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밤의 코코아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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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이 귀여운 느낌이라면 <고독한 밤의 코코아>는 진지하고 조금은 비관적인 느낌. 화려하지 않은 문장들을 이어 귀신같이 독자를 꼬여내는 작가의 능력은 언제나 출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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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85
볼레스와프 프루스 지음, 정병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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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폴란드이고 주인공은 상인 보쿨스키 그리고 귀족의 딸 이자벨라이다.보쿨스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입에 풀칠할 길이 없어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한다. 그 과부가 죽고 난 뒤에 별다른 꿈도 포부도 없이 아내가 남긴 상점을 꾸려가다 어느날 우연히 귀족의 딸 이자벨라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할 방법을 미친듯이 생각한다. 천대받는 '상인'인 그가 고귀한 귀족 아가씨의 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대상인이 되는 것 뿐. 그래서 그는 목숨을 걸고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전쟁터로 떠난다. 그리고 군수사업에 뛰어들어 보통사람은 꿈도 꾸지못할 큰 돈을 벌어 귀향하는데...


단순한 사랑이야기라 하기엔 당시 몰락해가는 귀족들의 허위의식, 신흥 자본가 계급의 도약,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죽어라 고생하며 사는 폴란드 민중의 삶이 촘촘히 그려져 있어서 대하소설과 같은 느낌이 난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이자벨라를 향한 보쿨스키의 사랑이다. 그는 이제 귀족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업가가 되었지만 혼자인 순간이 오면 어떻게 이자벨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그녀의 미소와 말 한마디에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마흔다섯에 열다섯 소년처럼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가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은 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만의 방식이란, 이자벨라의 아버지와 포커를 치면 일부러 져주고 이자벨라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은식기를 시장에 내놓으면 모른척 일부러 고가에 사들이고 그녀의 교양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남몰래 영어를 배우는 것 그리고 가끔 그녀의 냉당함에 그녀를 미워하게 될 때면 '나는 그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고마워해야 할 거야. 내가 그 사람에게 미치지 않았다면 재산도 모으지 못했을 것이고, 가게 계산대 뒤에서 썩어 가고 있었을테니...'라고 정신승리하며 다시 그녀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는 것. 


보통 소설속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신분상승을 이룬 남자 캐릭터는 차가운 경우가 많은데 보쿨스키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간직한, 명석하고 도덕적인 사람이다. 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운의 도움은 받았지만 부정한 짓은 절대 저지르지 않는다. 돈을 번 다음 어려운 사람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창녀들에게는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보수적인 동네 사람들은 그가 창녀를 가까이 한다는 것만으로 온갖 입방아를 찧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밝은 사람이 경박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 앞에 어떤 갈피도 잡지 못한 채 미친 사람처럼 번뇌하고 회의한다는 것이 소설의 포인트일 것이다.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전쟁의 위기감이 전 유럽을 위협하는 19세기 후반, 바르샤바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보쿨스키는 과연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폴란드 작가의 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작품을 통해 폴란드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구글 맵으로 바르샤바의 모습도 찾아 보았다. 독자들은 알테다. 지도로 그 곳을 찾아본다는 건 그만큼 그 문학 작품이 생생했다는 것, 사실과 관계없이 이미 내 가슴 속에서 소설의 주인공들은 바르샤바의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다는 것. 무려 1200페이지를 통해 작가가 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이 책이 내가 아는 세상에 양감을 더해주었단 생각이 들었다.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달까.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런 실감을 준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멋진 작품.


* 인형이 폴란드에서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하여 구글로 찾아본 보쿨스키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거의 일치해서 놀랍고 만족스러웠다. 강한 의지와 불안함으로 인한 신경질이 묻어나는 얼굴 그리고 비싼 고급 외투와 모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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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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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줄거리도 없이 여자 셋이 아무말 대잔치 하는데 그게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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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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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돌아가고 싶어진 적 있어?
-물론 있지~ 잡지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을 발견했을 때나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책방이 그리워질 때, 백화점 지하를 하릴없이 돌아다니고 싶어질 때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귀찮은 날도 있어. 그리고 또 애인을 찾고 싶지만...도시에 있는 너나 마유미도 싱글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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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86
볼레스와프 프루스 지음, 정병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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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 대해서라고요? 그러나 저를 몰랐잖아요?
-알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아가씨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백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누군가에 대해 자나 깨나생각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집니다.

어리석은 계집애들. 그들은 생각하겠지, 부자 남편도 잡고, 잘생긴 애인도 생겨서 소원을 이루었다고...어리석은 것들. 그들은 모라. 늙은 남편도 빈털터리 애인도 곧 싫증이 나고, 조만간 진실한 사람을 사귀고 싶을 때가 온다는 것을. 그럴 때 그녀가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나? 팔아 버렸던 매력을 혹은 스타르스키 같은 사람으로 오염된 마음을,,,? 한번 생각해 봐요. 그들은 사람들을 알기 전에 틀림없이 비슷한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을. 그전에 아주 고결한 사람을 마나게 되더라도 그녀는 그런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늙은 부자나 무례한 건달을 택하겠지. 그런 결혼에서 인생을 허송하다가 언젠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 때에는 이미 너무 늦었거나 또는 가망 없는 일이지. 내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자들이 그런 인형 같은 여자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지.

이그나치 제츠키 이 늙은 바보! 너는 상상하고 있나 나폴레옹의 후손이 권좌에 오르고 보쿨스키가 능력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을 하게 되고 또한 그가 정직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되리라고? 이 나귀 머리처럼 미련한 친구야. 생각하고 있나, 못된 사람들이 당분간은 잘되고, 정직한 사람들이 잘못되어도, 결국에는 못된 사람들은 수치스럽게 되고, 정직한 사람들은 명예롭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상상하는 거야? 그렇다면 너는 바보 같은 상상을 하고 잇는 거야! 세상에 질서는 엇ㅂ어. 정의도 없고. 있는 것은 투쟁이야. 그 싸움에서 좋은 사람들이 이기면 좋은 거고, 나쁜 사람들이 이기면 나쁜 거지. 좋은 사람들만 보호하는 어떤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고 상상하지는 마라. 인간들은 나뭇잎 같은 거야. 바람이 불어서 잔디 위에 떨어지면 잔디 위에 누워 있는 거고, 바람이 진흙탕 위에 떨어뜨리면 진흙탕에 처박히는 거지.

-또 들은 것이 있어. 보쿨스키가 청혼했다면서...
-그래, 말해 줄게. 그가 청혼했어! 나를 볼 때마다 청혼해. 나를 보면서, 나를 안 보면서, 말하면서, 말이 없으면서...

그 재산은 내가 일해서 번 것이 아니라, 이겨서 번 것이지요. 모험적인 도박사처럼 판돈을 배로 늘려 가면서 10여 차례 이긴 것이지요.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절대로 위조 카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 그 말 은 맞지 않아요 보쿨스키 씨. 우리는 당신에게 호의적이었고 당신을 존중했소.
- 존중....! 공작님께서는 제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존중이 어디에 근거하고 당신들 사이에서 나에게 어떤 위치를 보장하는지? 사스탈스키씨, 니빈스키씨 심지어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고 돈이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스타르스키 씨가 당신들의 존중 정도에서 나보다 열 단계 높지요. 제가 하려는 말은,,외국 뜨내기는 누구나 쉽게 당신들 살롱에 들어갈 수 있지요. 그러나 제 경우는 어땠습니까. 저에게 맡긴 돈에 대해 15퍼센트 이자를 지불하고 그곳에 입장할 수 있었잖습니까! 제가 아니라 그들이, 그 사람들이 당신들의 존중을 누렸고 공평하지 않은 특혜를 가졌습니다. 그 사람들 하나하나는 우리 가게에서 심부름하는 아이보다도 가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만일 그 금속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발견하게 되면 그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 아닌가...? ... 그럼 어떤가? 최악의 경우에도 나는 발견을 위해 노력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 일에는 가치 있는 용도가 없는 재산과, 목표 없는 삶을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 방구석에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혹은 카드놀이로 멍청하게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전례 없는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일 아니겠는가?

그 사람은 지금까지 이성적으로 행동하면서 산 적이 없어요. 점원일 때에는 발명가와 대학을 생각했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에는 정치 놀음을 시작했지요. 나중에는 돈 버는 대신 학자가 되었고, 빈손으로 바르샤바로 돌아왔지요. 민첼 부인이 아니었으면 아마 그는 굶어 죽었을 겁니다. 드디어 그는 돈을 벌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상인으로 번 것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바람둥이로 소문난 여자의 숭배자로서 번 것이지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는 돈과 여자를 가지게 되자, 두 가지 모두를 버렸어요. 지금 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어요? 당신이 현명하다면 말해 보세요. 바보, 완벽한 바보! 현실에 없는 것을 끊임없이 찾는 순수한 폴란드 피의 낭만주의자...

당신도 전형적인 낭만주의자입니다. 다만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기회가 적었을 뿐이지요.

낭만주의자들은 죽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일이지요. 오늘날의 세계는 그들에게 맞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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