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2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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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들이 용인한다 해도 선뜻 용서하지 못할 짓을 저지른 일가친척 하나쯤 없는 집안이 있을까. 한두 세대가 지나 그 탈선이 낭만적인 매력으로 미화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장본인이 아직 살아 있고, 그의 만행이 말 그대로 용납될 수 있는 차원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파괴하면서‘ 기껏해야 술독에 빠져 살거나 애정 편력에 치중하는 안전한 경우라면, 그저 침묵하는 것이 상책이다. - P88

그곳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장소다. 가장 새로운 것이 유구한 것과 어우러진다. 기대한 로맨스를 찾지 못했다 해도 대단히 흥미로운 것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신기한 사람들은 각자 다른 언어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서로 뒤섞여 살아간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신을 믿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다. 그들이 공유하는 열정은 단 두 가지, 사랑과 배고픔이다. - P134

"이곳의 명문가는 죄다 선교사 집안입니다.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이교도를 개종시킨 전력이 없으면 여기서는 대접받지 못하죠." - P137

어떤 이들은 참혹한 전투를 치르고도, 논앞에서 죽음의 공포와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움을 겪고도 자신의 영혼을 무사히 지켜 내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적막한 바다 위에 뜬 달의 떨림이나 잡목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도 격렬한 발작을 일으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강함과 약함의 문제일까? 아니면 상상력의 부재나 인격의 불안정성 때문일까? - P142

"선생이 선생의 외투 주머니 안을 아는 것보다 내가 중국의 항구를 더 잘 알 겁니다. 배가 갈 수 있는 곳이면 다 가 봤죠. 선생을 육 개월 내내 온종일 붙잡고 이야기해도 내가 한창때 본 것들을 절반도 다 이야기 못 할 겁니다."

"내가 보기에는, 조지, 당신이 못 한게 하나 있어요. 큰돈을 못 벌었잖아요."
"나는 저축할 위인이 못 돼. 돈을 벌면 그냥 써 버리지. 그게 나의 신조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할 수 있지. 다시 살 기회가 생긴다면 난 얼마든지 다시 살아 볼 거야. 그렇게 말할 사람 별로 없을걸." - P191

로슨은 상대를 꿰뚫어 보는 노르웨이인이 교활한 푸른 눈이 거북했다. 영감의 태도 역시 거슬렸다. 언뜻 아첨하는 듯 보이지만, 운명과의 승부에서 패배한 늙은이의 알랑거리는 태도 뒤에는 예전의 포악성이 어른거렸다. 로슨은 영감이 한때 노예 무역에 연루된 범선의 선장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P210

밀러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개명하기 전 원래 이름은 뮬러였다. ..쾌활하고 서글서글하면서도 대단히 약삭빠른 자였다. 자기 사업에 방해가 되는 건 용납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주재한 한 회사의 대표였고 옥양목과 기계 등 섬에서 팔리는 갖가지 상품들을 들여오는 중개상이었는데, 그의 사교성은 사업 수완의 일부였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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