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포함해 문화와 예술에서 도덕적 선은 병폐에 가까우리만치 어려운 한계선이다. 사회적으로 있어선 안 될 범죄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도덕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처럼 쓰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적 선을 사용하는 건 일종의 답정너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것 하나로 다른 요소들에 관해서는 현격히 나태해지고 불성실해지는 경우 특히 그렇다. 올바른 얘기를 꺼냈으니 장땡이라는 식의 함정, 자가당착에 빠지니까.이 소설은 장애를 소재로 가상공간에서의 청소년 활극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못해 노골적이다. 심지어 교과서적으로 계도하려는 태도가 너무 드러나서 고루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게 아니다. 그걸 게으른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방만한 결과로 성취하려 했기 때문에 문제라는 거다. 정치적 올바름이 소설 속에, 문학 속에 들어올 때, 그것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정치적 올바름을 모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작품이 장애를 다루었다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찬양되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학은 언어예술인 만큼 문장이 기본적인 토대여야 한다. 서사는 단지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미적으로, 하다못해 오락적으로라도 성취해야 한다. 이 소설은 둘 다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