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1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유명한 만화를 차일 피일 미루다가 수능치르고서 볼 거 없을 때에야 집어들게 된건 애니의 영향때문이었다.

미리 애니메이션을 어느 정도 봤었는데 그 화려하고 현란하며 기발하기 까지 한 영상을 보다가 막상 종이에 먹색으로만 인쇄된 원본을 보자 시시하고 답답하고 재미없어 보였다.

그래도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다.

첫 몇 권은 별로였다.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이야기여서..

근데 갈수록 너무 재미있어져서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남자 그여자를 보면서 내가 경험한 신기한 일은 만화를 읽으면서 환청이 들린다는 것이다.

애니를 먼저 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다...그냥 단순한 컷임에도 움직이는 아리마와 유키노의 모습과 생생한 음성이 (물론 한국 성우의 목소리지만..)들렸다.

또 그림을 아주 100% 느낄수 있었는데 이것도 애니의 덕분이었다.

그남자 그여자는 '배경' 이 많은 감수성과 의미를 전달한다고 보는데

예를 들자면 벚꽃이 흩날린다거나 어둠이 내린 빈 교실의 모습등 말이다.

그런 부분을 만약 그냥 인쇄된 종이로만 봤다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애니로 예습 아닌 예습을 한터라 아주 작은 벚꽃 흩날리는 컷 하나도 주의 깊게 보며 넘어갔다.

그 장면이 애니로 영상화 될때는 '사라락' 소리 나며 장면 전환이 되는 부분일테니 말이다.

 

애니메이션 일을 원래 했던 분이라 그런지 확실히 다른 작가에 비해 컷분할과 장면 연출에 능수능란하다고 느꼈고 이런 것들이 캐릭터의 감정전달에 무척 많은 영향을 준다.

조금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그림의 외적인 부분이 이런 것들로 인해 메꿔지는 듯 하다.

 

그남자 그여자가 대단한 이유는 잘 짜여져 이어지는 복선과 인물의 심리 묘사 일 텐데- 이 인물의 심리묘사를 다른 만화의 심리묘사와 동급으로 취급한다면 그남자 그여자의 작가가 상당히 억울할 테다.

그남자 그여자는 다른 여타 만화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엘리트'라는 주인공을 내새웠기 때문이다.

엘리트 라는 것만도 대단한데 그에 걸맞는 나름의 고민과 고뇌도 가지고 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의 내면을 보면서 흥분했던 건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사랑이야기로 밀고 당기는 고딩들의 심리묘사와는 질이 다르다)

또 주인공들을 둘러싼 조연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나오는데 부수적이라고 취급하기엔 하나하나가 다 완성도가 높고 의미를 가지는 부분들이다. 작가의 정성이 작품 모든 부분에서 느껴지는게 바로 이런 부분에서이다. 세심한 곳 하나까지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는 것이 보인다.

후반부로 가면서 좀 싫었던 건 너무 이야기가 '드라마틱' 하다는 것이었다.

초반부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갈수록 일이 꼬이면서 정말 드라마 같은 일만 연이어 일어나서 '이게 뭐야..' 싶었다. 복선도 정도껏이지 너무 일이 커지니까 감수성의 전달 같은게 아니라 장편 대하서사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유키노의 임신으로 또 한번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좋은 부분이 더 많기에 별은 5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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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04-1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재미있죠?? 이제 아마 마지막 권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요??
빨리 보고 싶기도 하고 천천히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