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품절


권력자들이 꾼 꿈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그 결과가 무참하면 무참할수록, 폐허는 아름답다.-17쪽

거리를 걸으면 시클로라 불리는 삼륜차를 끄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마치 메뚜기 떼처럼 쏟아져나와 뒤엉킨다. 길 양편 가판에는 가물치, 게, 닭, 개구리 등을 늘어놓았고 고기와 생선, 채소 등도 부족함 없이 팔고 있다. 그 옆으로는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 당면 국수와 춘권을 입 안 가득 밀어 넣는 사람들이 보인다. 후에는 경제적으로 궁핍할지 모르지만 자연의 혜택은 아낌없이 받았다. 이를테면 가판에 늘어놓은 바나나와 파파야, 파인애플과 같은 남국의 독특한 과일들로부터는 풍요로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형태며 크기는 제각기인데다가 울퉁불퉁 찌그러진 과일은 외관상 결코 예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각가의 개성이 발현되어 하나하나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일본의 슈퍼진열대에 놓인 겉보기만 그럴싸한 과일과는 다르다. 유통 경제의 상품으로 만들어져 크기와 형태, 색깔까지 균일한 과일과는 생기가 완전히 다르다. 하나하나의 생명이 터져나올 듯이 말을 건다.-22쪽

건축은 건축가만의 것이 아니다. 건축가의 이성과 창조력, 건설자의 기술과 열정, 거기에 건축주의 경제력과 의지가 존재해야 비로소 건축은 성립된다. 구엘에게는 지고의 꿈이 있었다. 카탈류냐의 풍토를 가우디라는 재능을 통해 남기겠다는, 광기라 해도 좋을 꿈.-38쪽

누구든 평생에 한 번쯤 폭발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길지 않는 삶 속에서 피카소처럼 몇 번이나 폭발을 반복하며 야성의 고릴라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재능을 필요로 한다.인간 사회의 울타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야생의 고릴라도 스멀스멀 사육에 길들여진 동물원의 고릴라가 되고 만다. -63쪽

얼마 전, 역사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재밌는 말을 했다.
"내게는 친구가 많다. 플라톤도, 네로 황제도 모두 친구다. 어떤 역사적 인물일지라도 대화를 자꾸 하다보면 친구가 된다."
여행의 성패는 이런 가공의 대화가 얼마나 가능하냐에 달려 있다. 결코 말하지 않는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현실의 대화와는 또다른 깊이가 있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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