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하늬 지음 / 심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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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시간이 지나자 무기력이 모든 걸 압도했고 이는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귀찮은데 왜 먹어야 해? 귀찮은데 친구는 만나서 뭐해? 대체 일은 뭐하러 하나? 침대에서 나가기도 귀찮아 죽겠는데, 만사가 귀찮은데 나는 왜 살아야 하지? 작가 이응준의 말처럼 그 어떤 짐승도 스스로에게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의미를 자꾸 추적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무의미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왜라는 수많은 물음표를 쏟아내던 나는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게 자살 욕구인가 싶었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마음과 사라지고 싶은 마음에는 차이가 있다. 우울증을 앓는 한 친구는 사라지는 일 따위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 P1

사람마다 익숙한 감정이 있다. 선생님은 이를 ‘핵심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나는 무기력, 우울, 자책 등의 감정에 익숙했다. 핵심 감정은 상황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본 다음에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상황을 해석하기도 한다. - P2

똥을 꼐속 퍼내보는 방법이 있어요. 저 밑에 뭐가 있는지 끝까지 퍼내는 거죠. 이게 정신분석치료에요. 지행동치료는 똥을 퍼내지는 않고 일단 뚜껑을 덮는 거에요.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그냥 똥을 옆에 두고 신경을 꺼요. 이게 마음챙김이죠. - P3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자존감에는 세 가지 기본 축이 있다. 자기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이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존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 P4

검색을 시작했다. 50알 정도면 죽기에 부족하밍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다. 정신과 약 중에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하는 약은 다른 약보다 성공률이 높다고 했다. 처방약이 아니라 약국에서 파는 약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구토를 방지하는 약을 먹으라는 팁도 있었다. 암 환자들이 먹는 약이라고 했다. 낫기 위해 먹는 약과 죽기 위해 먹는 약이 같다니.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 P5

참으로 인간 세상은 사릭 힘들다.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로 옮겨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진다.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 P6

불안이 높은 사람은 에너지가 금방 소진된다.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보니 정신 에너지가 줄줄 샌다. 30대까지는 불안이 많아도 체력으로 버티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윤홍균, 자존감 수업) - P7

우울증에 완치는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당사자와 전문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완치가 없다니, 절망스러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우울증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 등은 모두 완치가 아니라 관리 해야 하는 질병이다.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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