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1시였다

잘못 걸린 전화에요

금방 들킬 거짓말은 하지 말자?

주인을 두고 아무한테나 꼬리치는 개처럼...

미운 정도 없는 주제에 잔소리가 길기도 하다

어머니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제 심정도 헤아리시죠

날이 날이니만큼 단속하고 싶으시겠지

내가 요즘 널 헷갈리게 했지?

지난 1년 수없이 봤던 몸

그런데도 볼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건 비서가 해야 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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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진짜 미안해요

알 수 없는 말에 그녀의 눈만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우리 후배 술 취할 줄 알고 대기 타고 있었구나

대체 얼마나 마신 거에요

실연당한 여자랑 파혼당한 여자랑 같이 많이 마셨지

파혼은 알겠고, 실연은 무슨 소리에요?

내가 실연당하게 한 적이 없는데

술 취한 사람한테 술을 먹이다니... 위로 방법 끝내주네

너 여자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니까 한밤중에 달려가 본 적 없지?

당장 내일 출근인데 목소리 듣고 싶어 밤새 통화한 적은 있고?

헤어지고 나서 막 슬퍼, 그런 적은 없어?

이것도 뭘 알고 하는 소리인가 해서요

아직 확인도 못 했는데 섣부른 확신은 조금도 투명해지지 않았다

술 취한 여자는 질색이다

앞으로 그녀는 제 인생에 빠짐없는 논외의 여자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여기가 안방인 줄 아나...

물끄러미 그녀를 올려다보는 구도가 낯설었다

너한테도... 미안해

그날 선배 말고 너 보내서 미안해

술에 취하면 솔직해지는 타입인가

오늘처럼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술을 마셨어도 늘 조절이 가능했던 여자였다

나한테 잘해 주지 마... 이제 그만 잘해 줘

마시고 정신 좀 차리시지

이렇게 자꾸 솔직하면 어쩌자는 건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가까워지고 입술이 부딪혔다

봐... 너 때문이야

네가 잘해 줘서.. 네가 자꾸 나 착각하게 만들어

내가 널 어떻게 밀어냈는데....

너.. 왜 날 밀어냈는데?

이건 또 무슨 참신한 헛소리일까

너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바람으로 간직해야 할 헛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취중 진담도 이런 진담이 없었다

착각이라고 오해할 법도 하건만...

너... 나를 제대로 등신 만들었어... 내일 기억 안 난다고 하기만 해 봐

....나 제대로 책임져야 할 거야

더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고작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침대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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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흥분해서 얼굴이 새빨간데요?

그런 것치곤 하반신이 반응을 안 하네

한창 기분 좋을 때 미안하지만 이쪽을 좀 보지 그래

이제 내 말을 들을 생각이 들었어?

이런 곳에 선생님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나요

다시 링 위로 올라올 일도 없을 거다

정말이지... 바보 같은 짓을 했다니까

선생님도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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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었다

누구의 아이인지 속일 수도 없었다

속이다고 해도 유전자 검사를 거치면 밝혀질 일

그가 아이를 원할까?

미혼모가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어떻게 된 인생이 도망치는 것밖에 답이 없을까

물렁했던 그떄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작 그게 뭐였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남이 버린 내 물건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원하는 걸 갖고야 마는 악랄한 개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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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아하는 여자한테 시간 쓰는 미친놈은 없지

너는 보통 시간을 잘 안썼지

친구의 연애관이 잘못되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나쁜 거라 지적한 적은 없었다

오직 다른 거라고만 생각했다

받았던 사랑이 없으니 돌려주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친구

그깟 결혼 눈 딱 감고 해

살면서 한번 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결국 이혼할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구만

대체 그놈의 쉽다는 소리

대체 무슨 뜻일까

봐.. 또 후회하고 있잖아

그러게... 왜 함부로 안아

그에게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네

파혼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자마자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상상을 하겠어요

말투는 정중했지만 어조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누가 볼 거라고는 예상을 못 해서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네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해도 돼?

어디까지 날 우습게 볼 건데?

이게 다 무슨 일일까

멋대로 오해했고 또 함부로 생각하다 여기까지 왔을 테지

하지만 그녀는 그의 잘못된 결정을 바라잡아 주는 방법 따위는 몰랐다

헤어지고 말고 할 관계까지 못 갔어요

정말 오래 좋아했어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에요

다른 사람 만나 보면서 잊어 보려고 했는데 더 힘들어서 그냥 혼자 정리하려고요

오늘 여기 오신 거 선배한테는 말 안 할 게요

하... 나 제대로 갖고 놀았네

애초에 지킬 수 있는 워라벨은 없었다

왜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걸까

생각보다 그들 이별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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