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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의 건축이라고 하면 가릴것 없이 다 이쁘지만 그렇다 해도 정작 눈물을 쏟게 만든 건축이 프랑스의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의 것도 아니고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변에 점점이 선 물류창고와 발전소들이었단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참 의외이다. 어둠이 내리고,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적막속에 조용히 빛을 발하는 그 건물들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졌단 게 무색하게 너무도 아름다워서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조명은 한치의 흠도 없이 균일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건물들은 내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세련되고 창의적이며 동시에 실용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그저 아름다워서 넋을 잃었고 그 다음엔 저렇게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까지 최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미적 탐욕에 약간 섬칫해져서 멍해졌다. 겸손한 그들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아름다움에의 추구가 아닐까.
이 책은 디자인 강국으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들 중 핀란드의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류, 텍스타일, 교회, 사우나, 공예품, 공공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핀란드 디자인의 자연과 함께하는 소박함을 예찬한다. 단순히 디자인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공공디자인이 결정되는 과정이나 핀란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도 간간히 곁들여 핀란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바로 그 디자인을 탄생시킨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왜 그들은 자연을 우선시하게 되었고 왜 그들은 아름다움에 그토록 집착하게 되었나 하는 이야기는 없다. 저자는 핀란드의 아름다움이 집착의 결과가 아닌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하지만 전세계적 수준에서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해내고 있는 저가 가구 브랜드 이케아(스웨덴)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소박함?이란 말로 모든 게 설명될 수 있을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워낙에 척박했던 곳이라 음식문화마저 초라한 곳인데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게 나타나는 미에 대한 수준 높은 안목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다양한 독자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러 제외한 것인지 모르나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