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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전쟁 -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
휴 에이킨 지음, 주은정 옮김 / 아트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1932년 6월 초 록펠러는 바를 보고 놀란다. '알프레드 H. 바 주니어'는 '피카소의 예술이 미국 현대 미술에 자리잡게 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뉴욕현대 미술관의 초대관장이며 스물 일곱의 어린 나이에 관장에 오른 인물이다. 어쨌든 록펠러가 '바'를 보고 놀란 것은 바로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록펠러는 자신의 주치의를 '바'에게 보냈다. 주치의는 '바'의 증상이 심각한 신경쇠약이라고 봤다. 그는 바에게 즉시 일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시기는 대공황의 여파로 현대미술관이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했을 때였다. 바는 미술관 설립 이후 2년 반 동안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발굴했다. 또한 현대미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헌신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속에서 '그'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록펠러는 바가 조수들에게 주급으로 20달러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많은 직원들이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와중에 휴직을 하고 있는 '바'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그가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결국 미술관은 바에게 임금의 절반을 지급하고 남은 절반으로는 그를 대체할 인건비를 충당하기로 한다.
건강 상의 문제는 '바'를 하여금 '일'을 지속하지 못하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건강 문제는 '일'에 의해서 비롯됐다. 바로 '피카소 전시'를 성사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피카소 예술 30년 이력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최초의 전시를 '바'는 이루고 싶었다. 다만 거래상들의 농락과 미술관의 재정 취약은 '바'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 주었다.
결국, 피카소 전시는 '바'의 손에서 완성되지 못했다. 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을 주었다. 그의 신경 쇠약은 더욱 악화됐다. 그의 열정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단순히 피카소예술을 전시하고 싶은 것이 아니였다. 그는 현대미술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메세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또한 현대 미술이 사람들의 사고 방식 또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열정에 비해 현실은 너무 냉혹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그의 꿈은 결국 무산됐다.
록펠러는 바를 돕기 위해 추가적인 기부금을 모집했다. 이런 노력으로 미술관은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문을 닫지 않았다. 록펠러는 바에게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회복할 시간을 주었고 '바'라는 인물의 부재에도 '미술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이후 바는 치료와 휴식을 통해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좌절과 실패를 되돌아보고 미술관 운영방식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한다. 여기서 그가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한 사람의 헌신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업무를 분담하고 조직 내에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직력이 현대미술의 지속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복귀한 바는 전보다 더 성숙하게 미술관을 운영한다. 피카소 전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더 나은 계획과 준비를 한다. 이를 통해 피카소를 미국 대중에게 소개한다. 그의 노력은 결국 성공에 이른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피카소 예술 30년의 회고전은 결국 실현된다. 이는 현대미술관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알프레드 H. 바 주니어의 역사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 보여준다. 피카소 본인을 포함하여 '피카소의 업적'은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의 열정은 반드시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바의 헌신이 현대 미술을 미국에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했지만,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이룰 수 없음도 시사한다. 어떻게 파리 아방가르드의 리더 피카소가 미국 문화의 중심부에 진출했을까. 전쟁과 경제 위기, 개인의 건강 상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대 예술'은 어떻게 미국 문화의 중심부에 진출할 수 있었을가.
개인의 희생과 열열한 지지를 보낸 소수의 결단 또한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 능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