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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인생 멘토링 - 마음껏 도전하고, 멋지게 성공하라
김지양.김석진.정대원 지음 / 더로드 / 2020년 6월
평점 :
책은 군대를 전역한 동기 셋이 함께 작성한 내용을 모아 시작한다. 그 동기들이 교직에서 일하는 만큼 글과 가깝기 때문에 이런 책이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해병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들다고 소문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수색대대는 더 극심한 곳일 지도 모른다. 일반 육군 보병에서도 수색대대는 힘들기로 유명하다. 그런 힘든 환경을 함께 이겨낸 동기들이기 때문에 아마 좋은 추억과 안좋은 추억 등 많은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문뜩 책을 읽으면서 나와 함께 군생활을 했던 동기가 생각났다.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도 군대 추억을 묶어 볼까 싶었다.
해병은 육군과는 조금 다르긴 한가보다. 휴가 나갈때, 괴롭힌다던지 하는 가혹행위는 나는 겪어보지 못했다. 그런 가혹행위는 전역한 사람으로서는 웃을수 있는 추억이 되지만, 가끔 그런 가혹행위가 도를 지나치다보면 범죄가 되기도 하고 사람의 목숨을 잃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2년만 어떻게든 버티면 사회생활을 하게되는 군대의 특성상 그런 가혹행위는 없어지지 않고 전해지는 듯 하다.
가끔 생각 날 때가 있다. 재입대하는 꿈을 악몽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는 꼭 악몽 같지는 않았다. 예전에 MBC 무한도전에서 코미디언 노홍철이 취업 준비생들 앞에서 했던 말이 있다. 고생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라는 요구에, 노홍철은 '지금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회는 더 지옥입니다.'라고 말을 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고3이던 시절, 고3은 내 인생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악몽은 다시 오지 않을 고통이라고 여겼다. 군입대를 하고 나니, '고3은 연습도 안 되는 거였구나!'를 느꼈다. 무한대의 시간을 빈 공간으로 두는 일은 지옥처럼 힘들었다. 하지만 유학을 떠나서는 다시 느꼈다. '군대는 정말 안전하게 보호된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도 같았구나.' 당장 오늘 하루 아르바이트를 쉬면, 내일 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가난한 유학 시절은 인생의 마지막과도 같았다.
단계별로 나이가 들면서 그 나이에 맞는 고난을 겪는다. 아마 군대 또한 그랬을 것이다. 만 18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입대를 지원했다. 군대는 아무것도 모를 때, 후딱 갔다와는 것이 좋다는 아버지의 말에 운전병을 지원하였다. 경기도에 있는 보충대로 입소를 하고 부터의 기억. 그 기억이 책을 피자 다시 되살아났다. 혼자 떠올려보려고 할 때는 생각이 나지 않던 용어나 기억들이 책을 피면서 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군대는 작은 인생과 같았다. 쉽게 말하면, 훈련병, 교육생,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 말년병장, 전역 순으로 진급을 하게 된다. 훈련병은 쉽게 말하면 어머니 뱃속의 기간과도 같다. 그 곳에서 4주 간의 훈련을 받으며, 민간인이 아닌 군인으로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 나간다. 손가락 발가락이 없던, 작은 세포덩이가 하루 하루 세포분할 해가면서 점차 인간의 모습을 한다. 각기 보충대에 모여든 작은 세포들이 훈련소라는 공간에서 군인의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훈련소 4주는 여러가지 훈련을 한다. 행군은 기본이고, 사격과 화생방 등 TV에서나 보는 무시무시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사실 지나고 나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뭐든지 하고나면 별거 아닌 것들이 하기 전에는 공포로 다가오고, 누군가에게 말할때는 과장되서 전달할 뿐이다.
훈련소를 마치고 나면 학생 쯤으로 구분 할 수 있는 교육생이 된다. 훈련소를 나오면 신생아가 사람의 모습으로 출생하듯 겨우, 군인의 모습이 된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도 없이 그저 군인의 모습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군인을 교육하고 학습 시켜, 보직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2차 보직 훈련을 받는다. 운전병은 운전을 배우고, 용접병은 용접을 배운다. 이런식으로 교육되고 훈련이 되고 나면, 본격적인 자대 배치를 받는다.
자대로 들어가면 학생의 시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등병이면, 대학생이나 취준생 정도로 보면 된다. 대략 우리의 인생과 비교하자면 20대의 나이로 사회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고, 어리버리 하게 된다. 시간이 가장 빨리 지나가고,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고뇌하게 되는 시기이다. 휴식이나 여유 보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시기이기도 하고, 수 많은 '꼰대(?)'들의 간섭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자대를 배치 받은 이등병은 '아버지 군번'을 만난다. 아버지 군번은 자신과 정확하게 1년이 차이나는 기수를 말하는데, 이등병의 아버지 군번은 상병이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다른 선임들과는 조금 특별한 유대관계가 생기는데,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아버지 군번들이 정말 아버지 처럼 잘 챙겨주었다. 휴가 갈 때는 A급 전투모를 사주기도 하고, 아버지 군번들이 휴가 복귀 할 때는 항상 양손에 선물을 잔뜩 사오곤 했었다. 전역할 때는 사용하던 '군 차'나 'A급 옷' 혹은 여러가지 물건을 물려주고 전역하기도 한다. 외로운 자대 생활에서 동기를 제외한 선임병 중에 의지할 만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기도 하다.
일병이 되면, 대략 우리의 인새의 나이로는 30대의 나이에 속한다.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생활에 적응이 완료되고, 시간도 가장 빨리간다. 그 즈음에는 나의 아들 군번이 입소날자를 받고 사회에서 군입대를 대기하고 있는 시기 이기도 하다. 상병과 병장이 가장 많이 의지하고 일을 맡기는 시기이지만, 미숙한 이등병의 일을 대신해야하고, 깐깐한 상병의 눈치도 봐야한다. 상,병장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과 귀여워하는 눈빛은 이제 온데 간데 없고, 가혹하게 일만 열심히 하는 시기이다.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상병이 되면, 아들 군번이 드디어 자대를 배치 받는다. 생활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안정은 되어 있지만, 가끔씩 병장으로 부터 오는 스트레스와 말을 듣지 않는 후임병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 인생에서 대충 30대와 40대 쯤 되는 시기 같다. 이 시기가 되면, 대략 리더의 위치로 올라간다. 후임병들을 이끌고 근무를 서기도 하고, 작업을 하기도 하며, 본격적으로 사람을 다루고 작업을 하는 기술이 늘어난다. 열심히 하는 것 보다, 요령 것 잘하는 스킬을 알기 때문에, 슬슬 덜일하고 많이 얻는 방법을 알게 되는 시기 이기도 하다. 내가 상병을 달면, 나의 아버지 군번은 전역한다. 먹먹한 마음을 앉고 얼마 간의 군생활을 하게 되면, 나의 아들 군번이 입대를 한다. 아들 군번들이 입대하는 날 신형 모자를 구매해 놓고, 기다린다. 아들 군번이 첫 휴가를 나가는 날이면, 아들의 군화를 들고 반짝거리는 불광을 내어준다. 특별히 A급 전투복을 다림질 하고 깔끔하게 우리 아들이 휴가를 갔다오게 응원한다. 첫 아들 군번이 자대를 올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아들이 자대를 들어오면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기쁘기도 한 시기이다. 아들 중에는 의과사 하는 씁쓸한 경우도 있는데, 참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도 한다.
병장이 되면, 대략 50~60대의 나이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군생활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이미 군생활에서의 어떤 물욕이나 욕심 같은 것들이 사라진다. 그저 귀여운 후임병과 농담하는 것을 재미로 삼고, 하루종일 시간이 빨리간다고 입에 달고다니는 시기이기도 하다.
말년 병장은 대략 70~80대의 나이에 해당된다. 슬슬 전역을 준비한다. 아들 군번들에게 내가 사용하던 물품을 모두 전달하고, 전역하는 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물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군대는 누구나 바닥부터 시작하게 되고, 누구나 리더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도 리더가 되고,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도 바닥이 되기도 한다. 인생에서 단 한번도 주체적으로 사람을 관리할 기회가 없을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고, 바닥을 겪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준다. 인생을 통채로 예습하는 기간을 우리 대한민국 남자는 20대 초반에 겪어본다.
가끔, 생각해보면, 나는 리더의 자리에도 바닥의 위치에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 이런 비슷한 경험을 내가 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돌이켜 보면, 군대에서 겪었던 경험이거나 감정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자양분은 사실 전역해서도 매우 비슷하다.
책을 보니, 예전 내 군생활이 생각이 난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고, 전역한 사람들에게는 그 곳과 그 시간의 향수가 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