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 내 취향대로 살며 사랑하고 배우는 법
김경 지음 / 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 다닐 때 읽은 김경은 그럭저럭 괜찮다 기억하는데 이번의 이 실망은 그녀의 글이 구려진 것인지 내가 나이가 든 것인지 좀 아리까리하다. 한국이라면 예전 책 다시 찾아 확인차 읽어보기라도 하겠건만. 


책의 시작은 괜찮았는데 갈수록 이게 먼소리여 싶은건 짧은 호흡의 잡지용 칼럼을 책으로 묶어 읽으니 나타나는 현상인걸까? 


책에 대한 불호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한 가지는 너무나 잦은 인용문. 이런 식이다.


"저기 제일 빛나는 별처럼 보이는 게 목성이랬지? 어때? 보여?"
"응, 보고 있어. 앞으로는 날씨가 사나온 날에도 가끔 목성에게 말을 걸 것 같은 기분이야."
"오~ 낭만 쩌는데?"
철학자 러셀이 그랬다. 어쨋든 좋은 삶,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기보다 큰 어떤 것에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이 우주의 작은 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큰 어떤 것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다 라고.


남친이랑 닭살감성 대화를 하다가도 러셀을 떠올리는 교양. 근데 닭살감성대화보다 더 긴 인용문은 닭살감성대화보다 더한 오글거림을 낳는다는 부작용이 있다. 칼럼의 소재에 따라 인용문의 분량이 달라지는데 때때로 인용문의 홍수 속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까먹게 되는 다른 종류의 부작용 또한 발생한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그 이야기에 관해서 누구는 또 무슨 이야기를 했고.. 또 그 인용문 속의 뭐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이런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인용문의 행렬. 내가 한 밑줄긋기를 보면 거의 80-90퍼센트가 바로 그 인용문들이다. 그렇게 편집샵에서 쇼핑하듯 남이 한번 거른 잘 빠진 문장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 좋은 선택일듯. 하지만 나는 별로 그런 류의 글을 안좋아한다. 거칠고 투박해도 글쓴이가 느껴지는 담백한 문장 하나가 좋다. 


불호의 두번째 이유는 이 많은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한 제안이 너무나 가식적이어서다. 예술을 사랑하고 채식을 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이패션잡지에서 늘상 이야기하는, 남들과 자신을 차별화시키기 위한 이런 저런 제안이 나오는데 그 한계가 너무 뻔해서 시비를 걸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달까? 이런식이다.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의 쿨함에 대해 예찬하다가 튀어 나오는 이런 문장들.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자전거에 돈을 쓰는 일은 백화점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사는 것과는 좀 다른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더 좋은 자전거로 바꾸겠다고 무리해서 돈을 쓰는 순간 (하다못해 안장이나 흙받이를 바꿀 때도) 죄책감은 커녕 왠지 소비자 무리 중에서 가장 고상한 부류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이패션지의 허영과 그 독자들의 우매함에 대해 한껏 비틀어 조롱하려고 쓴 문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줘도 안 할거 같은 '소비자 무리 중 가장 고상한 부류' 타이틀이라니 자전거 타려던 마음도 다시 쑥 들어가는 아주 마법같은 문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저 칼럼의 결론은 우아한 린넨소재 셔츠와 팬츠가 아닌 엉덩이 다 보이는 스판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한국 아저씨들에 대한 개탄) 촛불을 드느니 보도블럭을 깨어 던지라는 소리라면 모를까 이런 극온건한 삶의 자세에 대한 제안이 21세기 대한민국에 굳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새로 출시된 안티링클 제품에 대한 리뷰와 개봉예정작 주연배우의 인터뷰 등에 뒤섞여 바자 @@호 에 실린 칼럼이었다면 실망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별 기대도 안했을테니. 한 권의 책으로 보니 이게 먼 소리래.. 싶은걸지도. 그래도 주렁주렁한 인용문과 트렌디한 그때그때의 이슈에 맞추어 급조작된듯한 이런저런 제안들은 영 아니다 싶다. 담백하게, 김경이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상의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들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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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7-1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은 원래 '구렸어요'. 차라리 딴 세상 가서 노니는 이충걸이 백번 낫다는.

LAYLA 2013-07-17 12:28   좋아요 0 | URL
전 이충걸은 아예 읽지를 못해서..트윗 140자로 자아내는 오글거림을 보자면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