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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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지 조차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래버.
그래도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만은 지키고 싶었던 그래버의 이야기.

그래버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선생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종교를 가르치셨어요. 저는 전쟁에 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한 노예 제도와 살인, 집단 수용소,친위대와 보안부, 대량 학살과 비인도적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선 전쟁에 패해야 된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이 주 후에 다시 일선으로 가서 전투에 가담한다면 도대체 저는 어디까지 공범자가 되는 것입니까?"
- P249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저녁놀은 더 짙고 더 깊어졌다. 그들의 얼굴과 손이 붉게 물들었다. 그래버는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갑자기 그들이 이전과 달라 보였다. 각자자신의 운명을 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는판단을 내리고 용감해지는 것이 쉽다. 그러나 무언가를 가지게되면 세상은 달라 보인다. 더 쉬워질 수도 더 어려워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용감해지는 것은 언제든 가능했지만, 이제 그것은 다른 모습이고 전혀 다른 이름으로 나타나며 또 바로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적의 점령지에서 정찰대에 쫓겨 아슬아슬하게 피난처로 도피했지만, 이전보다 더 안전하지도 않고 잠깐 동안만한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신기해요. 그래도 봄이 온다는 게 여긴 파괴된 거리이고 봄이 올 이유도 전혀 없어요. 그런데도 어디선가 제비꽃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 P339

그래버가 고개를 흔들었다. "제게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싶어요. 이것들이 어떻게 하나로 일치될 수 있을까요?
이 책들, 이 시집들, 이 철학책과 친위대의 잔인함, 집단 수용소 그리고 무고한 인간들의 대량 학살 말입니다."
"그건 일치하는 게 아니야. 그저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을 뿐이야. 이 책들을 쓴 사람들이 지금 살아 있다면 대부분은 집단 수용소에 끌려갔을 거야." - P354

"산다는 게 아름다워요. 우린 그 점을 거의 모르고 있었어요. 거의 그러니 우리앞엔 많은 것이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사람들에겐 당연한 일도 우리에겐 멋진 모험이 될 거예요. 화재 냄새가 나지 않는 공기, 배급표가 필요 없는 식사, 원하는걸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가게, 파괴되지 않은 도시들. 미리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어떤 두려움도 가질 필요가 없는 상태! 이렇게 되려면 오래 걸릴 테죠.
하지만 공포는 차츰차츰 사라지고, 가끔씩 나타난다 하더라도 우리의 행복으로 변할 거예요. 공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니까요. 당신도 그렇게 믿지 않아요?" - P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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