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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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욕망을 억지로 누르면 어떻게 될까. 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공허감이 바로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사회는 어느 연령대, 어느 세대를 봐도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객관적인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공허함을 토로하는 젊은이도 있고, 중년에 이르러 허무함을 못 견디겠다며 뒤늦게 일탈하는 이도 있다. 그런 정체성의 위기는 자기 인생의 의미, 자신이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지금 내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그 감각을 얻기는 매우 힘들다. 주어지는 일이 하찮고, 손댈 수 있는 범위가 좁다. 그러니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더 많은 권한을 얻는 게 답이라고? 아니다. 그것은 너무 돌아가는 길이고, 어쩌면 목적지로 가는 길이 아닌지도 모른다. - P40

그런 때 "선생님도 책 한번 써보시죠. 일본에서는 요즘 60대, 70대 신인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라고 권하면 예의 그 손사래가 돌아온다. "아이고, 저 같은 게 무슨...책은 장 작가님 같은 분이 쓰셔야 하는 거예요." 그는 작가의 꿈을 버렸다. 그러나 그 꿈은 버려지지 않았다. 그도, 나도 안다. 앞으로도 그에게 작가의 꿈은 버린 것과 버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상태로 살 것이다. - P53

형편없는 책을 발표해서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봐 무서워서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께는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책을 쓰지 않고 계속 후회하며 사는 것. 둘째,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것. 셋째, 멋진 책을 쓰고 후회하지 않는 것. 물론 멋진 책을 쓰는 게 제일 좋다. 그리고 형편없는 작품을 내고 괜히 썼다며 후회하는 것과 책을 아예 쓰지 않고 후회하는 것, 둘 중에서는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졸작을 써도 실력과 경험이 쌓이고 ‘다음 책‘이라는 기회가 또 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 기회도 없다. - P60

모든 영감은 다 불완전한 형태로 온다. 그걸 완성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 P86

작가가 눈으로 직접 보고 들은 사연은 도식적일 수 없다. 조직폭력배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이 회칼을 들고 다닐 거라 상상한다. 실제로는 번듯한 명함을 들고 다닌다.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깊이도 있고 인간적인 매력도 많다. - P185

소설 취재에서는 ‘반드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름들이 많고, 그중 한 명만 섭외하면 된다. - P186

나는 퇴고를 다섯 번가량 한다. 주변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퇴고를 적게 하는 편인 것 같다. 하긴,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서른아폽번 고쳐 썼다고 하니. 나는 첫 번째 퇴고를 할 때에는 이야기의 앞뒤가 맞는지 먼저 검토한다. 소설이라면 회수하지 않은 복선이나 개릭터 붕괴, 설정 오류가 없는지, 비소설이라면 논지에 맞게 글이 전개 됐는지, 어색한 대목이 없는지 살핀다. 문장을 다듬기 시작하는 것은 세번째나 네 번째 퇴고할 때쯤에서다. - P227

1년에 22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목표다. - P269

인간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대문호가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던가? 그는 자기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고 글자의 바다에 빠져 죽었다. 문장의 아름다움은 과연 불멸이던가? 그러면 왜 우리는 고어를 읽지 못하나.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세상은 사람들이 바꾼다. 사람들은 책 없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글자를 다르면 다룰수록 글자로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글자에 매달린다. 거기에 홀려서. 왜인지도 모르면서.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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