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구판절판


"보세요! 여러분, 보세요! 여러분, 밀기만 하면 계속 나옵니다. 보세요! 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모든 조각이 완벽하게 나옵니다. 이걸로 양배추 샐러드를 만들면 아주 좋습니다. 제 장모님은 양배추를 이렇게 잘랐지요"
...
그 광경은 마치 일인극처럼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재미를 줄뿐 아니라 판매도 했다는 것이다. 아널드는 "판매자를 훌륭한 배우로 만들기는 쉽지만, 배우를 훌륭한 판매자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판매자는 청중으로부터 박수와 돈을 모두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엔터테이너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을 자연스럽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122쪽

S.J 포페일의 최고 발명품은 1960년에 출시된 벡-오-매틱이다. 이것은 모터가 달리지 않은 만능 절단기로 핵심은 테플론 코팅이 된 두개의 원형 틀에 달린 가늘고 날카로운 칼날이다. 일리노이 주 우드스톡에서 특별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이 칼날은 두 개의 원형 틀 위아래로 겹쳐졌고, 위쪽 원형 틀에 맞추는 방식에 따라 얇게 썰거나 네무로 썰 수 있었다. 원형 틀은 예쁜 플라스틱 받침대에 설치되었고 위에는 채소를 눌러주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한마디로 벡-오-메틱은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특히 채소를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칼날은 특허를 받았지만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포페일브라더스의 판매원들은 하루에 쓸 채소를 갖고 나가 시연을 하며 판매했다. 문제는 벡-오-매틱의 성능이 너무 좋아 채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포페일브라더스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벡-오-매틱은 1분에 120개의 삶을 계란, 300개의 오이 조각, 1150개의 감자조각, 3000개의 양파조각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전만 해도 이것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한 번에 100명이 아니라 10만 명 정도를 상대해야-130쪽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으로 간파한 사람이 바로 론 포페일이다. 1964년 여름, 론 포페일은 벡-오[매틱을 출시하자마자 멜 코리와 함께 론코를 세웠다. 이때 500달러를 들여 2분짜리 벡-오-매틱 광고를 찍은 그들은 지역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벡-오-매틱의 입점을 부탁했다. 곧이어 그들은 지역 방송국을 찾아가 광고단가가 가장 낮은 시간대를 2,3 주일치 사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제품이 잘 팔려나가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131쪽

도곤족 여성은 평균 열여섯 살에 초경을 하고 8~9번 출산을 했다. 초경부터 스무 살까지 1년에 7번 생리를 했고 이후 스무 살부터 서른네 살까지 15년간 임신과 모유 수유가 반복되면서 생리를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른다섯 살에서 폐경기인 쉰 살 무렵까지는 수정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생리 횟수가 1년에 4번으로 변했다. 전체적으로 도곤족 여성은 평생 100번 정도 생리를 했다. 반면 현대의 서구 여성은 평생 350번에서 400번의 생리를 한다. -150쪽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모든 변화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배란 횟수 증가는 그러한 변화 중 하나다. 배란 과정에서 난자는 말 그대로 난소벽을 뚫고 나온다. 이때 난소 세포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분열과 재생을 거쳐야 한다. 여성이 임신할 때마다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10퍼센트 줄어든다. 왜 그럴까?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에 배란이 중지되면서 난소벽이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리를 할 때 자궁에 있는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을 자극해 세포분열을 촉진한다. 생리를 자주 하지 않는 여성은 그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특히 현대에 들어서서 많이 발병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이 평생 400번의 생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임약은 진정으로 자연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피임약에 든 프로게스틴은 새로운 난자가 배출되지 않도록 막아 난소세포가 분열하는 횟수를 줄여준다. 또한 프로게스틴은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무마해 자궁내막의 세포분열도 억제한다. 10년간 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 확률을 약 70퍼센트, 자궁내막암 발병 확률을 약 60퍼센트 줄-152쪽

대단한 신동, 피카소는 스무 살 때 그린 <초혼: 카사헤마스의 매장>이 명작으로 평가받으면서 대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스물여섯 살 때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을 비롯해 다수의 명작을 남겼다. 피카소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천재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예술가였다.
세잔은 달랐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거의 최고 작품들은 모두 말기에 그려진 것이다. 갈렌슨은 두 화가의 작품이 경매에서 팔린 가격과 그린 나이의 상관관계를 따져보았다. 피카소의 경우 2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60대에 그린 작품들보다 평균적으로 4배 비쌌다. 반면 세잔의 경우 6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젊은 시절에 그린 작품들 보다 최대 15배 비쌌다. 청춘의 신선한 감각과 넘치는 열정은 세잔에 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그는 대기만성형 예술가였다. 천재성과 창조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는 세잔과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를 빼앗는다.-317쪽

갈렌슨의 설명에 따르면 피카소 같은 천재는 그런 종류의 막연한 탐험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개념적으로 창작 작업을 한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가고 싶은 곳에 대해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한다. 피카소는 비평가 마리우스 드 자야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이 조사를 중시하는 걸 이해할 숭 벗어요. 조사는 그리모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깨달음입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알려지지 않은 대상을 향한 단계적 진화가 아닙니다. 나는 절대 실험을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만성형 예술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들은 실험하듯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갈렌슨은 <늙은 대가와 젊은 천재들>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대기만성형 예술가의 목표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잠정적이고 점진적이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달성했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그 결과 그들의 경력은 간혹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일로 점철된다. 그들은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방법을 바꾼다.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체적인 밑그림을 -320쪽

그리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에게 밑그림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를 찾기 위한 조사 과정이다. 그들은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점점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그림을 발전시킨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수없이 탓하며 쉼 없이 노력하는 완벽주의자다.-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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