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하는 법 (해외편 + 한국편)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미란다 줄라이, 해럴 플레처 엮음, 김지은 옮김 / 앨리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진부한 제목에, 글보다 사진이 더 많고, 간지럽게 착한 문구들이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낯선 사람과 손을 잡아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알라딘에서 추천 포스팅을 보지 않았더라면 먼저 집어들지 않았을 책임이 분명한데 어제 읽으면서 울었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Learning to love you more)은 동명의 온라인 웹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사람의 포스팅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 저자는 따로 쓰여있지 않고 엮은이만 표시되어 있다.제목은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지만 내용은 '위로하는 법' 내지는 '상처를 치유하는 법'에 더 가깝다. 우기자면- 그동안 드러낼 수 없었고 인정할 수 없었던 내밀한 상처를 치유함으로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인과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 책의 본질은 어떻게 하면 더더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같은 경박한 제목으론 표현될 수 없다.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니 아 끔찍하다)  

포스팅주제목록만 봐서는 이게 뭐 사랑과 용서에 관련된 것인가 의문이 들 것이다. 사진앨범 편집해오기.누군가의 점이나 주근깨를 연결해 별자리 그리기.전쟁을 겪은 사람과 인터뷰해보기 등등(내가 방금 무작위로 책을 펼쳐서 나온 숙제 목록들이다) 이 사소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숙제의 힘은 실제 책을 펼치고 누군가의 숙제를 확인해 보면 알 수 된다. 단순한 한 점의 포스팅(숙제)이 얼마나 한 영혼을 짙게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이고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외로운 영혼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지 말이다. 삶의 본질은 커녕  단편 쪼가리 하나 보여줄똥 말똥해 보이는 '누군가의 점이나 주근깨를 연결해 별자리 그리기'를 보자. 침대에서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여자친구의 등에 있는 점 서너개를 볼펜으로 이은 허무하리만치 단순한 10센티의 선.... 그 어수룩한 선을 타고 느껴지는 그 둘만의 친밀함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입맞추는 사진도 아니고 결혼하는 사진도 아니고 새벽에 주섬주섬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여자친구의 등에 선을 긋고 플래시 터트려 사진을 찍는 그 작은 순간, 그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그 일상이 감동적이다. 굳이 연인 사이가 아니래도 좋다. 친구의 팔뚝 점을 이어 만든 북두칠성은 어떤가. 그들이 살갗에 선 그으며 낄낄대고 웃었을 그 순간의 반짝임을 생각해보면 내 가슴이 따스하게 차오른다.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항의 팻말을 들고 시위하기' 숙제의 한 포스팅을 보면 젊은이가 아스팔트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온 몸으로 무언갈 말하고 있다. '나는 이라크 전 참전 병사입니다. 나는 나의 죄를 알고 있으며, 그러기에 고독합니다.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위로를 보내는 것만으로 내가 위로받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나의 포스팅에 한 영혼의 진심이 담겨있는데 그 어마어마한 포스팅이 수십개나 한꺼번에 다가오니 울지않고 견딜 수 있을리가. 울고싶을 때 봐야할 책이다. 아나운서 번역이라지만 번역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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