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노인 중에서도 나이가 아주 많은 노인들에게 그 길을 일러달라고 청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는 50대와 60대의 말을 인용해 왔다. 브라우닝, 셰익스피어, 앞에 언급했던 소설가와 시인은 모두 중년의 나이에 그처럼 위엄있는 어조로 노년에 대해 기록했다. 그들이 무엇을 알았겠는가? 앤서니 피렐리도 겨우 70세였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57세에 노년이라는 에세이를 썼으며 알렉스 콤포트는 56세에 만족스러운 나이를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60세에 노년을 썼다. 그리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작품으로 키케로가 62세에 쓴 노년에 관하여가 있다. 카울리는 그의 역작 여든에 바라본 세상에서 스스로 노년에 대해 전문가라고 불렀던 이들은 삶이 아니라 문학을 알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52쪽

프랑켈-브룬스위크는 비록 노화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관점과 상충되는 기록을 남겨놓았다. 그녀는 "중년을 넘기면서 배우는 연출자가 되고 운동선수는 감독이 되었다. 일반적인 사교활동은 줄어들지만, 이 시기에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라고 기록했다. 개인의 '의무와 소망'에 대한 그녀의 연구 논문에는 "25세에는 소망하는 내용의 92퍼센트가 자기 개인과 관련된 것이지만, 60세의 소망은 자기 개인과 관련해서 29퍼센트, 가족들과 관련해서 32퍼센트, 인류 전체와 관련해서 21퍼센트가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86쪽

건강한 70대 노인들은 20대 젊은이들보다 성숙한 기제들을 자주 이용한다. 프로이트는 "젊어서 창녀가 늙어서 수녀가 된다."라고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성적 욕망이 넘치는 젊은 이탈리아 귀족은 나이가 들면서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처럼 이타적으로 바뀐다. 그러므로 짓궂은 장난으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던 어린아이들의 수동 공격성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차 다른 사람을 웃음 짓게 만드는 성숙한 유머로 발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사춘기 아이들도 모범적이고 성숙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다. 그러나 성숙을 위해서는 정서의 발달과 수년에 걸친 경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뇌가 생물학적으로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뇌의 연결경로, 특히 욕망과 이성을 통합하는 연결경로는 40세 이후로도 계속해서 성숙한다.-110쪽

노년에 이르렀을 때 푸근한 유년의 기억이 우리의 친구가 된다- 콘래드-136쪽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개성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 그 현상에 대해 저마다의 기질이 명확해져 가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점점 더 융통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노년으로 갈수록 완고해지는 것은, 창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선택을 발전시켜 온 결과다. 소설가 메이 사튼은 70세에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다워졌다"고 했다. -208쪽

하버드 집단의 경우 자유주의자들은 새로운 사고를 훨씬 더 개방적으로 받아들였고, 젊은이들의 주장이나 취향도 수긍하는 편이었다. 그들은 창조성을 표현하거나, 방어기제로 승화를 이용하거나,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높거나, 본인이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재산을 많이 모았거나 운동경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었으며, 실제 생활에서는 물론 필답검사에서도 새로운 것에 대해 훨씬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차이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230쪽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빅토르 위고-255쪽

인생에 세월을 보태지 말고, 세월에 인생을 보태라. -1955년 미국 노년학회 모토-259쪽

물론 나이에 따라 창조적 능력이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응속도나 기억력, 숫자감각, 정확성 등은 20세에서 30세 사이에 절정을 이루며, 70세 이후로 급속하게 떨어진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일컬어 '유동성 지능'이라고 하며, 이는 특히 수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결정성 지능'은 비교 구분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과 어휘력 등을 말한다. 이 능력은 회상이나 기억보다는 사색과 인식 능력에 따라 좌우되며, 60세까지 꾸준히 발전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80세에 이른 사람이 30세와 똑같은 능력을 지닐 수 있다. -328쪽

75세에 이른 하버드 출신자들에게 노년과 지혜는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고 묻자, 몇몇 사람은 젊은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더 지혜로워졌다고 대답하면서 지혜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모순과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참을성
감정과 이성의 조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자기인식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
균형있는 시각, 삶에 대한 폭넓은 이해, 사물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 인내,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깊은 이해
주변 사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
세상과의 연관성 인식-342쪽

종교적 신념들은 대부분 도그마를 수반하지만 영적인 확신은 메타포를 내포한다. 그렇다면 도그마와 메타포의 차이는 무엇인가? 메타포는 자유로이 열려 있고 즐거우나 도그마는 융통서잉 없고 진지하다. 메타포는 비유와 직유로 의미를 전달하지만 도그마는 성경속에 적혀있는 내용 그대로를 전달한다. 메타포는 이론이나 시를 더 풍부하게 하지만 도그마는 토미즘이나 탈무드에 중압감만 더한다. 메타포는 개념화하지만 도그마는 있는 그대로 모셔둘 뿐이다. 메타포는 과학을 진보시키지만 도그마는 과학을 퇴보시킨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양한 종교적 전통을 따르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잘 늙어가는 데 필요한 것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76세에 이른 하버드 출신 목사에게 '외설, 노출, 혼전 성관계, 동성애, 포르노에 대한 금기들이 이미 사라졌거나 또는 사라지는 중인데, 이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질문에 "어느 쪽도 아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가해야 하기도 하고, 또 진정한 자아를 깨닫기 위해 무한한 자유가 필요하기도 하다. -354쪽

우리에게는 제약과 자유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나는 이러한 제약과 자유, 그리고 그 사이의 균형이 문화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기만의 개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기품있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릴 수 있어야 하며, 대부분의 종교적 차이들은 바로 그 비본질적인 것들에서 생겨난다. -356쪽

건강한 노년을 부르는 일곱가지 요소
1. 비흡연 또는 젊은 시절에 담배를 끊음
2. 적응적 방어기제(성숙한 방어기제):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3. 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4. 알맞은 체중
5. 안정적인 결혼생활
6. 운동
7. 교육년수

-289쪽

일곱가지 방어요소들도 4가지 개인적인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것이다. 첫 번째 자질은 미래 지향성, 즉 미래를 예견하고 계획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두 번째 자질은 감사와 관용, 즉 컵에 물이 반만 남았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반이나 차 있다고 여길 줄 아는 능력이다. 세 번째 자질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즉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느긋한 태도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이다. 네 번째 자질은 세 번째와도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준다거나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기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일을 해나가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4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