯하면서 '동상이몽'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평범한 공간은 아주 작은 사소한 것이 부딪치는 갈등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함께 탕비실을 쓰기 싫은 사람'으로 다섯명이 지목된다. 그들은 리얼리티 쇼 '탕비실'이라는 기이한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출연진들은 각자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누군가는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섯의 캐릭터는 꽤 흔한 유형이다. 공용 얼음 틀에 커피나 콜라를 얼리는 사람, 인기 있는 커피믹스만 몽땅 가져가는 사람, 전자레인지에 코드를 뽑고 충전을 하는 사람, 씻지 않은 텀블러를 늘어놓는 사람, 사용한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물통 옆에 쌓아 놓는 사람.

얼핏 듣기에 정말 함께 탕비실을 쓰기 싫은 유형들이다. 다만 그들의 내면을 보면 나의 '초콜릿'처럼 각자 자신만의 논리와 이유가 존재한다. 어떤 경우는 다른 이들을 위한 희생인 경우도 있다. 즉 '선행'이라는 것도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악행'이 되기도 한다. 고로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히어로'이면서 누군가에게 '빌런'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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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전쟁 -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
휴 에이킨 지음, 주은정 옮김 / 아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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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6월 초 록펠러는 바를 보고 놀란다. '알프레드 H. 바 주니어'는 '피카소의 예술이 미국 현대 미술에 자리잡게 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뉴욕현대 미술관의 초대관장이며 스물 일곱의 어린 나이에 관장에 오른 인물이다. 어쨌든 록펠러가 '바'를 보고 놀란 것은 바로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록펠러는 자신의 주치의를 '바'에게 보냈다. 주치의는 '바'의 증상이 심각한 신경쇠약이라고 봤다. 그는 바에게 즉시 일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시기는 대공황의 여파로 현대미술관이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했을 때였다. 바는 미술관 설립 이후 2년 반 동안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발굴했다. 또한 현대미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헌신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속에서 '그'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록펠러는 바가 조수들에게 주급으로 20달러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많은 직원들이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와중에 휴직을 하고 있는 '바'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그가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결국 미술관은 바에게 임금의 절반을 지급하고 남은 절반으로는 그를 대체할 인건비를 충당하기로 한다.

건강 상의 문제는 '바'를 하여금 '일'을 지속하지 못하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건강 문제는 '일'에 의해서 비롯됐다. 바로 '피카소 전시'를 성사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피카소 예술 30년 이력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최초의 전시를 '바'는 이루고 싶었다. 다만 거래상들의 농락과 미술관의 재정 취약은 '바'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 주었다.

결국, 피카소 전시는 '바'의 손에서 완성되지 못했다. 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을 주었다. 그의 신경 쇠약은 더욱 악화됐다. 그의 열정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단순히 피카소예술을 전시하고 싶은 것이 아니였다. 그는 현대미술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메세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또한 현대 미술이 사람들의 사고 방식 또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열정에 비해 현실은 너무 냉혹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그의 꿈은 결국 무산됐다.

록펠러는 바를 돕기 위해 추가적인 기부금을 모집했다. 이런 노력으로 미술관은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문을 닫지 않았다. 록펠러는 바에게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회복할 시간을 주었고 '바'라는 인물의 부재에도 '미술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이후 바는 치료와 휴식을 통해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좌절과 실패를 되돌아보고 미술관 운영방식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한다. 여기서 그가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한 사람의 헌신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업무를 분담하고 조직 내에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직력이 현대미술의 지속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복귀한 바는 전보다 더 성숙하게 미술관을 운영한다. 피카소 전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더 나은 계획과 준비를 한다. 이를 통해 피카소를 미국 대중에게 소개한다. 그의 노력은 결국 성공에 이른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피카소 예술 30년의 회고전은 결국 실현된다. 이는 현대미술관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알프레드 H. 바 주니어의 역사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 보여준다. 피카소 본인을 포함하여 '피카소의 업적'은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의 열정은 반드시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바의 헌신이 현대 미술을 미국에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했지만,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이룰 수 없음도 시사한다. 어떻게 파리 아방가르드의 리더 피카소가 미국 문화의 중심부에 진출했을까. 전쟁과 경제 위기, 개인의 건강 상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대 예술'은 어떻게 미국 문화의 중심부에 진출할 수 있었을가.

개인의 희생과 열열한 지지를 보낸 소수의 결단 또한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 능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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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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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보면 문체라던지 분위기 따위가 맞는 소설가를 만날 때가 있다. 어떤 작가의 글은 참 좋은 것 같은데 안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작가는 서술이 지나치게 표면적인 경우도 있다. 어떤 작가는 지나치게 감정묘사가 많은 편이라 가볍게 읽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민음사'로부터 '이유리 작가'의 소설집 '비눗방울 퐁'을 선물 받았다.

'이유리 작가'의 소설집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다. 소설집의 첫 소설은 들어가는 첫 문장부터 꽤 매력적인데 참신하고 과감한 소재에 비교해서 문장 운율이 좋고 단어 선택도 너무 좋다. 찾아보니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인 듯 했다.

책은 '민음사 정체성을 꽉 담은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긴 판형인데 호불호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에 가깝다. 소설의 특성상 문진으로 눌러서 보지 않기에 굳이 가로가 길 필요가 없는 듯 하다. 세로가 길고 가로가 짧은 이 판형은 가볍게 누워 '딸깍 딸깍' 책장을 넘기며 보기 편하다.

'이유리 작가'의 글은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가, 했더니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소설 'MBTI가 어떻게 되세요'에 참여한 적 있단다. 아마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정확한 인상을 갖진 못했지만 활자로 읽으니 확실히 마니아가 있을 법하다.

소설은 잔잔하게 서정적인 듯 하다가 꽤 발칙할 정도로 진보적인 소재를 갖고 있다. 궤는 크게 다르지만 '핑거스미스'가 떠오른다. '핑거스미스'는 우리나라에서 '아가씨'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적 있다. 하정우 배우가 나온 '아가씨'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원작 '핑거스미스'를 봤을 때, 그 충격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초반부에서 관계의 섬세함과 감정의 중심으로 약간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졌다가 갑자기 복잡한 음모와 반전으로 서정적인 정서가 희미해지고 스릴러와 심리 드라마 색채가 더 강해진다.

인공지능이라던지, 감정을 이식하는 꽤 독특한 소재는 얼핏 유치하거나 황당하게 그려질 수 있으나 작가는 '소재'가 아니라 '감정'을 중심으로 두고 있기에 소재의 진보성이 배경 정도 밖에 역할을 하지 않는다. 비슷한 류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독자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듯하다.

도서는 아직 완독 전이라 중간 감상평을 먼저 올린다. 개인적으로 꽤 재밌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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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기후변화, 금융위기, 인간을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
팀 파머 지음, 박병철 옮김 / 디플롯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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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인생의 본질이다. 우리의 삶은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불확실성은 자연의 기본 단위인 입자의 기본 속성이기도 하다.'

아이작 뉴턴의 고전 역학에 따르면 속도와 뱡향을 알면 물체의 운동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제2법칙인 F=ma에 기반하여 힘이 물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면 미래의 위치와 속도를 알게 된다.

이처럼 고전 역학은 천체의 궤도를 계산하거나, 물체의 충돌과 같은 다양한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지금을 명확하게 알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다. 고전역학에 관해 하나를 더 이야기 하자면 '라플라스의 악마'가 있다.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고전 역학에 기반한 철학적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우주의 모든 입자의 운동과 운동량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어떤 존재가 있다면, 이 존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사건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라플라스의 악마'다.

라팔라스의 악마는 결정론적 세계관의 상징이다. 모든 초기 조건이 완벽하게 주어진다면 우주의 모든 움직임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현대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 즉 하이젠베르크의 원리처럼 복잡계 이론이 등장하면서 이 개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진다. 실제로 매우 빠르거나 아주 작은 미시 세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과 같은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현대 과학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가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을 통합하는 하나의 통합이론이라는 말처럼, 실제 고전역학의 정확성과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세계에 이미 존재한다. 즉 둘은 완전히 반대적 개념이지만 우리는 이 둘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살고 있다.

얼마 전, 구글이 양자컴퓨터라는 개념을 꽤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구글은 '양자 우월성'이라는 획기적인 성과를 발표했는데 기존 컴퓨터로는 수만 년이 걸릴 계산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양자역학의 특성일 이용한 일 중 하나다. 양자 컴퓨터는 전통적인 이진법(0과 1)을 사용하는 대신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한다.

양자역학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중첩'과 '얽힘'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다. 이 개념은 단순히 '활자'로 존재를 이해할 뿐 그것이 구현된다는 것은 당췌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의 '리그'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다만 이 원리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가 0도 1도 아닌 중첩과 얽힘의 현상으로 여러 상태를 동시에 계산해냈다.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한 이 기계는 '불확실성의 원리'가 실존하고 꽤 우리에게 가까운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인간의 심리는 본래 '불확실함'을 견디지 못한다. 오죽하면 어떤 회사의 주식은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악재'가 '기사화'되면서 폭등하기도 한다. '불확실성 해소'가 실제 '악재'를 넘어서면 일어나는 일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은 우리 삶에 꽤 깊은 부분에 침투해 있다. 당장 10년 전 오늘과 가장 비슷한 기후를 찾아 내일의 일기를 예측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확정된 과거'를 통해 '불확정된 미래'를 알고자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기 예보가 그렇듯, 그것은 확률로만 존재할 뿐이다.

요즘의 일기 예보에는 '비가 옵니다' 혹은 '눈이 내립니다'를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강우 확률 70%'라는 숫자로 말한다. 이 확률은 꽤나 양자역학과 같다. 강우 확률 70%는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인 30%와 동시에 존재한다. 이처럼 중첩 상황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이미 익숙해져 있다. 상자를 열어 볼 때까지, 고양이는 죽어 있음과 살아 있음의 중첩 상태에 있다가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결정되는 이론 말이다.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처럼 '양자역학'을 닮은 이유는 자연의 기본 단위인 입자 기본 속성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이 이론 때문에 우리는 아이리하게도 크게는 고전역학에 기대고 작게는 양자역하게 기대는 모순적인 상황에 맞이하게 된다. 꽤 그렇다. 우리는 뉴턴이 정의한 고전물리학의 거시세계를 살면서, 닐스 보어가 말하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간접 경험한다. 심리적으로 혹은 일기예보를 통해서.

결국 우리는 공존할 수 없는 이 둘이 내부적, 외부적으로, 미시적, 거시적으로 공존하면서 결국은 코스모스와 카오스가 적절히 섞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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