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아이들
최의택 지음 / 아작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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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포함해 문화와 예술에서 도덕적 선은 병폐에 가까우리만치 어려운 한계선이다. 사회적으로 있어선 안 될 범죄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도덕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처럼 쓰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적 선을 사용하는 건 일종의 답정너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것 하나로 다른 요소들에 관해서는 현격히 나태해지고 불성실해지는 경우 특히 그렇다. 올바른 얘기를 꺼냈으니 장땡이라는 식의 함정, 자가당착에 빠지니까.
이 소설은 장애를 소재로 가상공간에서의 청소년 활극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못해 노골적이다. 심지어 교과서적으로 계도하려는 태도가 너무 드러나서 고루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게 아니다. 그걸 게으른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방만한 결과로 성취하려 했기 때문에 문제라는 거다. 정치적 올바름이 소설 속에, 문학 속에 들어올 때, 그것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정치적 올바름을 모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작품이 장애를 다루었다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찬양되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학은 언어예술인 만큼 문장이 기본적인 토대여야 한다. 서사는 단지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미적으로, 하다못해 오락적으로라도 성취해야 한다. 이 소설은 둘 다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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