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구판절판


예술이라는 것은 다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그 작품의 작품성이 높다는 것과, 관객들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이 불을 당기게 한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인 모양이다. -37쪽

고생이나 고통이라는 건, 그게 타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한, 인간으로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일반적인 종류의 노력이나 고통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심한 편이다. -60쪽

미국인에게는 일 년 가운데 여름이야말로 최고의 독서의 계절이다. 해안에 가도, 수영장을 가도, 산의 피서지에 가도, 누구나 다 두터운 책을 펼쳐 놓고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읽고 있다. 에스콰이어 잡지도 여름이 되면 항상 '여름 독서' 특집을 낸다.

미국인에게 "무엇 때문에 당신들은 지긋지긋하게 무더운 여름에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는 거지?" 하고 물어 보면, 모두들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며 이렇게 대답한다. "글쎄, 여름에는 긴 휴가도 있고, 그때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일본의 경우에는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어서 여름에는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게 통념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일본의 여름이 지나치게 덥기 때문에 집중해서 독서를 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문화라는 것은 여러가지로 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차이가 생겨나는 법이다. -84쪽

매일 책상 앞에만 앉아서 소설을 부지런히 쓰고 있다면, 결국은 세계의 어디에 있으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라는 것은, 특히 나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는 방식이나 글을 쓰는 방식이 장소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104쪽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 잔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123쪽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언제나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오랫동안 뭔가를 계속 하자면 산도 만나고 골짜기도 만나는 법이다. 컨디션이 나쁠 때는 나쁜 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범위 안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고, 고개를 치켜들고 꾸준히 참고 해나간다면, 다시 조금씩 컨디션이 되돌아오는 법이니까.-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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