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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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과 놀이공원, 의회 복도와 병원 대기실에서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한때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더 삶의 영역에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1쪽

(경제학자들은 주장한다) 최고 가격을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사람에게 입장권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셰익스피어 공연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을 결정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려깅 없다....어떤 재화에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려는 것이 꼭 해당 재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에는 자발적으로 지불하려는 마음만큼이나 지불할 수 있는 능려도 반영된다. 셰익스피어 연극이나 레드삭스 경기를 가장 간절하게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도 입장권을 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최고 가격을 내고 입장권을 손에 넣은 사람이라고 그 경험의 가치를 전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55쪽

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기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은 현대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현상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장에서 살펴본 공항, 놀이공원, 셰익스피어 축제, 의회 공청회, 콜센터, 의사 진료실, 고속도로, 국립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치기 권리 구매 현상은 30년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 대부분 최근에 발달했다는 사실이 이목을 끈다. -67쪽

한 경제학자가 주로 저소득층 학생으로 구성된 텍사스 소재 학교에서 실행하는 AP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밀착 조사했을 때, 이 프로그램은 돈을 많이 지급할수록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가격 효과'가 아니라 다른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킨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 "단지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만 행동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돈은 결과를 외부로 드러내는 효과를 내서 학업 성취를 '멋진 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바로 인센티브 액수가 학업 성취의 결정적 요인이 아닌 이유다. 해당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학업 성취를 이루도로고 돈으로 학생들을 매수해서가 아니라 학업 성취와 학교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86쪽

이 시나리오에서 시장은 도구로서 작용하지만 순수한 도구는 아니다. 시장 메커니즘으로 시작한 방법이 시장 규범이 되고 있다. 분명히 우려되는 점은,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돈을 주면 아이들이 독서를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며, 결국 독서의 내재적 장점을 퇴색시키고 밀어내거나 서서히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94쪽

경제학자들은 흔히 시장은 무기력해서 스스로 통제하는 재화에 관여하거나 이를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장은 사회 규범에 흔적을 남긴다. 종종 시장 인센티브는 비시장 인센티브를 잠식하거나 밀어낸다. -98쪽

산아제한 담당 관리는 부유한 위반자들ㄹ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인상하고, 정책을 위반한 유명 인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그들이 텔레비전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벌금은 부자들에게는 푼돈이다. 정부는 부자들이 실제로 타격을 받을 만한 영역, 즉 사회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지위, 평판, 명예 등을 더욱 세게 겨냥했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국민들이 정책을 위반했을 때 내는 벌금을 처벌로 생각하고, 여기에 따라다니는 불명예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벌금이 요금으로 귀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책의 이면에 놓인 규범이다. 벌금이 단순히 요금 개념으로 바뀐다면, 능력있고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자녀를 더 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이상한 산업에 정부가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105쪽

인센티브는 경제학적 사고에서 최근에 등장한 용어로 애덤 스미스나 기타 고전 경제학자의 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20세기까지도 경제학적 담론에는 출현하지 않않고,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20세기 후반 시장과 시장 중심적 사고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센티브라는 단어의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구글 도서 검색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인센티브라는 용어의 사용이 400퍼센트 넘게 증가했다. -125쪽

어째서 경제적 효율성을 신경 써야 할까? 아마도 선택의 합계로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맨큐가 설명하듯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면 사회 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행복이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 질문을 무시하거나 공리주의 도덕적 철학의 견해에서 대답을 찾는다. 하지만 공리주의에는 몇 가지 친숙한 반박이 따른다.. 시장논리에 가장 적절한 반박은 어째서 도덕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선택의 만족을 극대화햐야 하는가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개싸움이나 진흙 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느 우리는 개인적 판단을 내리지 말고 공리주의적 계산법에 따라 각 선호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야 할까? 시장 논리가 자동차.토스터.평면 텔레비전 등 물적 재화와 관련이 있다면 이러한 반박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재화의 가치가 단순히 소비자 선호에 따라 달라진다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128쪽

하지만 시장 논리를 섹스.출산.육아.교육.건강.범죄처벌.이민정책.환경보호 같은 문제에 적용하면 모든 사람의 선호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추측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도덕척 책임이 따르는 영역에서는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어떤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더 수준 높고 더 적절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도덕적 가치를 묻지 않고 사람들의 선호를 무차별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자녀가 독서를 하도록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욕구는 바다코끼리를 코앞에서 쏘고 싶은 사냥꾼의 욕구와 정말 똑같이 중요할까?-129쪽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쓸 계획이라면 충분히 많이 지급하든지 아니면 전혀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인센티브(보상금)를 주는 것이 그 행동의 특징을 바꾸기 때문이다. 재정적 인센티브가 공공정신에서 우러난 활동을 보상받기 위한 노동으로 바꾼 것이다.
(행의의 의미가 인센티브 지급으로 이미 달라진 시점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함. 적은 인센티브 지급은 안 주느니만 못한 결과)-165쪽

미덕에 대한 경제주의의 견해(미덕은 사용하면 고갈된다)는 시장에 대한 신념을 불타게 하고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시킨다. -고갈되는 미덕에 불완전하게 의지하느니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낫다-하지만 비유가 잘못되었다. 이타주의.관용.결속.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시장 지향 사회의 결함 중 하나는 이러한 미덕이 쇠약해지게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 삶을 회복하려면 좀 더 부지런하게 미덕을 행사해야 한다. -180쪽

역사적으로 생명에 대해 보험을 드는 행위와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는 행위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생명보험을 도덕적으로 불미스러운 제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생명보험은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생명에 시장 가격을 붙이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수 세기 동안 생명보험을 금지했다. 18세기 프랑스의 한 법학자는 이렇게 썼다. "인간의 생명은 상업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죽음이 이윤을 노리는 투기의 근원이 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도 생명보험 회사가 없었다. 일본에 생명보험 회사가 처음 등장한 것도 1881년이었다. 생명보험은 도덕적 타당성이 부족해서 19세기 중반이나 후반까지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발달하지 않았다. -200쪽

시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 자체는 미덕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이런저런 시장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경기의 선을 향상시키는지 훼손시키는지 여부다.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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