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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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대여섯 살까지만 해도 기후나 날씨 때문에 기분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날씨가 몸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끼친다. 날씨는 서른 살을 넘긴 인간의 운명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39

어떤 사람은 ‘뭐든지 좋으니까‘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굳이 날씨까지 살펴 가며 쓰지 않아도 될 테지만, 이쪽으로서는 젊은 주제에 어떤 것이든 그대로 뽑아낸다는 오만함이 생기지 않는다. 하나의 문장에 무심코 두 개의 접속어가 들어가기만 해도 작가라면 누구나 나중에 살이 에이는 아픔을 느끼는 법이다.

-요코미쓰 리이치 - P40

나도 벌써 십몇 년이나 문필가로 살아온 터라 특별히 대단한 자부심을 품고 있는 다. 다만 어떠한 경우든 표현상의 문제는 일단 단념할지라도 그 장르의 형식을 빌리지 않는 한, 더 없이 명료한 하나의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한 결코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는다.

-마키노 신이치 - P45

지금껏 주로 소재는 옜것에서 가져왔다. 그 탓에 나를 골동품 수집하는 노인처럼 별난 만 찾아다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어린 시절에 받은 케케묵은 교육 덕분에 예전부터 현대와 거리가 먼 책을 읽었고 지금도 읽는다. 소재는 그 속에서 발견될 뿐이지, 일부러 찾으려고 읽는 게 아니다.

소재가 있더라도 자신이 그 소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소재와 자신의 마음이 오롯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 소설은 써지지 않는다. 억지로 쓰면 지리멸렬한 글이 된다. 나는 초조한 마음에 몇 번이나 그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P87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린 문학 애송이도 여기까지 성장하고 보 인간은 어쨌든 살아야 한다는 것, 뭐든지 마음껏 배워두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글러먹은 인간을 못쓰겠다고 내동댕이치더라도 그가 혼자서 걸어가는 길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어째 됐든 간에 그 녀석도 어딘가에 다다른다. 좋든 나쁘든 목적지는 당사자에게 맡겨야 한다.

- 무로 사이세이 - P91

요사이 도쿄 말이 점점 시대에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야. 보통선거니 노동문제... 연설만이 아니야. 문학도 마찬가지야. 기분이니 감정이니,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새롭게 들리지 않으니까.

-나가이 가후 - P107

나는 마침내 소설이 써질 것 같으면 평소 사람 만나기를 귀찮아하는 편인데도 갑자기 만날 약속을 잡거나 뭔가 볼일을 만들어 시내에 나가고 싶어진다. 왠지 소설에 인생의 공기를 불어넣는 느낌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 호리 다쓰오 - P128

담배는 하루에 골든배트를 네다섯 대 피운다. 옛날에 좋아하던 사람이 담배를 싫어해서 안 피웠는데, 지은 그 사람과 아무 관계도 아니기에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운다. 자포자기는 꽤 기분이 좋다. 옜날에는 자포자기에 빠지면 속을 끓였건만 요즘은 양지에서 햇볕을 쬐는 듯하다.

-히야시 후미코 - P162

‘맑은 물처럼 아무 맛이 없는‘ 글을 쓰고 싶다. 지금 내 글은 손짓이나 거짓말이나 꾸밈새가 도드라진다. 괴롭다. 힘이 모자라는지도 모른다. 공부가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 툇마루에서 햇볕을 쬐는 듯한 생활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하야시 후미코 - P170

시간의 경과란 그때그때의 감정이다.

-이즈미 교카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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