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몽실 몽상구름 - 백 번 자살 시도 끝에 살아난 여자의 찬란한 생의 기록
최애니 지음 / 아빠토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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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정적인 것일수록 더 중독적일까.

누군가는 고통을 참지 못해 죽음을 택하지만, 누군가는 그 고통을 품는 삶을 택한다. 이렇게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가진 고통을 반복 재생하며 크기를 키워낸다.

'고통'을 담는 그릇이 커질수록 고통도 함께 커진다. 고통의 크기가 더 커지면 다시 담아내는 그릇도 커진다. '우울'이라고 하는 고통이 우리에게 중독성을 부여하고 반복적 고통의 쳇바퀴를 돌도록 만드는 이유는 그것이 '중독성'을 가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의 뇌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쾌락'을 유발하는 자극에만 반응할 뿐이다. 게임, 알코올, 쇼핑, SNS 혹은 어떤 사람들...

이것들은 도파민을 강력하게 분비하게 하여 쾌락을 준다. 쾌락은 '행복'과 분명 다르다. 그것은 우리를 좀 먹는 결과를 낫는다. 쾌락이 만든 보상 신호는 반복을 유도한다. 반복은 더 강한 자극없이는 무감각해지며, 기존의 강도에 내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더 큰 쾌락을 요구한다. 우리를 쾌락으로 이끄는 것에는 '좋고 나쁨'이 없지만 '나쁨'이 주는 쾌락은 '피로, 스트레스, 외로움'과 동반한다. 그것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억제하는 경향이 많아서 결국 '중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들은 우울과 슬픔을 곁에 두고 산다. 그것들이 평생 함께 해야 하는 것처럼 따라 다니게 되는 이유는 감정에 대한 익숙함이다. 중독에는 '해독'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어쩐 일인지 '해독'이라는 낯선 감정보다는 '익숙한 고통'을 선택하며 다시 굴복한다.

우울은 감정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습관이 된다. 습관은 체계를 갖춘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을 하는 틈틈히 슬픔을 확인한다. 안주머니 속에 감춰둔 우울과 슬픔을 매순간 꺼내보며, '그래, 어디 안가고 잘 있지' 확인한다.

그것은 루틴이 되어 그 감정에 '정'을 들인다. 마치 이제는 '내것'인 것 마냥 가슴에 잘 품고 다니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되듯 조용히 혼자서 꺼내 보게 한다.

예전 한 외국 공인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의욕이 없는 한 남자와 열정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한 남자가 동시에 등장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나서 결국에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그 남성이 화면에서 사라지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자신만 가지고 있는 꽁꽁 숨겨둔 그 감정은 다른 이들은 모르게 잘 감춰두어 어느 순간 '그것을 잘 숨기는 노하우'는 매우 익숙해진다. 남들도 속이고 스스로도 속이던 어느날 그 속주머니속 감정이 점차 성장하여 목을 졸라온다.

불행이 하나의 위안이되고, 그것이 도피처가 되고, 나아가서는 신념으로 바뀐다. 이때부터 우울은 스스로 만든 세계가 된다. 거기서 신념이 굳어진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렇다.

부정적인 감정은 '확신'을 기반으로 한다. 본래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삶을 불확실하고 부정적으로 볼수록 그것에 대한 적중률은 더 높아진다. 고로 점차 적중률이 높아지면 부적인 사고 방식에 확신을 갖는다. 세상이 잘못됐다는 확신, 내가 피해자라는 확신, 내 고통은 정당하다는 확신, 이 확신은 매우 강력하다. 고로 우리는 슬픔과 분노에 중독되고, 피해자 서사에 몰입하며, 고통받는 나에 몰두한다. 그 슬픔이 유일하게 나를 알아주는 감정이라고 착각한다.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억지 긍정이 아니다. 어쩌면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눈'이지 않을까 싶다. 만약 우리가 다른 세계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따뜻하고 익숙한 지옥에 다시 자리하게 될지 모른다.

'몽실몽실 몽상구름'에스는 백 번 자살 시도 긑에 살아난 생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다. '최애니'작가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고백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언어로 전환해 나간다. 이 글이 어떤 이들에게는 위로가, 어떤 이들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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